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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 | 칼럼·시평 [문화칼럼]
대한민국 문화도시, 건투합시다
원도연 원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2023-12-28 17:36:42)



대한민국 문화도시, 건투합시다


원도연 원광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교수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올렸다. “문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을 비전으로 한 이 사업의 근거는 지역문화진흥법이었다. ‘모든 도시는 특별하다’는 슬로건 아래 지역의 자율성, 다양성, 창의성을 살리는 문화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문화도시 프로젝트가 처음 시작될 때 정부는 선정된 문화도시에 매년 40억원씩 5년간 2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문화판에 이 정도의 공적지원이라니!! 대한민국 모든 도시가 흥분하고 문화활동가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생기를 얻어 문화도시 선정에 매진했다. 2019년 뜨거운 경쟁을 거쳐 2020년 1차 문화도시가 선정되었고 매년 5-6개의 도시가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2023년까지 총 24개 문화도시가 탄생했다. 


정부의 힘은 크고 강력했다. 문화도시에 선정되기 위해 도시들은 진짜 강력한 민관협력을 했다. 지역 문화판에 말 한 마디 섞지 않았던 시장·군수들이 문화도시를 앞두고 지역의 문화활동가들과 만나고, 전국적인 문화기획 선수들의 말을 들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문화도시가 아니었다면 어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은 그런 일들이 벌어졌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무려 103개 도시가 도전했고 그 중에 24개 도시가 선정되었다. 1차에 36.8%였던 선정율이 2차에 20%, 3차에 14.6%, 4차에 12.2%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그렇게 뜨겁던 문화도시는 2023년 다시 국면전환을 했다. 아직도 수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를 향해 뛰고 있는데 정부는 갑자기 문화도시의 노선을 바꿔 새롭게 ‘대한민국 문화도시’라는 신상품을 런칭했다. 문체부의 공식 설명에 의하면 문화도시는 “지역별 특색있는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도시”를 말하고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문화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도시”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도시에 지정되면 준비기간 1년을 거쳐 이후 3년간 최대 200억원이 투입된다. 지정목표는 총 13곳으로 광역지자체 단위로 7개 권역을 구분하여 권역별로 2곳 내외를 지정한다고 되어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향한 도시간 경쟁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다. 문화도시가 불붙여 놓은 도시간 경쟁이 그대로 장을 옮겨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문화도시와 대한민국 문화도시의 차이를 굳이 맥락으로 이해해 보면 이 정도 되겠다. 먼저 기존 문화도시가 중시한 방향성은 과정중심, 시민주체, 도시브랜드 등이었다. 문화도시는 시민들이 단순한 대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넘어 주체가 되는 과정을 중시했고, 도시의 특성을 드러내 이를 문화적으로 재발견하며 강화시키는 브랜드 전략을 추구했다. 이 과정에서 기록문화도시 청주, 노지문화 서귀포, 음악도시 부평, 전환도시 춘천, 공동체 문화도시 완주, 역사문화도시 김해 등등의 도시들이 탄생했다. 3차 문화도시에 선정된 익산은 보석문화도시였는데, 익산의 보석산업과 지역문화를 결합하면서 도시브랜드를 설정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문체부의 가이드로 본다면 몇 가지 차별성은 엿보인다. 도시지정을 위해 제시한 6대 추진전략은 문화창조, 문화누림, 문화혁신, 사람연대, 정책연대, 지역연대였다. 각 추진전략의 내용을 몇 개의 키워드로 간추린다면 공간, 문화산업, 지역경제, 인력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이 눈에 띈다. 15분 문화생활권이나 유니버셜 디자인 등은 문화공간의 집중과 확산에 대한 고민을 가져올 것이다. 문화일자리에 대한 해답도 찾아야 하는데, 기획자 입장에서는 관광산업과의 경계를 설정하는 일도 아슬아슬할 것이다. 


문화판에 정말 생소한 개념은 경제적 효과를 만들고 이를 측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역경제 파급효과와 문화산업에 대해 뭔가 그럴듯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더 어려운 것은 민관합작투자 혹은 문화관광벤처다. 문화도시 사업에 기업과 지역대학의 참여를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도 과제가 될 것이다. 성과관리도 만만치 않다. 성과목표의 세부지표를 투입-산출지표가 아닌 효과·성과지표로 보겠다는 것은 사업의 고도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말은 지원되는 예산을 통해 겉으로 드러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가 무엇인가를 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산을 투입해서 행사를 치르고 여기에 시민들이 몇 명 참여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났는가 특히 몇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얼마나 많은 관련 제품들이 팔렸는지 등을 보겠다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변화는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궁극적으로 문화도시와 대한민국 문화도시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정말 그럴듯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인가. 본질적으로 문화도시건 대한민국 문화도시건 한 도시의 문화가 정부 주도형 사업으로 인해 극적으로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화도시를 만드는 기초는 도시의 문화이기 때문이고, 도시문화는 그렇게 마구 건설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문화가 매양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아름다운 말잔치만 하고 있는 것도 견디기 어렵지만, 이렇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다. 특히나 한국처럼 크지 않은 나라에서 도시들 간의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있을 것이며 사람들은 또 얼마나 다를 것인가. 어쨌거나 또 주사위는 던져졌고 우리는 가슴 졸이며 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 문화도시건 대한민국 문화도시건 건투를 빈다. 


원도연   

익산문화도시지원센터장으로, 익산 문화도시 사업을 총괄하며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 등 지역의 문화 발전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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