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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 | 특집 [전북문화개혁 사발통문 10]
손맛 느낄 수 있어야 전라도 음식
전북 음식, 변화가 필요하다
(2014-12-02 09:57:09)

“당신이 먹은 것이 무엇인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8세기 프랑스 정치가이자 미식가로 이름을 날린 브리야 사바랭은 자신의 식도락 에세이 ‘미식예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식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거나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에서 벗어나 개인과 집단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음식문화는 자연적,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형성되면서 나라뿐만 아니라 지역, 그리고 도시의 특성을 보여준다. 음식문화는 이를 향유하는 사람들에게 영감과 행복감, 정체성, 공동체 의식을 불어 넣는 원천이다. 

전주는 2012년에 전 세계에서는 네 번째로,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전주음식이 가진 상징성과 창의성은 한식의 대표성을 지니기에 충분하고, 발효식품과 같은 슬로우푸드(slow food)가 발달해 있고 전주비빔밥을 비롯한 전주의 음식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내면을 들여 보았을 때 창의적인 음식들, 전북 고유의 문화가 느껴지는 음식은 정작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한옥마을 부근에 새로운 음식점들이 생기고 있지만, 국적불명의 길거리 음식점이 즐비하고,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앞세운 외식업체들이 전주 신시가지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한식조리 인재들은 전라도의 음식을 배우기 위해 이 곳에 남지 않고 서울로, 해외로 떠나고 있다. 

이번 연중기획 사발통문에서는 전북 음식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진정한 의미의 맛의 고장이 되기 위하여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지역의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습니다.  





음식창조도시,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전주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비빔밥일 것이다. 그러나 전주비빔밥과 함께 우리가 익숙한 또 다른 별미로 전주막걸리를 들 수 있다. 한 주전자에 작게는 10가지 정도에서 많게는 20여 가지의 안주가 있는 술 문화이다. 가히 어디서 찾아볼 수 없는 전주만의 독특한 것이다. 전주시는 2012년 5월 유네스코로부터 음식창의도시로 지정을 받아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음식도시가 변해가고 있다. 전주가 가진 1,000년 문화 함께 전통비빔밥, 가정식 백반, 콩나물 국밥, 한정식 이외에도 전주막걸리가 있음으로써 그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다. 물론 전주세계비빔밥축제나 국제발효식품엑스포라는 축제도 있고, 음식 솜씨를 이어온 음식장인들도 많다. 

창의도시가 지정된 이후 전주의 음식문화는 점점 바뀌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청두나 일본의 니이가타, 지치부시, 콜롬비아 포파얀 등의 도시와 함께 음식문화를 교류하고 있다. 이들 나라와 민간친선교류협정을 맺거나 세계미식연맹을 조직하는 협약도 맺었다. 지역적으로는 전주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전국의 업소를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전주 음식의 보급 및 확대를 위한 기초자료를 만들었다. 

창의도시에서는 시민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 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창의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이 모두 참여하여 이들이 문화를 통하여 서로를 깊이 알아 가는 것이다. 소위 문학, 미디어, 디자인, 음악, 음식, 민속공예 등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창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 이를 공유해서 서로 잘 살아가는 힘을 얻고 도시를 창조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창의도시는 시민이 주체가 되고 이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통하여 창의력을 모으는 활동을 가리킨다. 또 그것은 시민 하나하나의 점 단위의 창조적인 힘을 면단위로 확대해서 도시전체의 힘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시민간의 네트워크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중요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슈막커(schumaker)의 말이 있다. 대규모화하고 앞서가는 기술보다 실정에 맞는 기술과 노하우로 지역사회를 발전시켜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말이다. 현재 전주시가 다양한 음식문화확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적인 음식도시로서 고무적이다. 

