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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특집 [특별기획-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2 <익산>]
사위지 않는 백제의 숨결을 만날 수 있는 땅
백제문화권 개발계획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3 15:26:06)
익산은 천년의 세월이 공존한다. 거침없이 내달리는 자동차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백제문화의 숨결은 예나 지금이나 홀로 의연하다. 다만 천년전의 내 모양을 보살펴 주는 이, 기억해 주는 이가 있다면 역사는 다만 흘러서 잊혀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익산에는 무엇보다 백제 무왕과 관련된 전설과 문화유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에게 마를 캐던 소년, 서동으로 잘 알려진 백제 무왕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데려다 익산(구 익산군) 왕궁으로 도읍을 옮겨 나라를 경영했다는 왕궁터, 그리고 무왕과 그의 부인이 세웠다는 미륵사지 등이 대표적인 백제문화의 상징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특히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에 위치한 미륵사지는 한국 최초의 석탑인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과 함께 삼원병립식 가람배치를 가진 한국 최대의 사찰로 알려져 있다. 미륵사지의 존재가 현대에 이르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4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의 동탑지 발굴작업과 궤를 같이 한다. 이후 1980년∼1995년까지 15년간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뤄지면서 미륵사지의 전모와 웅장함이 지면위로 그 모습을 드러내 현재에 이르게 된 것. 발굴 과정 중에 녹유연목와를 비롯해 연꽃무늬 수막새 기와 등 백제만의 독특하고도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2만여점의 풍성한 문화유적이 함께 발견된 것도 더 없이 큰 성과다. 
미륵사는 신라의 침략을 불교의 힘으로 막기 위한 호국사찰로서의 성격이 짙고, 무왕의 왕권강화를 위한 정신적 구심점이 된만큼 역사적 중요성 또한 적지않다. 
그러나 문화재로서의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뼈대 위에 옷을 입히는 작업, 즉 토지매입과 사찰복원, 석탑정비, 전시관 건립 등 제대로된 복원과 정비작업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익산시는 고건축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사실적 복원을 위해 한국역사학회에 용역을 의뢰한 상태로, 이에 대한 보고서는 2001년경에 제출될 예정이다. 미륵사지가 갖는 역사적 중요성은 물론 문화 예술적 가치를 제대로 알려 나가는 동시에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발굴에 이은 사실적 복원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왕궁리 궁평마을에 위치한 제석사지 역시 궁궐 근처에 있는 내불당으로서 백제 천도설을 뒷바침하는 역사적 유물이다. 이 제석사지 목탑의 뿌릿격인 심초석 안에서는 금강반야바라밀경 19장이 금판에 새겨진 세계 유일의 금판경과 사리병 등이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밖에 구 익산군으로 대변되는 금마, 함열, 황등 등은 마한으로부터 백제로 이어지는 전통문화의 흔적이 방대한 곳으로 책 한권을 엮어도 모자랄 만큼 수많은 역사적 유물이 산재한 유서깊은 지역이다. 
충청남도와 익산시가 공동 추진하게될 백제문화권 개발계획이 지난 1994년도에 확정공고된 이후 1998년 6월 현재 충남에는 4천3백80억원이 투자됐으며, 익산은 4백17억원이 투자됐다. 익산은 충남 부여·공주지역과 함께 총 사업비 1조5천억원이 넘는 백제문화권 종합개발계획 특정지역으로 지정돼 2005년까지 여산과 춘포, 오산지역을 제외한 12개면이 백제문화를 입증하는 대단위 전통 문화 특구로서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륵사지 정비와 왕궁리 유적, 무왕과 선화공주가 자주 찾았다는 사자사, 입점리 고분 등 백제문화권 특정지역 지정사업은 전체 7백억원이 넘는 방대한 사업이다. 그러나 역사적 고증에서부터 지방재정 부족 등으로 사업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은 익산시가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와 함께 백제 문화에 대한 익산시민들의 자긍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익산시를 비롯해 문화주도층이 백제문화를 현대와 접목시키는 행사나 제대로된 이벤트 하나 갖춰놓지 못했다는 것은 산재한 문화적 자산의 풍부함에 비해 백제문화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은 극히 빈약하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백제문화 보다는 농경문화에 따른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더욱 강하게 드러나는 것만 보더라도 백제는 익산시민들의 삶에 깊숙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백제문화의 산실인 익산이 실패한 역사, 잊혀진 도읍지에서 오늘에 이르러 찬연한 전통문화의 꽃을 다시 피워내기 위해서는 익산시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역사적 복원 노력 등이 맞물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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