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20.6 | 특집 [수요포럼]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다
결핍이 또 다른 예술 트렌드를 만든다
이동혁(2020-06-08 17:28:06)

수요포럼 |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 하다


결핍이 또 다른 예술 트렌드를 만든다



문화예술계를 이토록 침체시킨 사태가 달리 또 있었을까.

최초이자 최악, 이 낯선 재난 앞에서 예술인들은 유래 없는 혼란과 어려움을 겪었다. 시쳇말로 국내 문화예술계는 ‘멘붕’에 빠졌고, 사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으로 움직이고 있다. 당장의 생계 문제부터 앞으로의 전망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더듬더듬 손으로 짚어 가는 지난한 과정. 그 무엇도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였다. 코로나19 이후의 문화예술계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것.


지난 5월 20일 저녁 7시,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의 문화예술계를 진단하는 포럼이 열렸다. 사회적기업 마당이 마련한 ‘198회 수요포럼’이다.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포럼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리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결국 예술인들은 새로운 답을 찾아 낼 것이라는 희망찬 결의였다. 어려움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려움을 발판 삼아 더 위 단계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것. 결핍이 또 다른 예술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발 제 | 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 참가자 | 고동우 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아토 이사장
 | 김판묵 C.ART 전 대표
 | 박근영 뮤지컬 수컴퍼니 대표
 | 박윤호 기타리스트
 | 박태건 시인
 | 이도현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 대표
 | 이왕수 전주문화재야행추진단 기획감독
| 일 시 | 2019년 12월 4일 (수) 오후 5시
| 장 소 | 전주 한옥마을 공간 봄
| 진 행 | 이동혁 기자



코로나19 과제와 전망



“코로나 사태 이후 똑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들을 논의하고 있다”며 발제의 운을 뗀 장 연구위원은 먼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한 고용 취약 예술인의 규모를 추정으로밖에 알 수 없단 점을 설명했다.


“문화예술계는 이런 피해 규모를 조사할 때 추정밖에 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예술인실태조사 기준과 예술인복지재단이 가지고 있는 예술활동증명 기준을 통해 보면, 고용 취약 예술인의 규모가 각각 79,000여 명, 31,000여 명인 것으로 나오는데, 문제는 정보공개법에 의해서 정확한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원을 하고 싶어도 누가 고용 취약 예술인인지 알 수가 없단 겁니다.”


이처럼 명단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선뜻 지원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으면 정책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누구를 지원할 것이냐 했을 때, 전업 예술인들만 지원할 것인지, 비전업 예술인들도 포함시킬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예컨대, 예술인뿐만 아니라 기획자, 생활문화매개자, 무대 설치 종사자들까지도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 기준을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실정이다. 더불어 예술활동증명을 하지 않았다 해서 그 사람을 예술인으로 보지 않을 것이냐 하는 문제도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예술활동증명이란 것이 현재 정부에서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이것이 예술인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술활동증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게 예술가 본인에게 유리하고, 정보공개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예술활동증명이 지자체에서 공유가 돼서 관리가 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해재난 대비 문화예술 대응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 발제가 이어졌다. 장 연구위원은 재난 과정과 회복 과정을 구분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말하며, 재난 대응 문화정책 대상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예술인과 재난 피해 복구 및 지원 주체로서의 예술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예술인들에 대한 구호 활동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고, 두 번째는 지원 주체로서의 예술인입니다. 재해재난을 겪은 국민에게 위로나 치유를 전하는 주체로서의 예술인 역할도 있어야겠죠. 예술이 갖는 사회적 가치의 실현인데, 예를 들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을 기록하는 기록자로서, 문서나 비디오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서 이 재해재난을 기록하는 예술인들의 역할도 필요한 거죠.”


