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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 | 특집 [지역출판문화의 부흥을 꿈꾸다]
책방의 변신, 문화를 공유하다
강미선/김도연(2017-01-20 10:53:15)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하는 책방들이 새로이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에 출판단지로 유명한 파주가 있다면 전북에는 출판캠프로 유명한 고창 책마을 해리가 있다.
전북에는 전주 최초의 독립출판 서점 에이커부터 북콘서트와 강연을 여는 인문학 서점 조지오웰의 혜안,
공중전화부스를 개조해 만든 익산 공원속의 작은 책방, 로컬 커뮤니티 공간을 지향하는 북스포즈까지
다양한 문화 공간이 존재한다. 자, 이제 이 공간들을 만나러 떠나보자




전주 조지오웰의 혜안
-전주 인문학 전문서점, 북콘서트, 인문학 강연 등 문화 강연 주최-
전주 서학예술마을에는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 무심결에 지나칠 수 도 있을 만큼 크진 않지만 유리 속으로 보이는 서점은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문학 전문 서점'이라는 간판과 열 평 남짓의 작은 공간에는 작가, 유명인의 글귀와 사진들이 걸려있다. 누군가의 서재를 구경하는 듯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한 책장에 함께 나열되어 있다.
인문학 돌풍이 불기 전, 그 시작을 알리며 '조지오웰의 혜안'이라는 인문학 전문 동네책방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조지오웰이라는 조정란 대표는 3년째 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촉박하고 경쟁이 최고의 가치인 사람을 살았던 조 대표는 서점을 전환점으로 작가이자 서점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조지오웰의 혜안은 유럽의 동네서점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지게 됐다. 자녀 교육차 파리에서 잠시 살았던 조 대표는 블록마다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동네서점들을 보며 출판문화, 인문사회학을 사회의 중요한 주춧돌로 삼는 그들의 모습에서 서점을 열겠다고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셰익스피어&컴퍼니(Shakespeare & Company)'같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서점들이 건재하고, 하나의 명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은 서점을 하나의 정신적인 유산으로 바라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본주의 논리보다는 하나의 철학으로 받아들이고 시작하게 됐어요."
작은 규모의 동네 서점으로서 이곳의 책들은 양적으로 기존의 서점들과 비교할 수 없다. 대신 이곳에서는 주인과 손님이 함께 책에 대한 코드를 공유할 수 있다. "고등학생인 딸에게 읽히고 싶은 책들을 주로 선택해요. 그러면서 제가 읽고 싶은 책들이기도 하죠. 그렇게 코드가 맞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늘어났어요. 이렇게 3년째 이어왔죠."
조지오웰의 혜안은 책 판매뿐만 아니라 문화공간으로서 이벤트가 이뤄지고 있다. 정기적으로 매년 가을에는 인문학 강연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독서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 외에도 현직 작가들을 초청해 신작소개 등 북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참가비를 받거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어서 재능기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만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동네에서 함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문화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우려 반 걱정 반으로 서점을 시작했다는 조 대표는 차라리 북카페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주변의 이야기에도 확실한게 좋고, 서점이 좋아 손님이 적더라도 전형적인 서점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조지오웰의 혜안은 동네에서 향기가 될 수 있는 공간이자 동네 사람들에게 친구같은 공간을 지향한다.


고창 책마을 해리
-누구나 한 권의 책, 한 개의 도서관-
고창군 해리면에 위치한 책마을 해리는 바닷가 근처에 있던 폐교 나성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곳으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농업ㆍ역사ㆍ문화ㆍ예술ㆍ생태 이야기를 책으로 묶는 독특한 체험공간이기도 하다. 책마을 해리는 규모 있는 출판사를 운영하던 부부가 내려와 만든 곳으로 책의 기획, 활자꾸미기, 글ㆍ그림 만들기, 편집하기, 제본하기 등까지 출판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캠프를 열고 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채우는 콘텐츠들은 고창의 역사와 문화, 생태와 농업활동, 그리고 지역생활사로 자연스럽게 고창의 문화를 알아가고, 동시에 홍보효과까지 갖는 이색 체험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불어 책마을 해리에서는 매달 보름달이 뜨는 금요일 밤, 부엉이와 보름달이라는 작은 축제 열린다.책마을 출판캠프 뿐만 아니라, 방과후 마을학교, 그림책 워크숍, 편집디자인스쿨, 어린이시인학교, 청소년만화학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가 출판자가 되고, 작가가 되고, 책마을의 타이틀인 '누구나 한 권의 책, 누구나 한 개의 도서관'이라는 타이틀에 부합하는 컨셉이다.




최초의 독립출판 서점 에이커
-나만의 책 만들기, 제작부터 유통까지-
최근 독립출판 서점들이 뜨고 있다. 독립출판이란 제작부터 유통까지 대기업의 자본을 빌리지 않고, 소규모로 자신이 직접 출판하는 과정을 말한다. 아직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지는 못했지만, 독립출판에 관한 이야기들이 SNS에서 조금씩 떠오르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주에도 독립출판서점이 존재한다. 바로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전주 최초의 독립출판 서점 '에이커'다. 에이커는 플래그십스토어로 1층에는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셀렉트샵, 지하1층에는 독립출판서점이 있다. 플래그십스토어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 상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여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책을 유통시키려면 소정의 절차를 통해 ISBN(국제표준도서번호)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에이커에서는 이런 절차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이는 독립출판서점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독립출판서점에서 판매하는 책들은 소규모 인쇄로 단가가 조금 비싸지만, 어느 누구든지 자신의 저작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에이커에서는 시집, 일러스트 등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고 있다.


익산 '지역속의 작은 책방'
-공중전화 부스, 책방으로 다시 태어나다-
'책 읽는 문화도시 익산'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익산시는 범시민 독서캠페인을 전개한지 6년차로 접어들었다. 2014년 4월, 익산시는 중앙체육공원과 배산체육공원에 공중전화 부스를 개조해 '공원속 작은 책방'이라 이름 짓고 시민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이색적인 독서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공원속 작은 책방은 이곳을 지나가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도서관이다. 시민들이 공원을 산책하면서 휴식과 함께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책방에는 아동도서, 시집 등 어린이와 성인들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도서 200여권과 익산 홍보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이용객들을 자유롭게 책을 읽고 다 읽은 후에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된다. 시립도서관은 사서업무지원단의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해 도서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공원속 작은 책방은 무인으로 운영되며, 독서생활화를 정착시키고 마을 주민들의 정보격차 해소와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설치됐다. 시립도서관은"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공원 내에 책방을 설치해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책을 읽고 나서 제자리에 놓아두는 등 시민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시립도서관은 무인도서관의 이용활성화와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도서기증을 받고 있다.




책과 함께 잠시 멈추다, '북스포즈'
-책맥을 즐길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 공간-
전주엔 흔히 부르는 '치맥'이라는 단어 대신 책과 맥주를 합친 '책맥'이 존재한다. 바로 책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 서점 '북스포즈'다. 책과 토론이 공존하는 지혜의 숲이 되었다가도 때때론 카페로, 혹은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로 변신한다. 북스포즈의 책장에는 '포즈잇'이라 불리는 특별한 것이 꽂혀있다. "'포즈잇'은 책의 내용이나 누구에게 필요한지 등 디렉터들과 책을 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가 담긴 일종의 '책에 대한 힌트'에요. 방문하는 이들이 책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남겨둔 것이죠" 북스포즈는 이외에도 심야책방, 강연회 등 열며 새롭게 떠오르는 로컬 커뮤니티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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