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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7 | 칼럼·시평 [문화칼럼]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
오관영(2019-07-17 10:14:35)

시민참여예산은 납세자의 권리
우리나라에서 참여예산을 처음 이야기한 것이 1998년이었다. 1997년 IMF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나라살림이 이렇게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납세자인 시민들이 세금을 내는 데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이 낸 세금이 '주인 없는 돈'이 되어 낭비되고 결국 IMF 경제위기까지 겪게 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시민들은 납세의 의무만 강조되었지 납세자의 권리는 없었다는 것이 당시 참여예산을 주장했던 시민사회의 문제의식이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예산정보에 대한 알 권리(투명예산), 내가 낸 세금을 나와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쓰면 좋겠다고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할 권리(참여예산), 내가 낸 세금이 낭비되면 납세자의 대리인인 공무원에게 주인으로써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책임예산) 등 납세자의 권리를 통해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되어 있다. 민주주의 중요한 원칙인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민주주의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한 것과 마찬가지로 재정민주주의란 재정주권이 납세자인 국민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은 세금을 내는 과세대상으로서의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세금 주인으로서의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납세자인 국민이 주인이고,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행정부 관료는 첫 번째 머슴(대리인)일 뿐이다. 의원은 두 번째 머슴이다. 주인(principal)-대리인(agent) 이론에 의하면 대리인은 주인의 뜻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인보다 대리인이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다(정보의 비대칭성). 따라서 대리인이 주인의 뜻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인이 항상 관심을 갖고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시민이 예산 편성에 참여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
정부의 예산서는 다른 어떠한 문서보다 정부의 사회․경제적 정책 우선순위를 잘 반영하며, 정책ㆍ정치공약과 목표들을 의사결정에 투영시켜 재원들이 사용되는 부문과 재원조달방식을 결정한다. 때문에 정부예산은 모든 시민들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 시민들은 미약한 경제성장과 높은 물가상승으로 불이익을 당하기도 하고, 저임금자들의 복지와 미래의 전망 역시 보건과 교육과 같은 영역에서의 지출결정에 따라 좌우된다.
정부의 2019년 예산 약 470조는 개인 가늠하기 힘든 액수이다. 이 외에도 세금은 아니지만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개인이 내는 각종 사회보장기여금 등을 합친 2019년 국민부담률은 국내 총생산(GDP)의 약 27.7%로 전망된다.
여기에 비영리공공기관의 지출을 더한 정부 지출 규모는 32% 정도이다. 내가 한 달에 100만 원을 번다고 가정하고 32%를 세금과 보험료 등으로 내고 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68만 원이 남는다. 세금에는 법인세와 같이 기업이 내는 금액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개인이 내는 돈은 이보다는 적다.
정부지출이 GDP의 32%라는 것은 나의 경제 활동에 공공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32%라는 의미이다.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는가에 따라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노인 빈곤률과 자살률이 세계 최고이다. 박근혜정부에 20만 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은 2018년 9월 5만 원이 인상되었고, 현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40만 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 공약이다.
아무런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20만 원을 쓸 수 있는 것과 40만 원을 쓰는 것은 삶의 질에 차이가 있다. 거기에다 서울시 중구처럼 '어르신 공로수당'으로 월 10만 원을 더 쓸 수 있다면? 이렇게 예산은 직접적으로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서울시 청년수당, 성남시 청년배당, 고성군 청소년수당, 해남군 농민수당 등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예산과정에 참여해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시민들이 참여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방법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조례와 예산이 실현수단이다. 공무원을 만나 무엇인가를 요구해본 민원인이라면 공무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들어주고는 싶은데 예산이 없다"거나 "해주고는 싶은데 근거가 없다"는 소리이다. 맞는 말이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은 근거가 되는 조례에 의해 그 목적이나 절차 등이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지방자치단체 참여예산의 기본이 되는 조례는 <000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이다. 이 조례는 '000 주민참여예산 운영의 목적, 의견수렴 방법, 단체장의 책무, 참여 예산 각 기구의 기능과 역할 등 주민참여예산의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한다.
이렇듯 정부의 정책은 법령 및 조례와 계획, 예산을 그 실현수단으로 하고 있다. 법령과 조례는 개정이 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제도적인 틀이고, 예산은 1년 단위로 편성되는 것이라면, 수년 동안에 걸쳐서 행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계획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려면 정책의 근거가 되는 조례와 예산을 봐야 하고, 정책의 변화 또한 조례를 개정하거나 예산의 확대 혹은 축소를 통해서 가능하다.
시민참여예산을 통해 나와 지역사회에 필요한 사업을 예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은 예산을 축소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예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될 세 번째 이유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참여예산조례를 확인하고 예산과정에 참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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