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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 | 칼럼·시평 [문화시평]
공감과 깨닫기를 향한 패러디 익살 묘미
전주시립극단 <완장>
김길수(2019-05-31 15:43:30)



전주시립극단의 연극 <완장>(윤흥길 작, 최기우 각색, 이종훈 연출, 전주덕진예술회관)은 극사실주의 마당판 콘텐츠에 찰지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 언어가 덧입혀지면서 공감과 깨닫기를 향한 패러디 익살 묘미를 자아낸다. 


은밀한 밤낚시, 감시와 들킴, 가학과 린치, 애걸하는 자와 단호히 거부하는 자, 물웅덩이의 육탄전 퍼포먼스가 공연 초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수지 양어장 경비원 직책에 냉소적 태도를 보이는 자, 그러나 완장이란 말에 관심을 보이는 자, 완장을 찬 건달 종술, 허세와 너스레 과시 연행이 과장, 희화된다.  주변 사람들의 야유와 조소가 교차 충돌한다. 전주시립극단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 호흡은 전라도 어느 동네 고샅 사람들의 구성짐과 찰진 몸말 언어 맛깔을 경험케 한다. 
완장을 미끼삼아 건달 종술(김영주 분)을 이용하려던 악덕 사장(최균 분), 건달 종술의 고집과 우직함으로 인해 거꾸로 낭패를 당한다. 악덕 사장의 유원지 여흥 분위기는 일순간 와해되고 만다.   
그런 종술에게 마음을 빼앗긴 부월(염정숙 분), 애틋한 사랑 화법에 낯설어 하는 자와 상처 받은 순정파 여인, 술 취한 여인의 노래 사이로 개자식이란 욕설과 울음이 터져 나온다. 욕설 언어 이면에 진한 긍정과 진한 애간장이 숨겨져 있다. 염정숙의 농익은 몸말 언어 전략은 반어와 욕설 그리고 술 취함 컨셉과 어우러져 진한 놀이성과 익살 쾌감을 맛보게 한다. 


공연 초입 무대 마당 가장자리에서 다듬이 방망이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두드림 연희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로 이어진다.  육이오 한국전쟁 시절 완장 타이틀에 현혹되어 풍비박산을 겪은 노모, 완장을 찬 건달 아들을 보자 기겁을 한다.  완장으로 인한 가족 불행, 아들에게 대물림하게 할 수는 없다.  완장이란 허상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노모(서형화 분)의 간절한 비나리가 시작된다.  술집 여인 부월에게 큰절 올리는 자, 아들 구원을 향한 노모의 몸부림, '사랑은 모든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있는가', 상대를 자신의 시선 아우라 안으로 흡인시켜 나가는 서형화의 내면 연기 전략은 진한 뭉클함과 장악력을 발한다.  경쾌한 울림의 다듬이 방망이 두드림 연행, 노모의 지순한 자식 사랑, 가족 사랑을 향한 메타 연극 전략, 공연은 순간 참신성을 발한다. 


저수지 물불 그림자가 공연장 천정 윗면과 벽 배면에 까지 신비로움과 그윽함을 투영시킨다.  시골 봄밤 풍경의 그윽함과 서정의 아름다움, 소쩍새 음향을 통해 홀로 저수지를 지켜야 하는 자의 고독, 이를 이겨내려는 몸부림과 스산한 내면 우주가 연출된다. 풍경 비유 그림에 시적 울림과 상상이 펼쳐진다.    늦은 밤 저수지 감시소, 두 남녀의 오붓한 로맨스 그림, 사랑하는 이 앞에서 순수한 바보가 되는 자들, 참 사랑 화법을 몰라 어쩔 줄 모르는 자들, 간절함이 애절함과 교차한다. 


이들을 엿보는 자, 악덕 사장에게 아부 굴종하며 살아온 이장, 엿보기에 도취된 나머지 저수지 물속에 빠진다.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 버티려는 자의 코미디 유아 행동, 미운 자가 낭패 당할 때 관객은 쾌소를 금치 못한다.  관객을 자기 페이스로 인도해 나가는 안세형의 농밀한 몸말 반응 언어가 진한 해방 쾌감을 자아낸다. 
부월 푸닥거리 퍼포먼스가 공연 종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저수지 물웅덩이 구조물 주변을 속옷 차림으로 돌기 시작하는 여인(염정숙 분), 치마가 하늘로 휘날린다.  비를 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비가 와야 사랑하는 이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부월의 반전 행동, 관객은 실소를 금치 못한다. 
자신의 온몸으로 간절한 비나리 연희를 펼쳐지는 여인, 상대가 건달이라 시큰둥 해왔다.  그런데 시어머니(서형화분)로부터 인격 대우 받을 줄이야, '아, 나도 누군가에게도 사람 노릇할 수 있다니...', 그 뿌듯함, 그 지순함, 그 진한 설렘을 주체할 수 없는 자(염정숙 분), 여인네의 속살, 속 몸통을 드러내서라도 사랑하는 자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장애물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부월의 눈물겨운 오버 행동, 공연은 감동과 발견의 쾌감 영역으로 관객을 인도하기 시작한다. 
경비원 직책 해고, 완장, 이제 어떤 쓸모가 있을까.  완장은 나의 긍정의 징표인가, 집착의 산물에 불과한가. 완장을 통한 나의 겉 현존, 이게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니, 머뭇거림은 갈등과 고뇌로 이어진다.  저수지 물위로 완장을 내던지는 부월, 내팽개쳐 진 완장에 여전히 집착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종술, 물 위로 부유하는 완장, 이를 향한 핀 조명 컨셉, 완장을 향한 애착과 훌훌 털기, 두 남녀의 바라보기, 갈등과 깨닫기의 우주로 이어졌을까.   


애틋함과 속 시원함, 이를 향한 양가감정이 미묘하게 교차한다.  이를 일깨워내기 위한 내면 연기와 인물 몰입 연기, 더 나아가 능동적 성찰 쾌감 유도를 향한 거리두기 게스투스 연기 전략, 이 두 영역 넘나들기가 공연의 심미성 확장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물웅덩이 거대 구조물, 이를 향한 배우들의 탄력 연기가 질펀한 언어 익살 및 현장 놀이성을 유도해 냈음에도 일부 동작선 위축과 관극의 집중력 약화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발견과 깨닫기, 패러디와 언어 익살의 쾌감을 맛보게 하면서 민족 심상의 원형을 향한 공명과 감동을 일정량 자아냈음은 이 연극의 최대 미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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