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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 | 칼럼·시평 [문화시평]
"ASIA YOUNG 36"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을 보면서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
이길명(2016-10-17 09:46:05)




전북도립미술관의 대표 기획전인 아시아현대미술전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리고 있다. 지난해는 아시아 14개국 35명의 현대미술을 통하여 아시아미술의 역동성과 문화적 상황을 규명하고자 했다. 올해는 4억5천만원의 예산이 투입되어 아시아 14개국 36명, 109점을 소개한다. 이 전시를 위해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은 중국, 홍콩,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미얀마 등을 탐방해서 청년미술가를 섭외를 하는 고생스러움을 감내해야했다. 더구나 청년미술가들은 미술계의 수면에 떠오르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그들을 발굴해 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미술관에 들어서면 중앙입구 우측 기둥의 그래피티를 볼 수 있다. 필리핀의 댁스터 페르난데스(Dexter Fernandes)의 작품이라는 설명에, 도립미술관이 젊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릴적 개를 키우면서 진드기를 제거하는 경험을 표현하고 있는 흑백의 작품들은 더 이상의 색상이 필요 없는 강렬함과 화려함이 있다. 하얀 벽과 검은 선의 유기적인 포지션, 이중삼중으로 설치된 소형 그래피티들은 착시효과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전시작품들은 아시아 각국 청년의 눈에 비친 현재의 모습 -정치와 경제상황, 종교와 동양적 사유방식, 역사의 상처 등-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다세대 주택의 미니어쳐와 바리케이트를 결합하여 베트남의 단면을 보여주는 마인 훙 응우옌(Manh Hung Nguyen), 100일 동안 베이징 거리의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모아 벽돌로 만들고 퍼포먼스하는 영상을 선보인 넛 브러더(Nut Brother)는 중국의 오늘을 반영하고 있다.

루양(Lu Yang)의 '움직이는 신들'과 루디 아체 다르마한(Rudy Atjeh Dharmawan)의 동물 종이조각들은 종교적 책임과 성찰을 논하고 있다. 응게 레이(Nge Lay)는 '죽은 자기의 모습 관찰하기'로 미얀마 역사의 아픈 상처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청년미술가들의 작품들은 우리의 가슴 한켠을 먹먹하게, 때론 암울하게 만들지만 다시 한 번 아시아를 사유하게 만든다. 젊은 심장들의 치열한 예술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이 전시에는 15명이 한국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 중 전북작가로는 상반기 주요 기획전인 '전북청년 2016'에 선정된 박성수, 박재현, 박종찬, 홍남기 작가와 이가립, 김영봉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다수 작품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디스플레이 과정 중에 과감한 조정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 어차피 '아시아현대미술전 2016'도 전북작가를 스타작가로 양성하고 널리 알리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가.

도립미술관의 화두는 줄곧 '아시아'와 '청년'에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다. 아니, 앞으로도 그래야한다고 본다. 예술행정의 결과물은 오늘 내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관되고 장기적인 기획이 필요하다. 또한 청년이 건강해야 미래가 있기에 청년세대를 향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청년은 시대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청년미술가를 향해 열린 정책은 언제나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도립미술관에 대한 전북미술계의 비판도 적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현 체제의 도립미술관이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다는 반증이며, 비판은 변화에 반드시 따르는 피드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판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창구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워크숍이나 간담회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전시개막 행사에 전북 미술인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는 현상은 숙고해야할 일이며, 극복해야할 숙제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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