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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특집 [특별기획-전북의 땅과 문화, 사람들2 <익산>]
토박이들의 고유한 문화가 그립다.
익산 문화의 새로운 출구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7-03 15:28:13)
작열하는 8월의 태양 아래,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은 모처럼 방학을 맞은 아이들로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8월 4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익산 세계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덕택이었다. 행사 내용으로만 보더라도 아동들을 위한 축제라는 점에서 타 지역 축제와 비견될 바 없고, 익산시민들을 위한 모처럼의 큰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가지, 공연이 열리는 솜리문화예술회관이나 시민회관이 평소에 비해 상대적인 활기를 되찾았다 뿐이지, 시끌벅적하다거나 들떠있다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소극장, 대극장 어딜 가더라도 한 두 무리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눈에 띨 뿐이다. 홍보 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참여형태는 차치하고서라도 행사의 주체가 되어야할 익산시의 소극성이 여기저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문화행사를 통해 시민들과 외부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은 그 지역을 알리는 가장 기본적인 문화전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축제는 익산시의 문화정책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익산의 현대적 문화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익산시와 문화관계자들의 문화정책 및 문화 선양 의지 등을 살펴보다 보면, 몇가지 또렷한 현상을 감지해 낼 수 있다. 우선 익산은 지역적 색깔을 발할 수 있는 문화적 테마가 분명한 곳이지만, 이를 시민들의 삶과 생활속에 녹아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은 미흡한 편이다. 이는 구 이리시와 익산군의 정서적 융화와 현대 문화의 수요·공급층인 익산시민들의 지역적 밀착성 등의 문제로 풀어볼 수 있다. 
실제로 신생도시인 구 이리시 시민들과 구 익산군 군민들이 도농통합으로 행정구역상 한 몸이 되었지만, 여전히 정서적·문화적 차이는 완전히 극복되지 못하고 있어 일관된 문화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구 이리시민 대다수는 지역 토박이로 뿌리내리기 보다는, 익산을 타 도시진출을 위한 거점 정도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익산시 문화 인프라의 허약성이 어디에서부터 기인하는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역에 대한 밀착이나 애정이 깊지 않은 상황에서 문화 행사나 문화 제반시설이 일상적인 생활로 선뜻 다가서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익산시의 문화 선양 의지 역시 적극적일 수 없게 되는 악순환을 재생산해 내는 것이다. 실제로 익산지역 문화예술관계자들은 “개최해봤자 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솜리문화예술회관의 경우 잘 지어진 문화공간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대관 실적, 뜸한 ‘길손’들로 좀처럼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함께 익산시 전체에 그림이나 공예 작품 등을 볼 수 있는 갤러리는 단 한 군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극장 4곳, 시민회관 1곳, 종합문예회관 1곳, 전문시설과 미술관 부재 등 열악한 문화공간은 문화예술 활동이 전반적으로 미진하거나 타 지역으로 새어나가고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보석의 도시, 마한백제의 고도 등 문화적 테마를 뒷바침할만한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활동도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산시가 보석과 백제문화를 그나마 지역 특성으로 부각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생산적인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문화예술적 창출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익산이 일제의 쌀 수탈을 위한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하면서 하나둘 외부의 인구가 유입돼 생겨난 신생도시라는 점이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문화예술활동의 적극적 소통을 어렵게 하는 장애가 되고 있음은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일례로 익산출신 예술인으로 잘 알려진 거문고의 명인 신쾌동, 판소리 명인 정정열 등의 제자들이 공연발표회를 갖는다 해도 별다른 호응이 없는 것도 지역에서의 정신적 구심점을 갖지 못했다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한 문화관계자는 홍보 창구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공연, 전시 등 문화활동을 기획했다 하더라도 이를 알릴만한 방법이 쉽지 않을 뿐더러, 문화 프로그램 역시 전주지역 행사가 보도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상황 인식은 일면 익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소외감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창작활동을 펼칠만한 제반여건이 전주보다 실하지 못한 현실도 현실이지만, 이같은 피해의식이나 소외감 이 문화적 창작욕구를 무력화하는 한 요인이 될 수 있겠다. 
이러한 환경에서 익산예총이 주최하는 익산예술제가 1년에 2천4백여만원이라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32년의 전통을 이어 오고 있는 현실은 그나마 향토예술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안간힘으로 비쳐질만 하다. 그도 그럴것이 능력있는 예술인과 이들의 창작물을 향유할만한 수요층, 다시말해 문화주도층이 타 도시로 떠나고 있는 현실은 문화예술 발전 기반을 약화시키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총 최웅 회장은 “귀와 눈이 고급인 사람들은 대부분 전주에서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는 상황인데 만약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익산시와 예술인들이 각성하지 않는다면 익산 고유의 문화는 전주에 흡수되고 말 것”이라며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원광대 사회교육원과 원광문화센터, 여성회관, 동사무소 등에서 다양한 문화강좌를 실시하면서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가 실현되고 있는 현실은 다행스런 부분이다. 이와 함께 백제문화를 대표할만한 서동과 선화공주의 전설을 뮤지컬 형식으로 만든 <서동요>나 현진건의 『무영탑』을 원작으로 하는 <승천> 등은 전통을 현대로 끌어오려는 익산 문화인들의 의지로 비쳐진다. 특히 올 10월 20일 무대에 올려질 뮤지컬 <승천>은 익산이 아사달, 아사녀의 전설이 남아 있는 석공들의 도시였음을 그려내고 있어 향토사와의 연관성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해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익산은 보석가공업의 중심지인 동시에 백제문화의 산실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인 도시이다.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익산시의 회의적인 시각과 무력감 등이 극복된다면 이같은 매력은 충분히 발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농통합에 따른 ‘조화로운’도시의 건설과 시민들간의 융화, 그리고 구 이리시의 문화적 정체성 찾기 등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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