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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11 | [문화저널]
환경을 생각한다. -김환기의 환경이야기-
김환기(2004-02-05 11:31:42)
납공해 환락의 극치를 누리던 옛날 로마의 귀족정치 시대는 귀족들의 황금시대였다. 우리는 가끔 특정인의 부도덕한 사치와 허례의 예로 로마시대를 거론한다. 술과 춤, 그리고 노래와 여자로 특정계층의 타락이 극에 달했던 그 시대에 수많은 귀족들은 그들이 드는 축배의 납잔으로 인하여 그들 스스로 납중독자가 되어 수명이 줄어 들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인간사냥으로 불리는 전쟁을 수행하고 난 뒤에 여흥과 잔인한 놀이의 필수품인 포도주를 담는 그릇과 그것을 마시기 위한 잔이 납으로 되어 있었다. 이들은 또한 포도주를 장기간 보관하기 위하여 방부제로 납을 사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50만의 로마시민의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이들은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는데 그 송수관을 납관으로 이어 놓았다. '아피아'수도관의 유물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rmfjslRKs 온통 그들의 생활환견이 납중독에 적나라하게 노출된 것이다. 베수비오(Vesuvius)산의 화산 폭발로 묻혔던 유골의 두개골(頭蓋骨)에서 일반인의 수십개 넘는 납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로마인의 납 중독이 얼마나 심했었나 알 수 있다. 중금속 오염은 주로 인간이 마시는 물이나 먹는 음식을 통해서 직접 오염되지만, 그것들을 담는 용기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의 어렸을적 이야기다. 일본 식민지 지배 하의 시절이었는데 나의 집에 일본인 손님을 접대했다. 그런데 일본인은 어머니의 접대가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음식을 못 믿어해서인지 국은 아예 손도 대지 않고 밥만, 그것도 밥그릇의 한가운데 부분만 떠 먹고 만 것이다. 밥과 그릇이 접촉된 부분은 손도 대지 않고 그릇의 한 가운데 부분만 파먹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런한 일본인을 두고 어머니는 일본인들이란 예절을 모르는 미개한 민족인 모양이라고 하셨다. 상차린 사람의 성의는 생각지도 않고 어떻게 밥을 그렇게 가운데 부분만 파 먹을 수 있을까 하고 어머니는 의아해 했다고 한다. 환경을 전공하기 전까지 나도 역시 밥을 그렇게 먹었다는 일본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본인이 왜 그렇게 정성껏 차린 상의 밥주발 가운데 부분의 밥만 떠 먹었을까? 그 이유를 나는 대학에 들어와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음식을 담아먹는 그릇에 독을 발라, 그것도 치명적인 독극물로 분류되는 청산가리(靑酸加里)와 유사한 독을 발라 먹는 식생활을 영위해 해왔다. 그것이 극히 미량이라 일시적으로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았지만 수십년 동안 그 그릇을 사용한 사람은 상당한 양의 중금속을 몸속에 축적시켰으리라 예상된다. 문제의 그릇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 사용하던 전통 놋그릇이다. 놋그릇은 열전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보온효과가 탁월해 예전부터 우리가정에서 많이 사용되어 왔던 그릇이다. 놋그릇은 구리와 아연을 합성하여 만든 놋쇠가 그 재료이다. 놋그릇은 깨끗이 닦아 사용을 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표면에서 흔히 녹이 난다고 표현하는 산화반응(散花反應)잉 일어나 동록(銅綠)이 생성된다. 동록은 옛날에 꿩을 잡을 때 흔히 사용했던 청산가리와 같은 맹독성의 물질이다. 아마 그 일본인은 놋그릇에서 이러한 물질이 생성되는 원리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내 집에서 쓰였던 놋그릇은 물론 잘 닦여진 상태였을 테지만, 그 독성이 치명적임을 감안하고, 일본인이 의심스러워하면서 밥을 그렇게 먹었을 것이다. 한국 전통 음식점에서는 지금도 놋그릇을 쓰고 있다. 지금은 좀처럼 찾아보가 어려운 귀한 그릇인데 어디서 그렇게 많은 수의 식기를 구해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전통 한식집에서는 그 놋그릇들을 항상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도록, 어쩌면 놋그릇을 닦는 재미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여서 산화작용에 대한 염려는 하지 않아도 좋으리라 생각하면서도 때로는 아찔한 느낌이 들곤 한다. 미국 개척시대에는 술을 제조하는 데 있어 페자동차의 라지에타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알코올을 증류하는 데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동차용 라지에타가 효율이 좋아 많이 이용되었다. 