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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6 | 칼럼·시평 [문화시평]
임진택의 창작판소리
심 인 택 ·전주우석대교수(2004-01-27 15:01:12)

창작이란 용어가 70년대 이후 문화예술분야에 상당히 많이 쓰이고 있다.그러면 창작이라는용어가쓰이기전에는 창작이 없었다는 말인가.역사의 굴절을 많이 겪은 우리 민족은 항상 외세와 외래문화 속에서 우리의 정통성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 과거와 현재의 사실이다.
역사의 굴절을 겪다보니 우리가 우리임을 알기 보다는 우리보다도 남을먼저 알아야 살아갈 수 있는 미묘한 역사의 굴레에서 혜어나오지 못함의결과이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문화권이 전혀다른 서양문화의 수입으로 문화의 단절을 크게 느끼게 되었고 그 여파로우리는 전통이라는 용어에 강한 애착을 보이게 되었다. 역사적인 문화는전통문화로 왜소화하고 일반적인 문화는 외래 문화가 안방자리를 차지하게 되어 우리의 문화는 전통문화로서사랑방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주객이전도되고 만 것이다.
그래서 창작이라는 말은 전통문화와 외래문화의 갈등 속에서 생겨난 우리문화의 제자리 찾기의 일환으로 전통문화의 현재화 또는 외래문화의 적극적 수용의 방안으로 태어난 신종 문화적 용어임이 분명하고 어떤면에서는우리문화의 전통을 세우기 위한 몸부림의 표현인지도 모른다.
그 예로 창작국악 창작음악 창작가곡 국악가요 창작동요 창작 판소리 창작가요 등 우리예술문화에 이 창작 이라는 용어가깊숙히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80년대후부터 일이니 이제야 문화계가 정신을 제대로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면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전통음악 또는 판소리 라고 하면대개의 경우 구시대의 음악으로 규정해 버리는 일반적인 인식은 어디에서버롯된 것일까.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외래 문화의영향으로 치부하는 것이 편한 일인지 아니면 우리에게 문제가 더 많이 있다고 봐야 하는지도 규명을ㄹ 해야 할것이다.
대개 창조적인 문화는 외환이든 내환이든 국가적 ·민족적으로큰혼란이있고난 후에 그것을 후세에게 귀감이되고자여러형태의 예술로나타나는데특히 근세사에 있어서 그러한 문제가 음악으로 나타난 일은 극히 드물다.
일본과의 관계를 보더라도 임진왜란을 중심으로 나타난 음악도 없고단지 일제시대에 잠깐 나타난 판소리 이순신 장군가 와 70년대 명창 박동진씨에 의한 판소리 이순신가 가 명동 국립극장 시절에 발표된 적이 있으며, 그지긋지긋한 일제 36년에 대한음악도 없으나 판소리 열사가로 해방말기에 유관순 ·이준 ·안중근 ·윤봉길 열사가 가 몇몇 소리꾼에 의하여불리워 졌으며 민족상잔의 6 ·25 전쟁에 관한 민족적인 음악도 없고 민주의 염원인 4 ·19에 대한 음악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며 5 ·16으로부터 유신시대 말기까지의 음악도 남기지 못하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후세를 위하여 무슨 음악을하고 있다고 할 것인가.

창작 판소리
이 시대의 얘기를 담은 소리가 진정한 소리 일진대 이제 임진택씨가 80년대에 우리 민족에게 가장 비참하고참혹했던 광주민주화 운동을 주제로판소리를 만들었다 함은 판소리 역사에 중요한 분기점을 이룩했다고 봐야한다.

소리꾼 임진택은 누구인가.
1950년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하고 명창 정권진씨에게 판소리를 전수했으며 연극연출 및 소리문으로 알려진 사람으로 소리로는 소리내력 과 똥바다 를 판소리로 만들어 창작판소리를 정착시키고자힘쓰고 있다.
판소리 똥바다 로널리 알려지면서판소리의 전통적인 맥락을 잇기 위한노력으로 또 이 시대의 얘기를 판소리로 엮어서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그의 집념은 대단하다. 광주사태가광주민주화운동으로 명명되면서 80년대 광주의 역사적 시각은 문화의 각부문에서 서서히 분출되고 있으나 대부분 단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특히 올해는 광주민주화 운동 10주년을 맞이하여 문학 ·연극 ·미술 ·음악·마당놀이 ·노래 등, 나름대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이제 우리 문화예술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듯하여 반갑다. 판소리를 창작한다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다.
