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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6 | 칼럼·시평 [문화저널]
나의 교단과 우리의 교단
유명상(2004-01-27 11:32:21)


 학생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며 산수까지도 강제로 암기시켜 접수를 을리는 정순옥 교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최우등학교를 만들어보겠다는 림준식 교장의 사랑을받으며 모범교사로 대우받는다. 그러나 학생들을 획일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사량으로 감싸주며 학습의 원리를 하나하나 이해시키는 방법으로 학생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기르고자하는 현인순 교사는 지난 해정순옥이 맡았던 우등반을 인수받았으나 교내 성적경쟁에서 늘 팔찌를 하여 교장으로부터 꾸지람을 면치못한다. 이 이야기가 어느 소설 줄거리의 앞부분이라면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읽은 여러분은 이 소설이 우리의 아픈 교육 현실을 다룬 소설이며, 참교육을 하고자 하는 현인순 교사가 권위적인 교장과 교육관료들에 의하여 교단을 떠나게 되는 스토리를 자연스럽게 생각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소설 속의 현인순 교사는 교단을 쫓겨나지도 직위해제를 당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진정한 교사로서
존경받게 된다는 이 소설의 결말부분은 여러분의 생각을 쉽게 배반해 버리며, 더구나 이 소설은 우리의 교육문제를 다룬 글이 아니다. 여러분을 잠시 혼란에 빠뜨렸을만큼 우리의 아픈 교육현실을 실감나게 하는 이 이야기는 최근에 소개된 북한의 현대소설 r 나의교단』의일부 내용이다.(r북한현대소설 ·I』1989, 물결) 북한에서 1982년 간행된이 소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소개된 북한소설 중에서 최근의 작품이고, 이 땅의 교단에 서 었는 부끄러운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문제를 다룬 글이어서 관심을 가졌다. 현인순은 학생들에게 매를 들거나 욕을 해대지 않는다. 오직 사량으로 감싸주며 자발적으로 따라줄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린다. 획일적인 학습지도와 단편적인 지식암기롤 강요하지 않고 원리를 이해시키는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자각성과 창발성을 키우려한다. 겨우 인민학교(국민학교) 2학년의 교수준비률 하는 데에도 좀 더 창조적이고 다양한 교수방법을 연구하고 교수자료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운다. 학생들과 교육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늘 자기반성을 앞세우는 그녀지만 ‘높은 분들이 학교를 방문한다고 수업을 자르고 청소를 시키는’ 교장에게 항의하기도 하고 교수준비를 소훌히하는 동료교사와 충돌을 빚기도 한다. 그녀는 직관적 교수방법(시청각교육)을 중시하여 밤늦도록 직관물을 만들며, 물고기 지느러미의 기능에대한 학습을 지리한 설명대신 지느러미를 면도날로 잘라보이면 된다고 믿는다.
현인순의 교육에 대한 정열과 교수방법은 학급의 문제아인 태일이를 지도하는 데서 잘 드러난다. 수업시간에도 장난만치는 태일이률 직접 나무라지 않고 ‘포위진 수법’으로 수업태도를 바로잡는다. 태일이를 직접 지명하지 않고 그의 앞·뒤 ·옆의 아이들에게 질문을 퍼부어 정신을차리게 한 다음 마지막에는 태일이를 시켜 대답을 유도해내는 것이다. 학급의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면서도 태일이처럽 학습이 부진한 아이에겐 별도로 만든 카드를 주어 개별학습을 시도한다. 구구단을 못외는 아이를 교실에 붙들어 두어 짜증나게 하는 대신 들길로 데리고 나간다. 아이가 선생님과 손을 잡고 들국화를 찍으며 노는 동안 어느새 구구단을다 외우게 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압록강’을 ‘앞록강’이라고 자꾸만 틀리게 쓰는 아이를 깨우쳐주는 나머지 아이의 손을 잡고 압록강까지 가게되는 일이다. 밀햄리와 꾀팔새를 구분 못하고 서로 싸우는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점심도 굶으며 저녁 어스름까지 가시덤불을 헤집으며 끝내는 밀화부리를 잡아오는 현인순의 정열,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어둡고 험한 밤고갯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나서는 여교사의 발걸음.현인순의 이러한 교육적 정열과 헌신적은 사랑으로 문제아였던 태일이는 성적도 우수한 모범학생이 되어가고, 자식걱정을 덜어낸 태일의 아버지는 화학공장의 연공직장일에만 전념하여 놀라운 기술혁신을 이
루게된다. 반면에 모범생이었던 벌이는 정순욱 교사의 획일적인 통제와 강압에 적웅하지 못하고 끝내는 다른학교로 전학을 가게된다. 이때까지도 ‘교원 한 사람한 사람 의 보이지 않는 활동에 대하여 이해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운명에 대하여 깊이깊이 생각하지 않는’ ‘학교와 자신의 명예만을 소중히’여기며 ‘겉으로드러나는 성적만을 밑고 기뻐할뿐 높은 성적을 낸 교육학적 방법’에는 관심이 없는 ‘사색하지 않아서 큰 소리를 잘 치는’ 교장은 현인순 교사를 문제교사로 여겨 교육부장에게 보고하여 다른 학교로 전근을 보내려 한다.
r나의 교단』의 내용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거칠게 적어보았다. 소설의말미에 가면 교장과 정순옥 등은 자신들의 비교육적인 태도를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게 되며 현인순이 참다운 교육자로 우뚝 서게 됨은 물론이다. 스스로 정해 놓은 제목의 반쪽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어차피 남은 반쪽은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려 했지만 체제가 다른 만큼 체제가 요구하는 교육이념에 따라 교육을 통하여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형은 각기 다른 것이다. 그러나 현인순의 학생들에 대한 교사로서의 뜨거운 사랑, 다양하고 창조적인 교육방법을 연구하기 위한 노력, 교육현장에서의 정열 등은 그러한 차이를 넘어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나의 교단」은 지나치게 도식적이며 단조롭고, 우리에게 어색한 정치적인 표현도 더러 눈에 뜨인다. 자꾸만 사족을 덧불여야 마옴이 좀 덜불안해지는 나는 이 땅의 소심한 교사이다. 이러한 나를 여러분이 용서해줄지 걱정이다. 소설과 현실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러나 「나의 교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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