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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9 | 특집 [저널의 눈]
비빔밥 축제, 정체가 분명해야 신뢰얻는다
김이정 기자(2014-09-01 18:11:35)

해를 거듭하고 있는 비빔밥 축제가 개최 장소 선정을 두고 설왕설래다. 

전주한옥마을 방문객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축제 장소를 분산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사습놀이와 세계소리축제, 아태무형문화유산축제, 비빔밥축제, 한지문화축제 등 전주시에서 개최되는 축제 중 다수의 축제가 한옥마을에서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는 더욱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오히려 축제 포화로 인해 한옥마을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제대로 감상하기조차 어렵다. 축제가 끝난 거리에는 온통 쓰레기와 먹다 버린 음식, 테이크아웃 컵 등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주변 골목은 불법주정차와 교통체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전주시의 축제 중 상당수가 한옥마을에서 개최되다 보니, 한옥마을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낙후현상 및 소외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나치게 붐비는 한옥마을에서 하는 비빔밥축제가 실효성이 있을까? 이제는 한옥마을이 아닌 제2의 장소를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  


전주대표축제 풍남제가 모태


본래 전주비빔밥 축제의 뿌리는 풍남제로부터 시작했다. 

풍남제는 전주의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한 시민축제라는 정체성을 지녔다. 2001년도부터는 축제의 전문적 운영이라는 시대적 요청과 구태의연하고 답습적인 행사에서 탈피하려는 제전위원회의 의지로 기획연출단이 구성되어 풍남제의 목표와 방향을 재설정,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축제 운영을 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체성 논란을 비롯해 풍남제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지난 47년간을 주민 화합형 축제로 이어져 내려와 전주와 전북지역에는 확고한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 미흡한 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풍남제가 전통문화중심도시의 미래를 추구하는 전주의 대표적인 축제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문화적 가치와 산업적 성과를 얻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았다. 

2007년 전주의 대표적 축제였던 ‘풍남제’는, 봄에는 ‘단오제’, 가을에는 ‘전주천년의 맛잔치’로 나뉘어져 진행됐다. ‘한국음식의 세계화, 한국음식관광의 명소화, 음식관광의 산업화, 음식문화의 거점 도시화’를 목적으로 진행된 ‘전주천년의 맛잔치’ 축제는 맛의 고장이라는 이미지가 점점 퇴색해가고 있는 전주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운동의 하나였다. 축제를 주관한 ‘사단법인 풍남문화법인’은 첫 행사를 치르면서 “전주 음식의 이미지 회복 운동의 일환으로 삼아 전주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작업”이라며, ‘맛의 고장 전주’라는 이미지를 강화해 이를 브랜드화 하고 대한민국 음식을 대표하는 음식관광축제로의 발돋움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행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여전히 제자리 걸음, 전주비빔밥축제 


전주비빔밥 축제는 외형적으로는 성공작이었다. 외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현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실을 기하지 못한 행사는 과감히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처럼 전주비빔밥축제가 보다 성공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직접 참여하든 남이 하는 것을 구경하든 간에, 비빔밥이 주제이기 때문에 조리를 하거나 맛보는 방식의, 음식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들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의 한계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안상철 풍남문화법인 이사는 “비빔밥축제는 풍남제의 후신이고 산업화·세계화라는 목적에 맞아야 한다”고 운을 뗀 뒤 “초심으로 돌아가 종합축제나 난장과 같은 형태가 아닌 비빔밥의 가치와 품격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빔밥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요리해서 축제에 담아내고 관광객들을 만족시켜 축제를 발전시키고 성공으로 이끌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둘째는 관광객들의 축제에 대한 의식 문제다. 지난해 축제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린 행사는 다름 아닌 ‘무료시식’이었다. 질서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들도 자주 연출됐다. 음식축제의 핵심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임은 분명하지만, 비빔밥축제는 곧 무료시식의 기회라는 의식은 축제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발전에도 걸림돌이 된다. 그러한 관광객들의 의식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넓은 푸드코트를 마련하고 부스에 업체들을 입점 시키는 것은 답이 아닌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행사 내용이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축제의 일부가 신뢰를 잃게 되면 전체를 망가뜨리는 경향도 적지 않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외형도 물론 중요하다. 많은 관광객이 관전을 할 때 행사가 성공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축제 장소의 분산화가 필요하다 


비빔밥축제는 음식산업 활성화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음식분야 창의도시에 선정되어 의미를 더했다. 단순히 한옥마을의 유명세에 기대 방문객의 숫자를 채운 뒤 ‘성황리에 끝났다’는 자평 대신 비빔밥 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전주의 다른 지역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도 “이제 장소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한옥마을을 빠른 시간 안에 브랜드화하기 위해 각종 축제를 몰았지만 지금은 관계가 전도됐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이어 “앞으로는 한옥마을이라는 성공사례를 토대로 덕진공원·조경단과 같이 잊힌 명소에 축제를 열어야 한다”면서 “올 축제는 행사장도 시각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주고, 프로그램도 다른 음식보다는 비빔밥에 관심을 집중하도록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는 경제 발전에만 몰두하고 있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문화를 중요시하는 도시다. 축제공간으로써의 한옥마을은 이제 더 이상 부적합하다. 더 이상 넘쳐나는 관광객과 쓰레기들로 인해 한옥마을의 미관을 축제가 해쳐서는 안 된다. 

올해 비빔밥축제는 10월23일부터 26일까지 4억 원의 예산으로 치룰 예정이다. 특히 행사장을 기존 한옥마을에서 동문사거리, 한국전통문화전당, 남부시장까지 넓혀 열린다고 한다. 

비빔밥축제가 단순히 한옥마을 홍보를 위한, 남부시장, 동문사거리를 살리기 위한 축제장이 아닌 ‘전주시민’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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