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1989.9 | 칼럼·시평 [문화저널]
선생님께 드리는 글
한정현(2004-01-27 12:10:28)

못 견디게 보고 싶은 사랑하는 선생님께
맑고 푸른 가을의 하늘이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다지 기쁘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 있어야 할 그 무엇이 우리에게서 떠나버려 아쉽고 섭섭함이 더욱더 우리를 크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
선생님께서 저희와 같이 한 지난날들을 생각해 봅니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려고 했던 ‘참교육’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봅니다.
지난 5월 선생님들은 그 동안의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할 수 없다며 전교조의 깃발아래 결연히 일어서셨지요 그후 전국적으로 파급된 교조의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우리의 가슴과 선생님들의 가슴은 설레이기 시작했지요
“아! 이제야 비로소 올바른 교육을 가르칠 수 있게되었구나”라고 하신 선생님들과 “이제 비로소 참교육이라는 것을 받게 되겠구나”하는 학생들이 맞물려 전국은 술렁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선생님들은 더욱더 열심히 사랑하셨지요 조국을, 학생을, 참교육을 그러나 선생님 ! 신문 ·방송에 비춰진 죄수처럼 끌려가시는 선생님 모습, 군화발에 채이시는 선생님 모습,
「좌경 ·용공」이라 말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왜 ! 무엇이 잘못 되었길래, 우리가 사랑했던 선생님들을 골라 저들은 데려가고 있는지요? 우리는 이해할 수 가 없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선생님을 지키겠다고 결의했었지요
왜냐면 우리는 전교조의 깃발을 들고 쓰러지는 동지들을 부축이며 파면, 해임, 구속을 당하시면서도 계속 전진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참과 거짓을 구분하는 지혜를 배웠고, 교과서에서 보다 더욱 큰 교육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들께서는 징계를 눈앞에 두시고도 태연하게 우리에게 말씀하셨지요 “너희들은 그만둬라. 너희들은 다쳐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선생님들을 봐면서 우리는 가슴으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몸이 안 좋으신 선생님께서는 동료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식수업에 들어 가셨었지요 피곤하고 곤한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슴으로 또 한번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짐했지요 꼭 선생님들을 지키겠다고, 사랑하는 우리의 선생님을 아무도 데려갈 수 없다고, 우리는 가슴깊이 되새김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징계가 떨어지던 날 하늘도 슬퍼서인지 비가 내렸지요 전경과 4새우면서 우리의 선생님들을 우리 곁에서 데려가지 말라고 외쳤지만 백골단의 힘에 못 이겨 우리는 선생님들을 지켜내지 못했고 징계를 당하시고 나오시는 선생님들을 애써 슬픔을 웃음으로 삼키셨지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비와 범벅이 되어 눈물이 흘렀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어쩔 줄 모르는 우리를 되려 위로 하셨지요 그리고 우리를 당신들이 보호하셨습니다. 선생님 우리는 그날 선생님을 빼앗겼고 지금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결코 우리는 선생님들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다시 선생님들의 품안으로 거세게 달려가 안길 그날을 꼭 만들고야 말 것입니다.
그토록 참교육은 열망하셨던 선생님의 모습, 하나님을 사랑하신다면 주님의 길을 끝까지 걷겠다던 선생님의 말씀 저희들을 무척 사랑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선생님 !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의 가슴속에서 끝없이 되살아 올라 반도의 대지 위에 참교육을, 반도의 동산에 전교조의 깃발을, 힘차게 휘날릴 수 있는 그날을 위해 뜨거운 함성으로 일어선 것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리지만은 않습니다.
더 이상 교육의 대상으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피땀 흘린 뜻을 이어받아 민족 ·민주교육 인간화 교육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선생님, 다시 한번 불타올라 우리의 교실을 눈물로써 적실 그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선생님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곁에는 저희들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음을 절대 잊지 말아 주십시요
그럼 참교육 실현의 그날까지 몸조리 잘 하십시요.
1989년 9월 9일
선생님들을 못 견디게 사랑하는
제자 한 정 현 올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