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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 | 칼럼·시평 [문화칼럼]
해수유통, 갯벌 생태계 복원을 염원하다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2022-07-11 15:08:59)




해수유통, 갯벌 생태계 복원을 염원하다


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순리 자연 한 흐름을 거스르고 30년 동안 막혀있는 새만금의 생명의 물길을 트고자 노력한 이들이 해창에서 생명평화를 바라는 장승을 세우고 기도회를 엽니다. 상생의 대안으로 갯벌 생태계와 환경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해수유통 확대의 장이 되기를 바라면서 두 손을 모읍니다.” 

 

옛 해창 갯벌에 새만금 해수 유통 확대와 갯벌 생태계 복원의 염원을 담은 아름드리 소나무 장승이 우뚝 섰다. 활동가들은 이른 아침부터 기도처와 장승을 가리는 아카시아를 베고 늘어진 해송의 가지를 치고 쓰러진 장승을 정리했다. 쓸쓸하고 황량했던 장승벌이 환해졌다. 6월 18일(토) 오후, 한국 환경운동의 성지나 다름없는 부안군 하서면 해창 갯벌에서 개신교(전북예수살기), 불교(전북불교환경연대), 원불교(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천주교전주교구) 성직자들의 모임인 전북 5대 종단협의회와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이 5기의 장승을 세우고 새만금 생명 평화 장승 문화제를 열었다. 5대 종단 성직자들은 2020년 6월 7일부터 2021년 2월 24일까지 해창 장승벌과 전북도청을 오가며 ‘새만금을 다시 생명의 바다로 만들자’라는 염원을 담아 무더위와 장맛비, 눈보라 속에서도 20차례 기도회를 진행했다. 해창 갯벌에 바닷물이 드나들고 백합이 돌아오고 도요새가 춤을 추며 노래하는 풍요의 바다를 꿈꾸는 성직자들의 낮은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새만금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21년 2월 24일, 새만금 위원회가 새만금 농업용수를 기존 수리 시설에서 공급한다는 대안을 확정하고, 30년 동안 유지해 온 담수호 계획을 포기해 해수유통량을 1일 2회로 늘리면서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이미 육지로 변해버린 해창에서도 되살아나는 징표들이 보였다. 장승 사이로 갯벌과 민가를 오가는 도둑게가 인기척에 놀라 숨는다. 꼬마물떼새, 도요새 울음소리도 들린다.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내변산 직소천이 바다와 합류하면서 만든 곳이 이곳 해창이다. 방조제 가력 배수갑문과 가까운데다 바닷물이 늘어나면서 수질 개선과 기수역 복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해창 갯벌의 장승과 솟대, 조형물은 1999년부터 지역주민, 환경단체, 종교계 등에서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기원을 담아 세우기 시작했다. 최병수 작가의 배 솟대를 비롯해 도요물떼새가 날아오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세운 나무 조형물까지 60~70기의 장승과 솟대가 모여 있었다. 하지만 2006년 4월, 방조제가 완전히 막히고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람과 눈비에 쓰러져 갔다. 밑동이 썩어 넘어지고 목이 부러진 채 쓰러져 바스러진 장승은 상실의 땅이자 회한의 공간이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매향을 하고 제를 올린 갯벌은 세계잼버리 부지로 변했다. 이를 안타까워한 ‘부안사람들’과 환경단체, 종교인들이 몇 년 전부터 다시 장승을 세워왔다. 5대 종단과 새만금 공동행동이 주관하는 새만금 해창 장승 세우기는 올해가 두 번째다. 5대 종단은 아름드리 소나무로 조각한 장승에 “도요새를 부탁해요”, “생명수를 잇다”, “방조제를 터라”, “공동의집 지구”, “자연과 조화로운 삶”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마지막 장승은 머리를 광목으로 동여매고 사방으로 늘어뜨려 여럿이 힘을 모아 장승을 일으켜 세운 후 방향을 잡아 심었다. 최근에 심은 장승은 바다를 등진 예전 장승과 달리 대부분 바다 쪽을 보고 있다. 


새만금 생명 평화 기도회는 천도교의 새만금의 맑고 푸른 물을 모시는 염원을 담은 청수봉전(淸水奉奠)과 새만금 사업으로 죽어간 뭇 생명들을 위한 원불교의 타종(打鐘)으로 시작했다. 이어서 천주교 전주교구 김회인•최종수 신부가 향을 피워 부정한 기운을 씻어내는 의례와 함께 기도를 올렸으며 5대 종단 대표의 기도의례가 진행됐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스님은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한 후 “맑은 우리의 심성을 찾지 못하고 심술궂고 욕심내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른 지난날을 참회한다”라고 법문을 열었다. 새만금 사업이 갯벌 생태계는 물론 주변 어민들의 삶을 황폐화했는데도 지금 이 순간에도 잼버리대회를 핑계로 남은 갯벌마저 매립하는 것을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으로 한쪽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 갯벌을 복원하고 있는데 살아있는 갯벌을 매립해서 신공항을 짓겠다는 것은 기후 재앙과 생물 멸종을 불러올 뿐이라며 우려했다.


전북 예수살기 이봉원 목사는 ”현재 해수유통을 한다 하나 안쪽 호수 4m 아래는 성층화 현상으로 산소가 없어 갯벌이 썩고 생명체는 살 수가 없다“라면서 “통선문, 조력발전, 지하터널 등을 만들어 해수유통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기도했다. 또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해수면 상승과 생물종 멸종에 대비해야 한다”라면서 “문명의 대전환을 통한 새만금 사업지구의 재자연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전주교구 최종수 신부는 기반조성 공사가 마무리된 세계잼버리 부지를 둘러본 후 “그늘 한 점 없고 모래바람만 날리는 이 황량한 자연 파괴의 현장에서 청소년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답답하다”라면서 “지금이라도 무주 덕유대 캠핑장 분산 개최 등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한, “2023년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에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가 지구 환경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교훈을 배우는 성찰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도교 매암 이재선 동덕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망가져 가는 지구를 보면서도, 우리 인간들은 아직도 그 욕심의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모든 생명의 공동의 터전인 생태계를 무참하게 파괴해 온 것을 뉘우치지 못하고, 오히려 그 파괴를 관성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구 생태계를 위한, 그리하여 모든 생명을 위한 참된 삶의 길로, 모든 사람의 마음을 모아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원했다. 


원불교환경연대 김도현 교무는 “모든 생명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에 해수유통을 통해 바닷길을 열고 새만금의 갯벌이 일부라도 복원되는 길이 우리의 살길이다”라면서 “자연환경이 회복되고 뭇 생명들이 삶터를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한다”라고 기도를 올렸다. 또한, “무지와 무관심으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터전을 잃고 죽어간 뭇 생명들에게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며 참회한다”며 “또 하나의 장승을 세워 역사적 현장을 길이 보존하고 후세에 산교육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선과 지선에서 새만금에 다시 개발 바람이 거세졌다. 하지만 해수유통 확대라는 대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갯벌과 바다는 어민은 물론 도민의 희망이고 미래이다. 나무를 심은 한 사람의 헌신이 황폐한 땅을 풍요로운 숲과 계곡으로 만들었듯이 새만금의 부활을 꿈꾸며 22년째 장승을 심은 사람들의 뜻도 언젠가는 이뤄질 것이다. 해양생태관광과 그린뉴딜의 중심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변화와 혁신의 공간으로 만들어가자는 우리의 꿈, 그 꿈을 장승이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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