우선 전통적으로불리워진 판소리가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오랜세월동안 명창들의 소리와 더늠이 첨가되고 관중들의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문학과의 긴밀한 밀착으로 오늘날의 판소리가 되어 우리와 같이 살고있지만 5月, 광주를 소리로 만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판소리를 만들 수 있는 몇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자.
첫째로 판소리 사설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전통적인 판소리의 사설을보면 일반적인 문학의 장르와는 다른면이 었다. 그것은 소리가 될 수 있는사설이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누가 판소리 사설을 만들 수있는지 의문이다. 이 점에 대해 소리꾼들은 자신들이 말붙임을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창극 에서 많이 볼수 있다. 5月, 광주에서도 임진태씨가 광주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여직접 노랫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창작 판소리는 소리군 자신이 일차적으로 판소리의 사설을 소리가 되도록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두번째로 사설의 내용이 얼마큼 핵심을 갖고 있느냐는 얘기가 된다. 이 얘기는 어느 한 사람이 소리를 만들었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한 소리가 될수 없듯이 다른 사람이 그 소리를 할때 중심이 되는 이야기(소리)에 자신의 소리(이야기)를 첨가 할 수 있는여유와 여백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들어 5月 광주 판소리가 다른사람이 소리를 했을 경우 그 사람의더늠이 들어갈 수 있는 공백이 있어야만 살아있는 판소리가 되기 때문이다.지금까지의 판소리는 바로 이러한점이 있기 때문에 공간의 예술 ·현장의 예술로 남아 있을 수 있었다. 이는소리꾼의 관점에 따라 부분적으로 사설을 뺄 수도 있고 다른 상황을 넣을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먼 훗날에광주민주화 에 대한 명가에 더불어이러한 부분은 판소리 5月 광주가 전통음악으로 남게되느냐를 판단하는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세째로 판소리의 음악적 구성이다.전통판소리는 약 2세기에 걸쳐 만들어 졌다. 맨 처음 소리가 만들어졌을 때는 오늘날과 같은 판소리가아니고 상당히 간략한 작품이었는데,이것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변화한것이다.우선 장단부분 역시 시대에 따라점점 복잡해지고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장단이 복잡하고 많아졌다는 말은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장단에서도 사회의 구조를 잘용해할수 있는 장단이 포함되며장단의 구조는 판소리 사설의 각 음절과도연결 관계를갖고 있다. 과거의 장단은 과거의 언어와 깊은 관계가있고 특히 판소리 사설이 전라도 어법을 많이 갖고 있다는 점도 살펴 보아야 한다.5月 광주에서는 11개의 장단(진양조3장단 ·세마치3 ·중모리6 ·늦은중폭리1 ·빠른 중모리1 ·명중모리1 ·엇중모리2 ·중중모리7 ·자진모리7 .엇모리3 ·휘모리2장단)을 사용하고있는데 기존 판소리에 비하여 비교적 중모리 장단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장단구성은사설의 내용과 직결되어있다. 느린 속도와 빠른 속도는 사설내용에 따라 구성되지만 내용의 깊이에 따라서도 장단의 선택은 바뀔 수있다.장단구성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소리길을 정하는 것이다. 즉 어떤 조를선택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는말이다. 전통음악에서 골격을 이루는 조로는 우조와 계면조가 있고 성음에따라 조의 변화가 있으며 사설의 내용에 따라서도 조의 변화가 있다. 즉장단과 조와 사설은 항상 같이 움직이게 되는데 5月, 광주에서도 역시세심한 면이 보이고 있다. 그것은 임진택씨 자신이 기존 판소리를 공부를했기 때문에 적절히 사용을 하여 소리진행과 사설의 상황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판소리의 음악적 묘미는 변조를 잘 사용하기 때문에 청중들에게 음악적 변화에 의해 사설의 내용이잘 전달되며 긴장과 이완이 장단과 더불어 소리꾼과 관중을 하나로 묶는데 크게 기여하게된다. 5月 광주에서는 이 점이 약간 부족한듯 하다. 그것은 전통음악의 음계변천 과정과 사회변화와 외래음악의 수용과정 등이 우리 음악의 음계 구성에 상당한 영향이 있었듯이 5月광주의 음계 구성에 있어 변조과정을좀더 세밀히 했다면 긴장과 이완의묘미를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으리라생각된다.
판소리에 있어서 기본 골격으로 사설, 장단, 음계가 구성되면 그 다음으로 판의 분위기를 잡아가는 소리문의 발림이 또한 중요한 부분이 된다.
