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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6 | 특집 [문화저널]
어린이 컴퓨터교육 조금 더 생각해보자.
이창현 전북대 컴퓨터공학과 2년(2004-01-29 13:48:50)


연전의 일이다. 한 친구가 국민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야겠다며 학원비를 물어왔다. 「뽀글뽀글」이나 「페르시아의 왕자」니 하는 컴퓨터게임이 주된 화제거리인 친구들로부터의 소외감에 학원엘 보내달라며 졸랐었던가보다. 결코 만만찮은 수강료와 영어를 모르는 국민학생에게 학원교육이 왠지 미덥지 않아 내가 한번 해보마 자청을 했다.
그래서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이 정보화사회의 꿈나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런데 순 영오로 된 명령어들이 골치였다. 철자도 철자려니와 영어식의 명령체계를 이해시키는 것이 고역이었다.ꡒ『피알아이엔티』는 「프린트」라고 읽고 무엇을 화면에 나타내고 싶을 때 쓰는 것인데 그 내용을 이 「프린트」뒤에 써야 한다.ꡓ고 컴퓨터의 엄격함을 거듭 강조해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그때뿐이지 파격적인 문법으로 매번 혼을 빼놓는 거였다. 결국 나는 컴퓨터의 기초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석에겐 수긍하기 힘든 동사 뒤에 목적어가 오는 미국어법만을 강요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달았던 것이다.
우리글로 된 교육프로그램 하나 갖추어 놓지 않은 채로 학원에서 학교에서 어린이들에게 뜻도 모르는 영어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는 현실을 비로소 바라보게 되었다. 외래명령어로 어린이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어학원을 방불케 하는 처음의 명령어교육 후에 의례 베이직명령어 하나 배우고 게임 실컷하고 오는 「유료게임동호회」처럼 되어버리는 우리의 학원문화를 탓할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과거 8비트시절에도 있었던 한글명령으로 돌아가는 베이직같은 프로그램이 16비트니 32비트니 하는 오늘날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컴퓨터란 것이 문지르기만 하면 무슨 소원이든지 다 들어주는 것처럼 선전해대는 대기업들이 「제살깍아먹기」식의 덤핑행위 빼놓고 자라나는 시대의 컴퓨터 교육을 위해 한 일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그나마 부분적으로 돌아가는 한글 도한 정부 표준이란 것이 타자기만도 못해 없는 글자가 수두룩하고 기업마다 코드가 달라 다른 컴퓨터에선 엉둥한 글자가 쏟아져 나오는 형편이니 큰맘먹고 사준 컴퓨터가 고가의 게임기 구실밖에 못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컴퓨터한글체계에도 큰 책임이 있다.
한글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컴퓨터 개발은 아직 멀었다 하더라도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베이직과 도스만이라도 속히 한글화시켜 정식 교육교재로 사용하여야 한다. PRINT ꡒ문화저널ꡓ이 아닌 ꡒ문화저널ꡓ을 찍으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어법에 맞는 컴퓨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ꡒ몇 메가 디 램을 세계에서 몇번째로 만들어내는가ꡓ하는 문제 못지 않게 중요함을 모두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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