이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작성한 ‘문화예술 분야 긴급지원 및 구호 대책안’에 대한 설명도 이뤄졌는데, 현재 ‘문화예술 뉴딜 정책’과 ‘온라인 예술 뉴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문화예술 뉴딜 정책’에선 △프리랜서 예술인의 긴급 생계비 지원 △긴급 미술작품 구입 프로젝트 및 온라인 경매 이벤트 진행 △예술가와의 영상 통화(영상 인터뷰) 프로젝트 등이 안으로 제안된 상태고, ‘온라인 예술 뉴딜 정책’에선 △온라인/비대면 콘텐츠 기획•제작 지원사업 추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릴레이 공연/전시 스트리밍 지원 사업 추진 △사립 박물관•미술관 대표 소장품 온라인 전시 지원 사업 추진 △온라인 확산 지원사업, 공연영상 콘텐츠 제작사업, 공연실황 생중계 사업, 초연작품의 영상사업화 △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지원 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예술인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인지 살펴본 데 이어 본격적으로 재난 이후 구호와 지원 대책에 대해서도 발제가 진행됐다. 정부 차원 대책 예시로 크게 세 가지가 소개됐는데,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의 조속한 시행 △예술인 임금조건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 보완 △예술품 담보대출제도 활성화다.


“그동안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률이 24.1% 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프로젝트 베이스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했죠. 이런 예술인들의 경우 이번처럼 감염병이 발생하면 아무것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분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법이 오늘 통과가 됐고, 빠르게 진행되면 올해 안에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이 실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준계약서에 대한 내용도 강조됐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도 항상 도마 위에 올랐던 이슈였지만, 이번 재난 이후 피해 증빙을 위한 자료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 탓이다.



예술품 담보대출제도 활성화는 일반적으로 대출이 어려운 예술인들을 위해 예술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 작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 준다는 내용을 담고 제도다. 세계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 제도인데, 국내에선 예술 작품에 대한 국가 기준이 만들어져 있지 않아서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고민할 제도도 함께 발제됐다. 첫 번째로 ‘긴급 재난지원 기금 마련’에 대한 부분에선 총 300억 원 규모의 문예진흥기금에서 발생되는 이자를 재해재난 기금으로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제안됐다.


“국가는 법을 바꿔서라도 추경을 내려 줄 수 있지만, 전라북도는 하고 싶어도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이 문예진흥기금 이자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문예진흥기금이 현재 300억 원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발생되는 이자가 약 3억 원인데, 지금까지는 문예진흥기금 적립 목표가 350억 원이어서 이걸 사용하지 않고 계속 적립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적립 목표액을 300억 원으로 낮춘 다음에 이자로 발생되는 돈을 재해 재난 기금으로 투자하면 어떻겠냐는 거죠. 3억 원 정도를 긴급하게 쓸 수 있는 겁니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문예진흥기금 사용처 지침에 대한 조례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과제가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지원금을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장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도에서 문화재단에 빨리 실태 조사해 보라고 하죠. 그럼 파악해서 이런 사업을 빨리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면, 다시 도의 예산 부서로 넘어가서 추경이 세워져요. 그걸 또 위에서 승인을 해야 되고, 도에 추경이 내려와서 재단에 전달되면 이미 상황은 끝나 있습니다.”


즉, 광역문화재단에 기금을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권한들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조례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앞선 문예진흥기금 사용처 지침과 함께 체계와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벌어질 지원사업의 예산 집행 문제에 대해서도 세부 지침이 세워져야 하며, 문화예술 분야의 회복력 제고를 위해 선금지급제도 등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됐다.

언택산업에 대한 전망도 발제의 마무리로 소개됐다. 일명 홈족, 집에만 머무는 사람들에 대한 여가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대표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 시장이 가장 활성화되리란 예측이다.


“그러면 문화예술계도 거기에 대응을 해야겠죠. 문화예술교육을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 수 있는 자기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예술은 항상 만나서 해야 된다? 이건 안 된다는 거예요.”


이와 더불어 심사나 컨설팅 체계도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 등 장점도 많지만, 한계점도 함께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가 많은 예술인의 경우 이런 비대면 심사 자료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 지원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비대면 사업이 나왔을 때, 예술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결국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산업뿐만 아니라 디지털 정보에 대한 자기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행정이나 문화재단 차원에서의 교육도 물론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겠죠.”


결국 예술가들은 답을 찾을 것이다



재난 시기 피해 증빙 자료로서 중요성이 커진 표준계약서와 관련해 먼저 이에 대한 논의가 포럼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고동우  원론적인 문제지만, 고용주와 피고용인이 서로 협의하면서 안의 내용을 확실히 인지하고 서명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이 형식적으로 서명할 뿐, 내용을 알고 있는 예술인들은 거의 없다는 거죠. 현재 표준계약서는 문서로 남겼다 정도의 아주 형식적인 계약서여서 이런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김판묵  시각예술의 경우 공공기관 이외에는 표준 계약서 작성이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어요.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기획전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저 또한 시각예술에 10년 동안 몸담고 있으면서 몇 번 해 본적 없는 일입니다. 만약 하더라도 아트피를 받는 게 어려울 때도 있고요.

