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93.11 | [문화가 정보]
창작모임 '가보세' 창립전을 갖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이웃들의 삶을 찾아간다
김채/가보세 회원「미술 연구」편집위원 (2004-02-05 11:28:24)
2월 초순이었다. 창작모임 '가보세'로 여럿이 한 식구가 된 직후 '군산전'을 준비하기위해 고현, 진창윤, 송만규, 정종화, 윤양금, 이종연, 노성래 등이 두터운 털모자와 외투로 중무장을 하고 화구를 챙겨 서둘러 군산행 아침 첫차에 올라탔던 때가 2월 매서운 겨울바다바람이 가시기 전이었다. 이제 그들은 그동안의 작업과정을 매듭지어 보이기위해 분주하다. 매일 수례씩 자료수집, 야외스케치, 현장답사 등등 부지런히 뛰어다닌것도 반년이 넘었다. 격주로 있었던 품평회 때문에 밤잠 설쳤을 것이고 낙천주의자 한둘을 빼놓고는 모두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다. 그들은 바로 그림을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화가들이 화실에만 틀어박혀서 캔버스를 관념의 유희장으로 요리하진 않겠지만 그런데 그렇게 당연한 모습들이 어찌해서 신통하게 보일까 살아 있는 것을 그리고 싶어했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종종 그들이 그린 그림을 사실주의 미술이라고 심각하게 이야기하곤한다. 그렇다. 사실주의 미술이다. 굳이 그앞에 무슨 무슨 사실주의라고 붙이진 않더라도 그것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 그림이 현실이다. 현실이 곧바로 그림이 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림을 통해 현실을 보고 그림을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화가를 신회한다. 감동을 받는 것은 미술이 보여주는 현실의 삶에 대한 애정이기 때문이다. 창작모임 '가보세'는 처음에 한가지 약속을 했다. 보이는 것을 그리자. 그러나 눈으로만 보지말고 깊고 폭넓게 대상을 가슴으로 보자! 자주적이고 인간중심의 창조적인 작업은 화가가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할때 창작모임 '가보세'는 이제 시작이다. 건강한 미의식을 추구하는 화가라면 한두번쯤 발이 부르틀 정도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순된 단편을 아니 모순된 사회의 본질을 속속드리 찾아 확인하려고 동분서주했을 것이다. 화가가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감동은 조형의 미감만을 이야기 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같이 숨쉬는 삶의 체온을 나누는 것이다. 창작모임 '가보세'는 그러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몸살을 했다. 침몰해버린 폐선에서 군산의 모습을 보았고 그위를 나는 미군 전투기는 우리에게 과연 평화와 통일을 가져다 주는 전령인가 라는 질문도 해본다. 그리고 철로가에 핀 채송화는 해망동 아이들이 꿈과 용기를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땅을 일구던 사람들이 부두로 끌려나와 날품팔이로 연명해야 했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들의 핏줄이 그 채송화단의 주인일까? 아직도 식민시대의 쌀창고와 은행건물이 남아있다. 그것을 보고 결코 아무도 향수를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분노하지 않는 것이다. 그 뒷자락엔 우리와 생김새가 판이하게 다른 사람들이 노린내를 풍기며 주인행세를 하려들고 있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창작모인 '가보세'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 시장의 분주한 모습들. 늦은 오후 배를 기다리는 섬사람들. 소박한 그들의 삶을 나누려고 애를 썼다. 창작모임 '가보세'는 겨우 과정을 보인 것이다. 더욱더 많은 것을 찾아야 되고 그려야 된다. 그것은 화가의 발빠름에 달려있다. 우리에게 군산은 독특한 소재를 주는 그런 곳만은 아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우리의 형제들의 텃밭이기 때문에 그곳으로 찾아간 것이고 그들이 살아가는 삶을 그린것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