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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 | 특집 [가족 그리고 일]
건강한 먹거리 생산하는 아버지 노재석, 딸 노지혜
건강한 가족이 만드는 완주 <농부의딸>
김이정(2016-02-15 09:40:00)

 

 

본명보다 <농부의 딸>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노지혜 씨(29). 첫인상만 봤을 때는 고된 농사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정도로 새침한 아가씨의 모습. 서울에서 광고 프로모션 회사에 다니던 지혜 씨는 직장생활 1년 만인 지난 2014년 고향인 전북 완주로 돌아갔다. 로컬푸드 사업을 해온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건강한 먹을거리를 유통하는 일을 준비했던 그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잡히자 주저 없이 서울 생활을 접었다. 다섯 달 가량 준비 끝에 2014년 9월 완주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농부의 딸'이란 블로그도 열었다. 동시에 완주 고산시장에도 같은 이름의 수제버거 카페 '농부의 딸'을 차렸다.
그렇게 시작한 '농부의 딸'은 올해로 3년이 되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제대로 된 휴가 한 번 가본 적 없다는 그는 일이 힘들기는커녕 재밌기만 하다고 말했다.
"힘든 지도 모른 채 일을 하고 있어요. 쉬는 시간조차 아까울 정도에요. 저 같은 경우 운이 되게 좋았어요. <농부의 딸>을 시작하면서 전통시장에 바로 입점할 수도 있었고, 젊은 처자가 농산물을 가지고, 그것도 농촌에서 창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주목받을 일도 많았고 자리 잡기도 수월했어요."
그렇게 밭과 시장에서 맨 처음 시작한 <농부의 딸>은 지난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사관학교로부터 무상으로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대추토마토, 돌미나리, 쌈채소, 가지 등등 다양한 작물 사진들과 재밌는 설명들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사진 보는 재미, 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런데 그 작물들이 모두 지혜 씨네 가족의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농가의 작물 홍보도 함께 맡아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는 농촌 기획, 딸은 홍보, 어머니는 서포트라는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농부의 딸'이기에 가능했다.
"저는 농사를 짓는 것보다 농촌에서 나는 농산물에 문화를 입히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요. 처음에는 저희 집에서 생산한 작물만 가지고 온라인 판매나 블로그 홍보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르신들께서 삼삼오오 모여 작물을 갖고 오세요. 가령 블루베리 철에는 블루베리 나무에 열매 익어간다고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러 오라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어르신들과 관계도 돈독하게 맺고, 나 혼자, 그리고 우리 가족만 잘 살기보다는 다 같이 잘 사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가 이렇게 모든 일에 씩씩한 웃음을 짓는 처자로 우뚝 자리 잡고 설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지혜 씨의 아버지는 본래 대기업에서 일했다. 그러던 그의 아버지가 돌연 귀농하겠다고 나섰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농촌에서의 생활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의 지인은 물론 아내까지 귀농을 처음에는 반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현재. 지금은 오히려 가족들이 농촌생활을 더 좋아한다. 귀농 후에는 늦둥이 막내 동생도 태어났다.
지혜 씨는 일찍이 로컬푸드에 눈을 뜬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항상 이야기하며 아이디어를 나눴다. 멘토 같은 아버지의 말을 새겨듣고 자란 지혜 씨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 1년을 마치고, 고향인 완주군으로 되돌아 왔다.

앞으로 <농부의 딸>이라는 이름으로 나가는 제품들을 더 다양화 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은 곶감과 생강, 마늘, 그리고 떡갈비가 주력 상품이다. 작물 하나하나, 생산품 포장에 있어서도 지혜 씨의 손길을 거치지 않고, 허투루 나가는 법이 없다.
"곶감 같은 경우에도 어렸을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가족들의 분업화가 잘 이뤄져 있어요. 남들보다 끈끈한 가족이라 일을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엄마가 말린 감을 깎아 놓으면, 깎아놓은 감을 아버지가 한번 정리를 하세요. 그리고 제가 꼬치에 곶감을 꿰어놓는 식으로 일이 진행돼요. 생강 같은 경우도 미리 캐놓는 게 아닌,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바로 밭에서 캐서 가장 신선한 상태로 보내드려요."
한참 예쁘게 꾸미고 다녀도 모자랄 나이에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물건을 팔거나, 혹은 밭에서 생강을 캐는 일이 창피하진 않았을까. 환하게 웃음 짓고 있는 그지만, 그에게도 한때 속상할 때가 있었다고.
"현장판매를 할 당시에 제 또래로 보이는 친구들은 화장하고 구두신고 예쁘게 하고 다니는데, 제 자신은 손에는 흙 묻어있고, 파카와 운동화 차림이었을 때 제 스스로 마음이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마음은 그 때 뿐이었어요. 처음엔 손님이 없다가도 계속해서 일을 하다 보니 손님이 늘고, 아는 척 해주는 분들도 생겼어요. 처음엔 스타렉스 차량으로 시작해서 1톤 탑차를 사고, 탑차에 싣는 물건도 늘어나는 걸 보면서 제대로 하고 있구나라고 확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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