송재복 전주음식창의도시추진 총괄/ 호원대 교수



전북음식문화,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한다


전주한옥마을 정체성의 위기는 사실 한옥마을에 어느 순간 깔리게 된 먹거리의 정체성과도 관련이 깊다. 먹거리는 지역의 정체성과 관련이 깊다. 대부분 세계 어느 민족이든 그 지역에서 나는 것들로 먹거리를 만들어서 살아왔고, 이런 것들이 결국 지역의 색깔을 드러내는 지역색이 되어왔다. 이런 지역색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전통성’으로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전주한옥마을은 그리고, 전주는 전북의 문화가 집약되는 곳이기도 하기에 사실 전주한옥마을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전북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한 전주, 전북의 음식문화! 어떤 고민들이 필요하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살펴보자.

전북을 대표하는 명주는 전주이강주, 정읍죽력고, 완주송화백일주 세 가지가 있다. 전주이강주는 ‘전주’라는 이름이 붙어 많은 관광객들에게 전주에서만 마실 수 있는 술로 각인되는 장점이 있고, 조정형 선생님 댁의 가양주로 전승되던 술이라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정읍 죽력고는 동학농민혁명의 중추였던 전봉준장군의 일화가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지면서 정읍이라는 공간에 대한 마케팅까지 가능했던 스토리의 힘이 있었다. 완주송화백일주는 전국적으로 사찰에서 빚어지는 2개 밖에 안 되는 희소한 가치와 수왕사라는 절의 고승이었던 진묵대사의 일화가 스토리로 전해지면서 구매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기에서 간과해서 안 되는 것은 3개의 술이 단순히 스토리의 힘으로만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 3가지의 술 안에는 지역의 재료와 역사, 전승자의 철학, 결코 흉내 내서 지어낼 수 없는 훌륭한 스토리가 있었다는 점이다. 

일단 전북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선호한다. 특히, 전북지역은 음식에 있어서는 대중들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지역의 산물을 활용한 전북만의 것에 대한 기대가 우선적으로 충족되어야한다. 그 다음에 그 지역의 산물로 완성된 음식(술)이 어떤 역사와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지 스토리를 궁금해 한다. 사람들은 스토리를 통해서 더 많은 감동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소비하기에 적합한 가격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근래 들어 전주비빔밥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비판들이 있어왔다. 상품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결국 대중들이 소비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소비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음식이라는 것은 문화이다. 따라서 음식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음식을 통해 그 지역의 산물, 전통, 역사, 예절(문화) 등이 확산되기 때문이다. 음식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지역에 대한 평가 또한 이루어진다. 그러기에 전주한옥마을 정체성이 결국은 먹거리에 대한 정체성이 되는 것이고, 이는 결국 전주, 전북 지역에 대한 산물, 역사, 문화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대중의 평가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고민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이는 가장 전주다운 것에 대한 포기로 음식창의도시라는 명성에도, 슬로우시티라는 명성에도 커다란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주한옥마을은 전주의 랜드마크로 기능을 하고 있고, 현재 전라북도는 관광을 사업기조로 세운만큼 전북음식에 대한 고민들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져야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보다 가치있는 사업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전주적인 것, 전북적인 것을 대중들은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소영 전주전통술박물관장



전북 음식을 통해 전통적인 식문화를 유지하자 


요즘처럼 차별화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 때도 없는 듯하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난무하고 대형화 되는 시기에 전북 지역만의 음식을 지키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 다른 지역의 음식도 마찬가지겠지만 전북음식문화 연구회에서는 전북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음식만을 바탕으로 조리하고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북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조리법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보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이 지역만의 음식점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크다. 우리 지역의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유난히 전북음식연구회 회원들도 다양한 레시피를 배우고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시각과 관심 방향에 따라 변동하고, 움직이면서 전통음식을 지키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전북지역의 음식이 요즘 세태에 빠르게 부합하면서,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건강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한동안은 지속될 것이다. 

현재 전북음식연구회는 전북에서 나고 자란 재료들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식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회원들이 음식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고 고민하는 일에 대해 즐겁고 흥미롭게 생각한다. 

