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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특집 [먹거리 이야기]
'김치종주국'의 서글픈 현실
김두경(2003-07-03 14:53:59)

김장철이 지난지 벌써 한참인데 김장이야기 쓰려니 어설적지만 곳곳에 버려진 짓가심들을 보자니 속도 상하고 산골에 살면서 동네 어르신들 긴장하는 모습을 보자니 속이 터져서 한마디하고 싶다. 하우스가 일반화되면서 우리 농촌에도 큰 변화가 생겼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김장만 해도 그렇다.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이 온갖 싱싱한 채소들이 싼값에 공급되다 보니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던 김장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요즘에는 아예 몇 포기 사다 먹고 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겨울에도 시장에 가면 언제든지 싱싱한 채소를 비롯 짓가심들이 널려 있고 필요하면 담그면 되는데 많이 담글 이유가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김치공장에서 여러 종류의 김치들이 만들어져 집 앞 가게에서 언제라도 사먹으면 되는데 힘들게 김치 담글 까닭 또한 없다. 힘들게 김치 담그는 시간에 돈벌어서 사면된다는 생각이다. 그것보다도 시골에서 담가오면 된다는 생각이다. 분명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TV에서 신문에서 김치 종주국임을 자부하며 김치 하면 한국이라고 당연한 듯 말한다. 언론매체 뿐 아니라 우리나라사람 대부분은 그렇게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줄 안다. 하지만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그 사람들이 과연 김치를 자신 있게 담글 수 있는지 나는 의심스럽다. 만약 할 수 있다면 배추김치 정도 담그는 게 고작일 거라고 생각한다. 김장이라고 많이 해야 20포기 30포기하고 열포기 미만으로 하는 집이 수도 없는데 배추김치 말고 무슨 김치를 담글 수 있을까? 보쌈김치, 백김치, 동치미 담는 집이 얼마나 있으며 빠감지, 허튼지, 잎새기싱건지, 겨지, 단무지, 칠월지, 팔월지, 나박지, 쪼각지등 셀 수없이 많은 김치들을 언제 담아볼 수 있을까? 그러고도 언제까지 우리는 김치의 종주국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뿐만 아니다. 이삼십포기 하는 것도 40∼50대 주부가 있는 가정에서나 있을법한 일지지 20∼30대 가정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사다먹는 것을 현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부모님김치가 맛있느니 어쩌느니 하며 담가놓은 김치를 얻어간다. 이런 자식들이 예쁘다고 시골에 계신 부모들은 열심히 해서 올려보낸다. 많이 배운 자식들은 김치 안담가도 할 일이 많은데 언제 김치 담겠느냐 생각한다. 그렇다. 수 천년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 끊어져도 높은 학벌에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다. 열심히 해서 올려보내는 그것이 한심하거나 안타까운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잘나고 많이 배운 자식들이 김장을 아예 해보려고도 않는 현실이 안타깝고 한심해진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김치가 기무치 보다 월등히 낫느니 세계에서 우리김치가 최고라고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정말 슬프다. 그렇게 쉽게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에는 김치공장에서 전문연구원이 전문연구실에서 연구하여 새로운 김치 새 맛의 김치가 많이 나올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저변이 없는데 어떻게 우뚝할 수 있기를 바란단 말인가. 고을마다 집집마다 서로 다른 양념의 김치를 담글 때 김치 종주국임을 자부할 수 있는 것이지 밑바탕이 없다면 종주국의 의미도 없는 것이다.

오늘날 저변이 허약한 우리의 축구를 보면 우리 김치의 미래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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