현재 실정은 보통 민간 갤러리에서 기획전을 하거나 비영리 단체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민간 갤러리 같은 경우 기획을 따내기 어려운 점도 있고 수입이 나오지 않는 갤러리들도 많이 있는 관계로 작가들에게 아트피를 지급하고 표준계약을 통해 기획전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이후 표준계약서가 의무화 혹은 권고사항이 될 경우 민간 갤러리들에도 어느 정도 지원이 이루어져야 민간 갤러리들도 그 지원을 기반으로 시각예술인들과의 계약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세길  저는 결국 제도화가 될 것 같아요. 지금 영화 쪽은 아주 철처하게 바뀌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말씀하신대로 전시 한 번 했을 때, 작가한테 지급할 돈을 안 주잖아요. 그걸 국정과제에 포함시켜서 예술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발표는 안 됐는데, 전시했으면 하루에 얼마씩, 호당 가격 얼마씩, 준비했을 때 프로젝트가 얼마, 이런 것이 예술상이란 개념으로 하고는 있어요.

표준계약서 관련해서 중요한 게 공공기관에서는 계약서를 써요. 갑의 입장이래도. 그런데 민간에서는 전혀 안 하고 있죠. 이것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 제도화돼서 의무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도현  저도 그건 가능할 거라고 보고 있고,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렇게 됐을 때 피고용인 측에 가까운, 을의 입장도 반영된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지면 좋겠어요. 그게 이뤄지지 않으면 똑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계약서에 이렇게 명시돼 있잖아, 라면서 또 다른 갑질이 발생할 것 같거든요.
박태건  저는 알아서 마스크를 준비하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봐요. 발제문 전망에 대한 부분을 보면 예술가들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데, 결국 상황이 변했고 바뀐 형식에 맞추라는 거잖아요. e나라도움 나왔을 때 예술가들 난리가 났었어요.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합니다.

즉, 예술가는 예술을 할 수 있게 하고, 기획자나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서 해야 합니다. 헤밍웨이 다들 잘 아시죠. 노인과 바다를 통해 노벨상을 받았는데, 이 책이 어떻게 나왔냐면 미국의 유명한 출판 기획자가 계속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작품에 어드바이스도 해 주고, 예술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해 주면서 나온 작품이거든요.

포스트 코로나가 됐다고 예술가들한테 e나라도움에 이어 또 다른 것들까지 공부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헤밍웨이와 출판 기획자의 이야기처럼 예술가는 예술을 하게 두고, 그 예술가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고용이나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박근영  예술인들이 어딘가에 속해서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일자리를 창출해서 예술인들이 월급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 주는 거죠. 사실 예술인들에 대한 복지가 크진 않잖아요. 예술인증명이 된 사람들이 어딘가 일반 기업에 직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또 그때 정부에서 고용 지원금 형식으로 일정 부분을 지원해 준다면 극단을 운영하시는 장이나 예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장세길  예술인들을 일반 기업에 취직시켜서 갔을 때 고용 장려금을 지급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이시죠. 지금도 그런 제도가 있습니다. 예술인 복지재단에서 하는데, 문제는 이거예요. 지속 고용이 가능하냐는 거죠. 기업에 예술인이 가는 건 지속 고용이 가능하겠죠. 고용 장려금으로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런데 예술인이 일반 기업에 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거죠. 또 9시부터 6시까지 죽어라 일을 하면 정작 예술 활동을 할 시간은 없고... 현재 예술인복지재단에 있는 예술과 기업의 만남 제도를 조금 더 키우는 방식,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은 좋은데, 또 문제는 기업 참여가 없어요. 기업들 입장에선 어떤 업무에 예술인을 써야 할지도 고민이고, 그런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 돈을 다 준다고 해도 기업 참여가 없는 상황이에요.