요즘처럼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많은 현실에서, 연구회는 전통음식을 유지하고 개발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별로 농업기술원이나 기술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고, 각 시군구청이나 문화센터 및 각 지역의 평생교육원에서도 전통음식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조건 자체가 농촌과 가까워 풍부한 먹거리가 많은 이점이 있다. 연구회에서는 이를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국적 불명의 음식이 많은 이 현 세태 속에서 ‘웰빙(Well-being)’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건강에 좋은 음식을 개발하고 알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전북 음식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홍숙 전북음식연구회 회장


시대에 맞는 음식문화가 필요하다


궁중음식은 좋은 재료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먹기 좋게 섬세하고 정성껏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궁중음식의 수라상은 소박했다. 잔칫날 마련되는 궁중음식은 궁궐 밖에 나가 양반가와 서민들도 맛을 볼 수 있도록 골고루 나눠 먹었고, 계급을 초월한 한국의 소통과 화합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인에게 음식이란 ‘정’이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정을 나누는 행위이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기쁘고 슬프고 화나거나 섭섭한 마음조차 나누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주의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한정식이 유명하다. 한상 가득 차려지는 상은 화려하고 푸짐하다. 하지만 나는 전주에서 한상으로 올리는 상 대신에 코스로 나오는 궁중음식을 전라도 음식과 결합해 상에 올린다. 그래서 처음 궁중음식을 접한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내가 배운 궁중음식은 즉석에서 바로 만들어 먹는 음식에 가깝다. 음식을 먹는 방법, 취향, 재료 등을 모든 사람의 입맛에 100% 맞게 할 수는 없다. 조선시대 때 먹었던 음식이 지금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는 것처럼, 음식도 시대가 변해가면서 변화를 밑바탕으로 현대에 맞게,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바꿔나가야 한다.

궁의 경우 외국인 손님도 많이 찾는다. 외국인 손님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점이 입식 테이블이다. 편안하게 앉아서 음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화에 성공한 뉴욕 한식당의 경우 십중팔구는 퓨전식이다. 일부는 젓가락만 없다면 한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구식 차림이고 분위기도 카페를 연상하게 한다. 그렇다면 퓨전화만이 한식의 세계화를 보장하는 길일까. 찰진 밥과 국, 반찬이 나오는 한식은 외국인이 쉽게 즐기기 어렵다. 

전북의 음식, 전주의 음식도 마찬가지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명칭에 걸맞게 앞장서가고, 업장의 주인이 깨어있는 마인드로 음식 맛을 높이는 것은 물론 주변의 분위기와 식기, 인테리어, 음악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성장해가야 한다. 

유인자 궁중요리전문점 ‘궁’ 대표



전북음식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전북 음식의 특징은 서울·경기 지역과 같은 문화결집지들의 음식에 비해 화려하고 푸짐하다. 

한상차림 거나하게 차려내는 게 전북 음식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한식대첩2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인데, 강원도나 서울이나 경상남도, 전라남도의 음식들은 전북음식에 비해 특징이 강하다. 경남이나 전남의 경우 해산물이 많고 간이 센 편이라면, 서울은 정갈한 궁중음식, 강원도는 구황작물을 활용한 음식을 내놓는다. 각각의 개성과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이 타 지역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전북지역은 별 다른 특징이 없는 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도에서 음식솜씨로 유명한 지역이라 말할 수 있다. 

전북의 음식이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산과 바다, 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있고 대대로 내려오는 전북 손맛이 좋기 때문에 이어져 올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비해 조리에 대한 인지도가 많이 좋아졌다. 조리를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아졌고, 일찍이 고등학교 때부터 조리를 배우기 위해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렇지만 지역에서 조리과학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학생들이 취업을 원하는 곳은 전북이 아닌, 서울이나 해외다. 서울이나 해외에 가서는 전북의 음식을 배울 수 없다. 지역의 인재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고, 타 지역의 사람들도 전라도 음식을 배울 수 있도록 전북 음식을 잘 배울 수 있는 학교나 교육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사실 전라도가 맛의 고장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문화가 수도권이나 서울에 집결되어 있다. 음식문화의 경우 서울 압구정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아마 전북의 음식문화가 서울의 음식문화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은 서울의 특징대로 세련된 음식을 하도록 놔두고, 우리는 전라북도 음식의 특징대로 깊은 맛을 내는 데 연구해야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홍여진 한국치즈과학고 조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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