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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특집 [기획특집]
춤추고 노래하는 것만이 인도영화가 아니다
영화의 전주, 전주의 영화인 ②
임주아 기자(2013-06-05 10:10:26)

인도 영화하면 춤, 노래, 아름다운 여주인공만 떠올리는 이들에게 이번 특별전은 새로운 통로 역할을 했다. 두 간극을 좁히는데 초점을 맞춘 이번 비발리우드 영화들은 무엇보다 값지다. 인도영화특별전으로 상영된 9개 작품 중 <해리 결혼하다>와 <샤히드>는 빼놓을 수 없는 화제의 영화. 그 중심에 선 세 감독을 만났다.

전통과 변화의 줄다리기 - <해리, 결혼하다>의 텐징소남·리투사린 감독
<해리, 결혼하다>는 보기 드문 영화다. ‘인도영화특별전: 비욘드발리우드’의 아홉편 작품 중 유일한 다큐멘터리라는 게 그랬고, 다람살라에서 제작했다는 소식이 그랬다. 무엇보다 감독이 두명이라 더 궁금했다. <해리, 결혼하다>는 두 감독의 오랜 친구 ‘해리’의 결혼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리를 촬영해보고 싶었어요. 워낙 말 많고 재미있는 친구거든요. 해리가 결혼식에 우릴 초대했는데 그 과정을 기록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영화 배경도 빼놓을 수없다. 다람살라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땅으로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주인공 해리는 외국인 관람객들의 택시기사로 일하며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매일 통화로 얼굴 한번 못 본 연인과 “사랑해!”를 외치는 해리는 일도 사랑도 적극적인 인물이다. 일찍이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장르에 눈 뜬 두 감독은 “영화로 만들게 될 줄 몰랐던” 해리의 일상을 한편의 매끄러운 다큐멘터리로 탄생시켰다. 일상을 쫓으면서도 그가 발 딛고 사는 다람살라의 현실과 풍경을 빼놓지 않았다. 전통과 변화, 두 가치의 접점을 교차시키며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물음을 던지고 있다.“전통적 가치와 변화의 흐름 사이의 틈을 해리가 어떻게 조율하는지 바라보는 일이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어떻게 감당해 내는지 내내 지켜보고 있었죠.”1980년대 초부터 함께했던 리투사린과 텐징소남 감독은 주로 영국과 인도에서 티베트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장편영화 <구름에 가려진 태양: 티베트의 자유를 위한 투쟁>은 One World 국제 인권다큐멘터리 영화제를 포함해 다수의 영화제에 소개되기도 했다. “텐징과는 16세부터 알고 지냈어요. 그 시절에는 대학을 굉장히 일찍 갔는데 대학에서 보다가 나중에 미국에서 영화 공부할 때 또 만나게 됐죠. 그러다가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어요.(웃음)”(리투 사린)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감독. 지난해12월에는 ‘다람살라국제영화제’를 설립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인도영화산업의 새 길을 내고 있다.두 감독에게 이번 인도영화 특별전은 특별하다. “예전엔 이런 영화들이 설 자리가 없어서 개봉 할 엄두도 못냈는데 서서히 변화되고 있어서 기쁩니다. 이번특별전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작품은 <미스 러블리>와 <샤히드>였어요.”(리투 사린) “아주 좋은 현상입니다. 인도 영화도 이제 다양한 영화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 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앞으로 더 많은 영화제에 소개의 장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텐징 소남) 두 감독이 이끄는 다람살라영화제에서 새 나침반을 돌려주길 기대한다.

답을 주지 않는 게 답이다 - <샤히드>의 한살 메타 감독
그는 어느 날 뉴스로 ‘샤히드’ 이야기를 접했다. 젊은 나이에 많은 걸 이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없었다. 샤히드가 떠난 2010년, 인생에 커다란 영감을 받았다. 뭄바이 출신의 한살 메타 감독은 1998년 데뷔한 이래로 사법, 의료, 이민자 문제 등 뭄바이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샤히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에 죽어간 시민들을 위해 변호사가 된 ‘샤히드 아즈미’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인도 전역에 퍼져있는 테러리즘에 관한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는 인도 내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 관객도 있었고, 영화를 보지도 않고 무작정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 인도내 우익세력이 개봉을 막기도 했다.“누가 나쁜지 착한지의 문제를 떠나 사람들이 증오에 눈이 멀게 되면 누구든지 카테고리화시켜서 가해자로 몰아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관념을 없애고자 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것과 싸우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논쟁은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개인적 삶이 먼저 와야 공공의 삶도 올 수 있다”는 감독은 영화에 최대한 인물이 드러나도록 했다. <샤히드>가 법의 한계나 사회적인 부정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결국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판단에서다. 샤히드가 테러리스트 단체에 가입하는 동기에 대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에 “설명은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샤히드가 어쨌든 테러리트스 캠프에 갔고, 자의로 나왔고, 그 뒤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하는 것이 더중요하다는 것이다.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어떻게 분노를 표출해야 할지 몰라서 테러리스트 단체에 가입하곤 합니다. 정말 바보 같은 행동입니다. 그냥 무고한 시민들을 죽일 수도 있는 집단에 가담하는 것은 아예 말이 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도 제공하지 않았고,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샤히드>는 각국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전세계 관객을 만났다. 타국에서 더 많이 상영된 셈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샤히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특히 법정에서 샤히드가 시민을 변호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는 관객들이 많았다. “영화 속 뭄바이 법원의 모습은 수산시장과 다를 바가 없다”는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뭄바이의 일부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발리우드 영화에 대해서도 소신을 내비쳤다. “발리우드 영화가 가진 문제점은 관객들에게 문제해결에 대한 하나의 답을 내려준다는 거예요. 영화에서 다뤄지는 문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하나의 답안이 존재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적인 자극을 주고 영화관을 떠난 뒤에도 생각해보고,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그의 후기작은 “발리우드 주류영화에 기대려는 독립영화의 초기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으나 초심으로 돌아와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가 바로 <샤히드>다. 조금씩 천천히 가보면 될 거다. 샤히드는 아랍어로 ‘증명하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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