박윤호  요즘 아파트 같은 곳을 방문해서 베란다에서 음악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찾아가는 음악회가 있잖아요. 저는 그 사례가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물론 음향의 질적인 부분에선 많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계속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저희가 무슨 지원을 받아도 명분이 서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모습만 보이면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도현  공공 예술 프로젝트,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그리고 한 팀만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팀들이 모여서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 낸다든가, 방법을 모색하는 거죠. 그렇게 멈춰 있는 예술계가 조금씩이나마 숨을 쉬고 돌아갈 수 있게 연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방금 얘기해 주신 것처럼 다음에 지원할 때, 코로나 때문에 못 했어요, 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또 이렇게 움직였잖아요. 그러면 이 사람들은 한 것이 되는 거예요. 저희도 움직여야 되고, 함께할 수 있는 여러 팀들을 엮어 주는 역할들도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왕수  제가 생각한 건 일단 시에서 지역 방송사를 설득해 주면 어떨까 하는 거예요. 방송사마다 지역 예술인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하나씩만 있어도... 그런 식으로 지역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소개될 수 있는 방송이 편성된다고 하면 이걸 보고 찾아 줄 수도 있고, 이 방송이 활동의 발판이 될 수도 있겠죠.

수익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 봤는데,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 기업을 유치해서 광고를 올리고 그 수익을 다시 예술인들에게 환원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오면 어떨까... 김태호 PD가 서울에서 놀면 뭐하니, 해서 굉장히 파급 효과가 컸잖아요. 전라북도엔 그런 방송이 아직 안 나왔고요. 1회성이 아니고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서 방송사마다 고정적인 프로그램들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요. 시나 도가 어필을 해 주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태건  포스트 코로나가 기존 매체를 변화시킬 거라고 봅니다. 무대도 닫힌 공간보다는 야외로 확장될 거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데 있어서도 다른 개념이 생기겠죠. 다음 판데믹이 온다면 더 심하게 올 거거든요. 그럼 핵심은 ‘줄’이라고 봐요. 드라이브 쓰루처럼 줄을 서서 공연을 관람하게 될 거고. 그렇다면 도시 구조에도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 왕래가 많은 곳에 거대한 미디어 월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것들을 지나다니면서 향유한다든지... 결국 접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그런 매체가 만들어지면 콘텐츠는 예술가들이 만들면 되는 거니까요.


고동우  저는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 봤어요. 첫 번째가 우리 세대 이후에 아이들이 예술가를 하려고 할까. 이런 사태를 통해서 못 먹고 못 사는 걸 알아 버렸는데. 부모들도 안 시킬 거고요. 그런 우려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 세대의 책무하고 생각해요.
그리고 영상 쪽으로 더 많이 발달될 거라고 봐요. 지금도 유튜브를 많이 시청하고 있거든요. 제 예상에는 앞으로 더 많은 콘텐츠들이 영상으로 옮겨 갈 것 같고요. 홈족들도 점점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온라인 예술과 오프라인 예술 둘로 더 심화돼서 나뉠 것 같아요.

온라인 예술의 경우 한 번 촬영해 놓으면 또 언제든지 시청이 가능하죠. 여기저기서 이걸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정작 예술가에게는 한 번의 무대 페이밖에 안 들어오고. 그렇게 온라인 예술이 활성화되면 예술가들은 점점 줄어들겠죠. 그리고 오프라인 예술은 귀족 예술로 변모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술교육이 온라인으로 많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예측을 하셨는데, 지금 인기 유튜버처럼 예술 강사들 중에도 스타 강사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들 중 몇 명만 수익을 창출하고 도태된 강사들은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유명 예술 강사의 영상이 마치 교과서처럼 전국의 학교에서 재생되고, 나머지 예술 강사들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어요.

제안드리고 싶은 건 고용주인 대표들의 인건비를 책정할 수 없는 부분이 개선됐으면 합니다. 이것 때문에 표준계약서를 쓰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아요. 지원 사업이나 공모 사업에 대표들의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고요. 또, 비대면 시대에 맞춰 촬영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송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고,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원 사업비의 30%든 50%든 운영비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부분들이 계약서에 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세길  방금 말씀에 첨언을 하면, 단체 대표에게 돈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 예산을 만들고는 있습니다. 정부 보조금 지원사업에서는 불가능한데, 지역별로 자체 예산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해요. 일명 소셜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대표자가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증명되면, 대표라도 인건비를 가져갈 수 있게 한다든지, 일반 운영비를 쓸 수 있게 하는 방안들이 하나씩 나오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예술인들이 계속 요청하는 것이고, 이를 뒷받침할 근거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례가 필요하단 거예요.

