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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 | 칼럼·시평 [문화시평]
<청소년을 위한 음악에의 초대>를 보고
유홍준 근영여고 교사(2003-09-08 10:59:49)

지난 1월 4일부터 22일까지 소극장 예루에서는 문예진흥원의 후원과 전주음악학회 주최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에의 초대>란 5회의 음악회와 10회에 걸친 음악 강좌 시간을 가졌다.
긴 겨울방학을 보내면서도 마땅한 휴식 공간과 변변한 교양강좌 하나 없는 낙후된 지방 문화권의 청소년들을 위해 전주음악학회가 마련한 <음악에의 초대>는 낙후된 지방문화의 현실, 그 중에서도 특히 청소년문화의 부재 속에서 음악을 사랑하는 청소년들은 물론 별 관심이 없었던 청소년들의 마음속에까지 스며들어 이 겨울의 모진 바람과 추위 속에 두텁고 차갑게 얼어붙은 냇물 속을 흐르는 맑은 샘물처럼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적셔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5회의 연주는 신용문씨의 대금 독주회(4일)를 시작으로 심인택씨의 해금 독주회(8일), 손리준씨의 피아노 독주회(11회), 한정희, 김신범, 김무권씨의 피아노 삼중주의 밤(15일), 조성민, 김선식씨의 독일 가곡의 밤으로 이루어 졌으며 10회의 강좌는 '국악의 향기'란 제목으로 신용문, 심인택씨가 2회(5·6일) 강연했으며 이호상씨가 '음악의 역사'로 4회(9, 10, 12, 13일)와 전주지방 서양음악 변천사(22일)를, '음악의 즐거움'은 김종헌, 유홍준씨가 3회(16, 17, 18) 강연하였다. 위의 프로그램에서도 나타나 있듯이 이번 <청소년을 위한 음악에서의 초대>는 총 15회란 많은 공연과 강좌가 산만하게 행해진 듯싶으나 음악회와 강좌를 날짜별로 적절하게 조화시켜 지루함을 없앴으며 국악과 서양음악을 비교 감상하고 배우는 시간도 되었고 실내악, 피아노 독주회, 독일 예술가곡 등 소극장 무대에서 더욱 더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연주로서 관객과 연주자가 같이 호흡하며 공감했던 점에서 섬세하면서도 주도면밀한 기획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4일 동안 있었던 국악 프로그램은 연주자가 직접 강의를 맡아 연주와 강연의 어우러짐이 한층 부드럽게 이어져 듣는 이로 하여금 더욱 큰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4회의 서양음악사 강의로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된 음악사조와 작곡가를 기억하면서 고전과 낭만사이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베토벤의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슈만의 연가곡 '여자의 사랑과 생애', 국민악파인 스메나타의 피아노 삼중주곡 등의 연주회가 있었기 때문에 단편적인 기악곡이나 성악곡의 연주만 즐겨 감상하던 청소년들에게 시대와 음악사조별로 연결시켜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었던 적절한 프로그램 배열이 돋보였다고 생각된다. 이렇듯 세밀하고 계획성 있는 프로그램과 연주자와 강사들의 무엇보다도 진지한 태도가 일치되어 이루어진 연주와 강연은 그 음악과 강의 내용을 언제 어디서고 접할 때마다 그곳에 참석한 청소년들로 하여금 좋은 음악회였다라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할 것이다. 사실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중 이와 같은 기획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것이 첫 시도였다면 진정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되어진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이와 같이 즐겁고 정성스럽게 마련된 잔칫상에 음식을 먹을 주인이 그리 많이 않았던 점이다. 여러 가지 환경의 악조건 속에서도 보다 올바르고 나은 것을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을 생각할 때 우리는 먹다 남은 그 많은 음식을 버려야 한다는 안타까움과 아까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날로 늘어만 가는 청소년들의 각종 범죄에 기성세대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그들을 위해 힘겹게 마련된 이 기쁜 잔칫상에는 왜 주인을 만들어 주지 못할까 필자 자신도 현직교사로서 깊이 반성해 본다. 몇 천 명씩 모이는 유명가수의 리사이틀에서 악을 쓰고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빼앗기는 수많은 우리의 청소년들을 볼 때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것은 그들이 과연 그 자리의 주인이라고 생각할까 라는 점과 그 잔칫상에는 그들이 맘 놓고 깨끗이 먹어야 될 음식이 놓여 있느냐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화려한 우상들 속에서 그들은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의 초대는 비록 많지 않은 청소년들의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들의 진지하고 순수하기만 한 눈동자와 의연한 자세 속에서 우리가 바로 이 장소의 행사의 주인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그러한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필자의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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