라지에타가 술제조용으로 쓰여지면서 납 중독을 일으켜 문제가 된 것이다. 자동차용 라지에타는 그 제조에서버터 곳곳에 납땜이 필요한데 술제조기로 그 용도가 변경된뒤 땜질한 곳의 납이 용해되어 술 속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납중독된 일이 발생했다. 그런가하면 미국 독립선언문 기초위원이었던 벤지민 프랭크린(Benjanmin Franklin)은 소시적에 인쇄공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인쇄에 사용되는 납활자를 오랫동안 취급했기 때문에 말년에 손가락이 마비되는 납공해 환자가 되었다. 미국의 한 연구소는 납희 혈중농도에 따른 인간의 심리와 행동이 현상을 연구 발표한 바 있는데 그 결과에 따르면 과격한 어린이나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일반인보다 납의 혈중농도가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혈액에 납성분이 과도하게 많을 경우 행동이 난폭해지고 범행을 저지를 소지가 높다는 이 연구소의 주장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최근 스위스정부는 고속도로 최고속도를 백30Km/h에서 백20Km/h로 낮추는 규제조치를 취했다. 그 이유는 차가 빨리 달릴 경우 휘발유의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첨가된 납이 대기에 유출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무연 휘발유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자동차 연료로 인한 납성분의 대기 유출이 크게 문제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무연 휘발유를 사용해도 대기중의 납성분 농도가 떨어지지 않아 이상히 여겨 조사해본 결과 도로의 차선 도색시 사용되는 황색페인트에 그 원인이 있다는 발표가 나온 적이 있다. 사소한 도로선이 납공해를 일으킨다는 조사발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도 좀 더 철저한 공해대책과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나는 몇 년 전 도청(道廳)으로부터 상소도 시설 점검을 의뢰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도청관할의 어느 도시 상수도의 수질을 점검해 본 결과 납과 카드뮴이 허용치를 초과하고 있었다. 이상히 여겨 납과 카드뮴이 유출/검출되는 원인을 찾았으나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즉시 상소도 물공급을 중단하도록 조치한 후 상수도 처리시설 전반에 걸쳐 정밀 진단을 실시해 본 결과 나는 아연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그 도시 기관장은 대학교수가 포함된 상수도 조사단이 온다고 하니까, 상수도 시설에 대한 긴급보수와 시설물 청소를 해당 부서에 지시했다. 관리인들은 상수도 급수를 중단시키면서 녹이난 시설물에 페인트를 칠하고 그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상수도시설을 가동했던 것이다. 상수도시설물에 급히 칠한 체인트가 굳기도 전에 그곳에 물을 채웠으니 페인트 속에 함유된 납고 카드뮴이 수돗물에 녹아나온 것은 당연하다. 전세계적으로 환경오염 규제가 강화되면서 요즈음 페인트업계들이 무공해 페인트 개발에 본격 나서고 있다. 페인트업체들은 공해를 유발하는 신나 등 유기용제 사용을 점차 억제하면서 유기용제를 사용하지 않는 무공해 도료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의 무공해 페인트 개발은 기존 페인트를 용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분체화와 신나 대신 물로 용제를 사용하는 수용화의 두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분테도료화는 도장 대상이 자성을 띤 곳에서만 사용할 수있기 때문에 엽계에서는 페인트의 수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방법은 도료제조시 사용되는 안료에 납, 크롬, 코발트 등의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도 동일한 물성을 지니도록 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납은 수도관, 가스관, 축전지, 전선의 케이블, 납합금 재료, 방사선의 차페물 등에 이용되면서 자연환경에 노출되기 쉽다. 경우에 따라 납은 광산 페수, 축전지 공장 배수, 도금 공장 배수, 납재생 공장의 배기가스 등에 의해 배출되기도 한다. 납 및 그 화합물은 대기를 오염시키는 유해물질로 법적 규제를 받고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국민 어느 누구에게도 자연환경에 노출된 납중독으로 인하여 로마인이 겪었던 것과 같은 중독현상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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