이왕수  저는 혼밥, 혼술, 혼방이 있는 것처럼 ‘혼예’가 탄생할 것 같아요. 앞으로의 예술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 것이냐, 했을 때 결국 그 트렌드도 예술가가 만들어 내는 거거든요. 예산 지원에 대한 부분도 예술적 행위나 방향을 확 틀어 줄 수 있는... 그런 부분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최근 심사를 다니면서 느낀 건데, 예술의 형태가 많이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젠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으로 평가받는 예술이 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고요.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예술이 많이 탄생하더라고요. 자연을 활용을 했을 때, 많은 예술이 이것과 접목해서 탄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겠구나. 이런 것들이 축적되면 코로나에 대비해서 먹고살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러 말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마지막 이왕수 기획감독의 말이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어디서도 겪어 보지 못한 코로나라는 초유의 사태, 그러나 결국 예술가들은 또 다른 돌파구와 트렌드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믿음. 결핍이야말로 예술가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란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모두가 재난이라 말하지만, 이를 장애물이 아닌 넘어야 할 벽으로 보는 예술가들에겐 다음 단계로의 스텝업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맞닥뜨렸을지 모를 현행 예술 트렌드에 대한 의심과 고민. 어쩌면 코로나가 그 고민의 시기를 조금 앞당긴 것은 아닐까.                 

정리 이동혁 기자, 사진 유백영 객원편집위원


•장세길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부 연구위원



전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화두들을 연구, 발표하고 있다. 전북문화저널 기자와 기획팀장을 거쳤으며,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동우 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아토 이사장



문화예술교육협동조합 아토 이사장과 한국국악협회 군산지부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국악강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불거진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방역업체 ‘소독하는 남자들’을 설립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획으로 코로나 시대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판묵 C.ART 전 대표



군산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했다. 2012년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2018년 교동미술관 ‘제7회 젊은미술전 -이 작가를 주목하라-’에 선정됐으며, 2019년 ‘제5회 군산미술상’을 수상했다. ‘BETWEEN’, ‘PERSONA’, ‘안과 밖으로부터’ 등 8회의 개인전과 90여 회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박근영 뮤지컬수컴퍼니 대표



뮤지컬수컴퍼니 대표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청소년예술교육 전임강사를 맡고 있으며, 2008년부터 현재까지 뮤지컬 배우 및 안무감독, 연출 등으로 활약해 왔다. 김광석 Tribute 뮤지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비롯 3.1운동 100주년 기념공연 ‘THELEDAERS’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기타리스트 박윤호



베이스 기타와 하모니카 연주자로 18년간 음악 활동을 펼쳐 온 베테랑이다. 퓨전재즈팀 ‘바람처럼’과 재즈팀 ‘이그르산재즈트리오’에서 베이스로, 퓨전재즈팀 ‘재즈피아’에서 베이스와 하모니카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박태건 시인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원광대 대안문화연구소에서 지역문화 연구를 했다. 익산민예총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전북작가회의 부회장이다. 『익산, 종교화합의 성지를 가다』, 『익산, 도시와 사람』, 『강을 거닐다』, 『유적 따라 이야기 따라』, 『전북문화지도』, 『익산구술사』를 펴냈다.


•이도현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 대표



1987년 극단 토지에 입단해 활동하다 1995년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을 창단하고 현재까지 다양한 공연과 연극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익산연극협회 지부장을 비롯해 전북연극협회 부지회장, 익산문화도시추진위원, 익산예총 이사, 서동축제추진위원, 익산야행추진위원, 아르케협동조합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이왕수 전주문화재야행추진단 기획감독



전주문화재야행추진단,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창극 ‘만세배 더늠뎐’ 연출을 비롯해 다수의 판소리극과 음악극에 연출로 참여했다. 2016년 국립무형유산원 연출가 발굴전 ‘출사표’ 최우수 작품 연출상 수상, 2017년 전라북도무대공연작품 페스티벌 판소리극 ‘화용도’ 최우수작품 선정, 2018년 문화재청 문화재활용사업 ‘전주문화재야행’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