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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7 | 칼럼·시평 [문화시평]
국악 우리멋, 우리가락
진호(2004-01-27 11:56:40)


 중앙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전국순회연주회 「우리멋 우리가락」 공연(6월 20일, 21일, 전북학생회관)은 우리국악이 일상생활 문화속에 어떻게 자리 매김해야 하는가를 실험적으로 보여준 성공적 무대였다. 「전통음악을 보존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음악」을 위해 지난 87년 창단된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이번 공연은 그 동안 지방에선 마당놀이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보아왔던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연주를 단독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2회공연에 약2천여명의 관람객이 참석, 1부와2부로 나누어 진행된 이번 공연은 백대웅씨의 「회혼례를 위한 시나위」를 시작으로 국악관현악과 창의 조화를 시도한 「화초사거리」(오정숙·김성녀 창) 국악관현악과 병창을 접목한 ‘수궁가’중 「가자, 어서가 「관대장가(강정숙 가야금 병창)를, 그리고 국악관현악과 가요가 어우러진 「한네의 숭천」(김성녀 노래),「이야홍, 술래잡기」 「가나다라」(송창식 노래), 「사랑의노래」(송창식 ·김성녀 노래)등으로 1부 순서가 이어졌다. 1부 첫순 서로 연주된 「회혼례률 위한 시나위」는 유일한 관현악곡으로서 너무 평범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주었으나 협연으로 이어지면서 국악에 대한 새로운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중앙국악관현악단이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대중가요와의 만담은 국악가요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아다시피 국악가요는 현재 우리주위에 만연되어 있는 사랑 타령 등 대중가요의 퇴폐적 양상에서 우리가 어떤 노래를 가꿀 것인가에 대한 자각과 함께 민중의 삶과 무관한 노래가 이 시대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가라는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80년대 이후, 우리의 음악석법으로 우리의 노래를 만들자는 운동으로 꾸준히 전개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번 「우리멋, 우리가락」 전국순회공연엔, 「누렁송아지」 공연 등 탄탄한 민족적 정서를 토대로 한때 그가 보여준 감상적 모습을 극복, 당당한 연주활동을 보여주고있는 정태훈씨와 역시 국악과 가요의 접목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송창식이 교체 출연했는때(전주공연엔 송창식출연) 이번 공연 중 「국악관현악과 가요」는 앞으로 국악가요가 대중적 호응을 얻어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2부에 이어진 명창 오정숙 씨의 판소리(첫날·홍보가中, “박타는 대곡”, 둘째날-춘향가中 “동헌경사 대목”)는 재담과 익살로 전통음악이 지니는 흥의 한마당을 이끌어 냈으며 특히 마지막 작품으로 올린 박범훈 작곡(지휘)의 「사물놀이를 위한 합주곡 “신모듬”」은 우리고유의 타악기만이 지닐 수 있는 독자적인 예술성과 함께 큰 감동을 자아냈다. 지난해 대한민국 작곡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 곡은 박범훈의 뛰어난 기량과 이미 그 명성을 세계적으로 떨친바 있는 김덕수패 사물팀에 의해 단순한 가락의 변주와 조화로 신명난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모처럼만에 시도된 이번 국악의 실험무대는 지엽적문 제일지 몰라도 홍보전략에 약간의 문제점이 있 은듯하다. 아직 실험적으로 시도되는 무대인 만큼 관객은 그 성격을 잘 파악하지 못해 전통국악에만 익숙해 있는 노인중에겐 생소함을 안겨준듯 하며 좀더 젊은층을 대상으로한 홍보가 요망되기도 했다. 아무튼 흔하지 않은 국악관현악단의 이번 공연은 진정한 우리음악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시사해 준 무척 긍정적인 무대였다고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이번 공연은 기업의 문화 예술지원이 겉치레나 기업의 자체 홍보적 성격에서 벗어나 진정한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혼히 대기업의 「문화재단」이 기업체들의 재산보호책의 하나로 설립되고 기업의 문화예술지원이 기업을 통해 얻은 열매를 사회에 환원시킨다는 책무가 아닌 일방적 시혜로 인식하는 풍토에선 「문화재단」은 장학금 지급이나 소장문화재 전시를 위한 박물관건립 차원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전북지방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여겨지는 미원의 「문화재단」역시 장학금 지급이나 전통음식문화연구원 등 자사의 이익에 우선하는 사업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그러나 일면, 전주대사습놀이나 호남오페라의 지원, 그리고 민족문화협회나 이번 중앙국악관현악단 후원 등 그들이 내세우는 소리 우리 것을 소중히 하는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 기여」하는 작업에 미세하나마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중앙국악관현악단의 진지한 작업과 그 작업들을 보여주는 전국순회 공연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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