임진택씨는 연극을중심으로활동을하였고 또 천부적 무대 체질을 갖고있기 때문에 무대에서의 임진택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특히 임진택의 발림은 무대와 객석을 편하게해주며 그의 아니리는 그때 그때의 상황전개를 절묘하게 이끌어 내는 이시대의 광대임이 분명하다.
광대의 아니리와 발림은 소리를 이끄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이며 여기에임진택은 무대 뒤에 걸개그림을 등에엎고 소리를 하기에 기존 판소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다.걸개 그림은 광주항쟁 10일간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어 이 5월 광주내용에 등장인물의 특징을 그림속에잘 포용하면서도 80년대의 광주를 잘그려내고 있다.
결국 소리꾼과 고수와 관중과 걸개그림까지 동장하여 새로운 판소리의구성을 시도한 이 5월광주 판소리는그동안 부채 하나로 무대를 이끌던 광대에게 관중과 더불어 시각적인 무대를 제공한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보인다. 아니리가 기존 판소리 보다 자주들어가게 되는데 옛 판소리에서는 아니리 부분을 소리로 하는 사람이 있고소리부분을 아니리로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것은 그만큼 판소리의 사설이 소리로서도 아니리로서도 잘 조화있게 쓰여졌다고 볼 수 있다. 5월광주에서는 상황설명이 다른 판소리에 비하여 많을 수 밖에 없어서 아니 리가 32번이 나오게 된 것이다. 먼훗날 이 5월 광주가 갈고 닦아지게되면 이 아니리가소리로 될 수도 있고소리가 아니리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그렇게 될 때 판소리의 생명인 이면을 그리는 그늘이 생기게 되고 그늘과 이면이 있는 소리로서 더욱 사랑을 받는 판소리로 성장할 것이다.다음으로 추임새 부분으로 임진태씨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생겨난노래를 과감하게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중과 같이 숨을 쉬려는 의도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추임새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기에임진택씨는 관중으로부터의 추임새는별로 의식하지 않고 같이 참여할 수있는 광주항쟁에서 파생된 노래3곡과근래 작곡한 노래2곡 그리고 우리의소원운 통일 을 삽입하여 여섯 개의곡과 시낭송을 넣었다. 기존 판소리는추임새를 제외하고는 감상중심인데반하여 5월광주에서는 함께 노래할수 있도록 한 점에서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극대화 하고자 했다.특히 노래 남도에 내리는 비 와 흘러라 네 온갖 서러움은 기악 반주를 덧 붙여 판소리에 있어서 풍부한음악적 체험과 이 시대의 흐름을 같이하고자 한 점에서 바로 창작 판소리의생명올 불어 넣으려고 하였다. 임진택의 창작 판소리 5月 광주는분명히 판소리 역사에 한획을 긋는중요한 작품이며 이 시대를 노래하는판소리로 남을 것이다. 그 이유로
1. 판소리 사설을 본인 스스로 썼다는 점
2. 장단 구성을 적절히 안배하였다는점
3. 음계구성의 소리길을 현재화하려고한 점
4. 관중과 더불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한 점
5. 걸개 그림을 사용했다는 점
6. 기악반주를 노래와 시낭송에 썼다는 점
7. 임진택의 더늠이 완연하게 부각된 점
8. 의상에 있어서 전통적인 의상에 현장상황에 맞도록 새로 만들어 관중들과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한 점
9. 판소리 사설이 현재 사용하는언어로 쓰여진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10주년을 맞이하여소리꾼 임진택에 의하여 만들어진 이5월 광주의 판소리는 그동안 기존판소리의 벽을 넘어 오늘의 소리로태어난 귀중·한 소리이다.그동안전통음악이 정체된 현상으로인식되어온 오늘날, 이 현실을 극복하고 판소리가 가지는 생명력을 다음세대에 넘겨주기 위한 과정과 더불어모두에게 판소리가 중요한 우리음악임을 알려주는 무대였다.호남사회연구회의 주최로 5월 18 ·19일에 열린 임진돼 창작 판소리 5월광주는 우리음악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많은 문제를 제기한 판소리로 기존 판소리 다섯마당에 집작하고 있던 우리에게 또 하나의 판소리가 정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으며 머지않아 판소리 여섯마당의 기틀을 마련할 무대로 판소리 창작에 관한 좋은 시범을 보여주었다.아직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광주민주화 운동 열흘 동안의 내용을 장엄한 서사적 기록으로 판소리를 만든 임진택씨에게 감사를 드리며 더많은 판소리가 창작되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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