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3.1 | 특집 [연중기획]
위안과 희망을 얻다. 종교의
공간공간 3 - 기원의 장소 3
이세영 편집팀장(2013-01-04 15:02:57)

모든 근대적 고등 종교는 모여 기도하고, 신과의 소통을 기원하는 장소를 가지고 있다. 예배당, 수련실, 기도터, 이름은 다르지만 기능은 같다. 신과 직접적인 대화를 원하는 인간들의 염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성전. 성경에도 ‘하느님의 교회’가 나오지만 그 의미는 현재처럼 장소로서의 공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교회를 그리스도 예수와 같은 것으로 보는 것은 그들이 모여 있는 자체가 교회였음을 말해준다.

사실 같은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선지자로부터 교리를 듣고 깨달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집단의식을 공유하는 공간의 필요성은 기독교와 가톨릭의 경우 교회당, 성당이라는 건물로 상징화되고 여타의 종교들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그 공간이 어디였건 신과 인간이 만나고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만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지’도 같은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기원의 기원(基源)이 되는 장소는 종파별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마음을 닦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원불교는 진안군 성수면 만덕산 성지인 초선지를 두고 있다. 1924년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대종사와 열두제자가 처음으로 한 달 동안 선을 행했다는 초선지. 그곳에서는 교단창립의 주요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원불교 만덕산훈련원 강광국 교무는 “원불교 기도법으로 처음 기도를 한 곳이 초선지”라며 “소태산 대종사께서 ‘이곳은 내가 오다가다 들린 곳이 아니라 뜻이 있어 정하였다’하시고 ‘이곳에서 무수한 인재가 쏟아져 나올 것다’고 하셨다”고 초선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이곳에는 훈련원이 세워지고 많은 교도들이 배출이 되고 있으니 원불교의 지도도량이고 훈련도량으로 적합한 곳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불교도 참선을 중요시한다. 조용히 수도할 수 있도록 선방을 두고 묵언수행을 통해 깨달음의 길을 간다. 고요한 산사의 선방에 앉으면 숱한 장면이 스쳐지나간다. 그 장면의 끝, 무념무상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기원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아내는 일이다. 참선은 의심덩어리인 화두를 풀고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의 수행방법이다.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비는 마음조차 비워내는 수행을 통해 숱한 고승들이 이 땅의 중생을 구제하고자 했을 것이다. 포덕천하, 광제창생, 보국안민, 지상천국 건설을 주창하는 천도교도 수행을 중시한다. 정갈하게 정화수를 모시고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 차안과 피안을 궁구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기원한다.

가톨릭은 고백과 화해의 공간을 두고 있다. 고해성사실은 신 앞에 자신의 모든 죄를 고백하고 죄로 인해 단절된 신·교회를 나와 다시 잇는 장소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은 가장 근원적이며 적극적인 기원의 형태다. 죄의 사함을 받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신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사는 것 자체가 죄’인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기원의 화답은 아닐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