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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 특집
선배와 후배 연극인들의 의미 있는 만남
대학연극축제: 사유도전실험연대
류나윤 기자(2023-12-29 10:27:51)

대학연극축제: '사유도전실험연대'

선배와 후배 연극인들의

의미 있는 만남



지난 가을, 전북의 대학 극단들이 전주 동문길의 창작소극장에 모였다. 전북 연극계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창작소극장이 연극계 후배인 대학 극단들과 소통하는 '대학연극축제: 사유도전실험연대'의 자리였다. 9월, 전북대학교 중앙동아리 '기린극회'의 <죽음 혹은 아님>과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동아리 '극단 몸짓'의 <리모콘>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전주대학교 중앙동아리 '극단 볏단'의 <햄스터 살인사건>이 관객과 만났다.

축제는 창작소극장을 지켜온 선배연극인들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연락이 뜸했던 대학 극단들에 선배들은 안부 차 전화를 걸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주교육대 '극단 이랑'이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이었다. 팬데믹 시기, 공연예술계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극단도 예외는 아니었다. 4년마다 단원들이 졸업을 하게 되는 대학 극단들에게 2년의 공백은 컸다. 심각성을 느낀 창작소극장은 남아있는 대학 극단들을 모았다.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소극장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연극축제를 만들기로 하고 올해 7월 첫만남을 가졌다. 대학 극단들은 공연 지원 비용 100만 원과 포스터, 팜플렛 등의 홍보물, 창작소극장의 대관 등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대학 극단과 기성 극단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관객이 창작소극장을 찾아 공연을 즐겼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연극을 올렸던 기린극회와 극단 볏단과는 달리 2018년 이후부터 공연하지 못한 극단 몸짓으로서는 의미가 남달랐다. 이 축제를 계기로 중단됐던 기성 극단과 대학 극단 사이의 교류, 대학 극단끼리의 교류가 다시 이어졌다.



기린극회 '죽음 혹은 아님'


연극으로 하나 되는 세대

축제를 마무리하면서 창작소극장측은 '대학연극의 연대를 바탕으로 미래지속가능성에 대해'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연극축제를 돌아보며 개선할 점을 찾고, 연대의 의미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였다. 기린극회 단원 박희수씨, 극단 볏단의 이민욱 회장, 대학연극축제 박규현 집행위원장, 창작소극장 이종화 사무국장, 창작극회 최나솔 단원이 함께 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극단들은 모두 긴 역사를 자랑한다. 기린극회는 1960년 전북 연극계의 개척자인 故박동화 극작가에 의해 창단했다. 극단 볏단과 극단 몸짓 또한 1978년과 1984년에 창단했다. 하지만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그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었다. 무대를 올릴 수도, 만나서 연습할 수도 없었다. 무대를 경험한 선배들이 졸업하며 조명, 음향과 같은 전문적인 부분을 배우는 것도 힘들어졌다.

"볏단은 코로나를 거치며 거의 재창단이 되었어요. 동아리가 없어져도 무방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연극을 경험했던 선배들이 전부 졸업하며 올해도 큰 위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축제를 통해 다시 나아갈 동력을 얻었습니다."

축제는 기성 극단에도 큰 의미를 주었다. 기린극회가 선보였던 연극 <죽은 혹은 아님>은 세르지 벨벨 원작의 극으로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했다. 소극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인터미션도 진행되었다. 내용 또한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이고 심오한 내용을 담았다. 청춘들이기에 할 수 있는 도전적인 연극이었다.

"창작극회는 아무래도 연극을 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상업적인 부분들도 고려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대학생들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극을 보면서, '사실 저게 우리가 해야 하는 연극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대학 극단들이 털어놓은 고충에 창작소극장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초 창작극회의 신입 단원 워크숍에 대학 극단도 함께 참여하여 연기와 연출 지도를 받을 것을 제안한 것. 다음 축제는 창작소극장이 재원 제공과 극단끼리의 매개 역할만 하고, 기획은 대학 극단들이 직접 진행하게해 이들의 자체적인 힘을 키워낼 계획이다.

기성 극단에게 대학 극단은 함께 연극을 하는 후배이자 동료이다. 대학 극단 단원이 졸업 후 기성 극단에 입단하기도 하니, 잠재적 인력(?)이기도 하다. 이번 축제를 계기로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질 전북 연극계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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