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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7 | 칼럼·시평 [문화시평]
우리 음악을 수용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
-예루국악제를 보고-
심인택 본지 편집위원(2004-01-27 15:17:08)

예루 소극장이 예루음악회 제150회를 기념하면서 예루국악제를 5월28일, 6월 4·7 ·11일 예루 소극장과 예술회관에서 개최하였다. 예루소극장이 150회 이상의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가장 돋보인 것은우리음악을수용하고자하는분명한의지이다.학교교육에서나 사회교육에서도 그다지 힘을 쏟지 않는 부분이 바로 우리 음악이다. 흔히 국악을 저변 확대해야 한다든지 국악을 현대화해야 한다든지 둥 말만 무성할 뿐 선뜻 나서서 그 일을 실행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어려운 여건에서 음악회의삼분의 일을 우리음악에 비중을 둔 예루소극장은 이제 한국에 독보적이고 독자적인 위치에서 소극장을 운영하게 되었고 누구나 그 공로를 치하하지 않올 수 없다.
그런 중에 전주에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국악관현악단을 창설하여 작년에 창단연주회를 갖고 올해에 정기연주회 겸 국악제를 마련했다는 점은 예루소극장의 방향이 어느정도 윤곽을 갖게 되었고, 음악인과 애호가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국악제라는 이름을 붙여 행사하는 것으로“대한민국 국악제”가 전국 규모로 이루어지고 있고 올해처음으로 “대구 국악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음악제(국악제 포함)가정부나 관계기관의 후원을 얻어 행해지고 있는데 예루 소극장어 독자적으로 4일간 행사준비를 준비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번 예루국악제는 첫무대로 이동규의 가곡 ·가사 ·시조 발표회와 두번째 무대로 김정자의 가야금을 중심으로한 별곡(풍류), 세 번째 무대로 전주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 네 번째 무대로 최정선의 연행예술로의 판소리 강좌가 마련되어 나름대로 한국음악의 대강을 골고루 준비한 흔적이 보이며 각각의 행사마다 그 의미를 충분히 읽을 수가 있었다.
첫 번째 이동규의 가곡은 전주에서는 쉽게 듣지 못하는 노래로 그동안 몇 차례 자리를 마련한 적은 있었지만 한국에 제일가는 가객을 전주에 모셨다는 의미로만 만족해야했다. 섣부른 판단일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관람객의 숫자나 가곡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 수준이 전반적으로 뒤떨어져 있는것 같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로 가곡 ·시조를 들겠으나 전주에서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물론 홍보등 준비 부족을 들 수 있겠지만 전주에 성악과 관계있는 사람이 그처럼 많은데 아직도 가곡감상 인구가 열악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두 번째 무대는 김정자 교수의 가야금을 중심으로 한 별곡(풍류)으로 이 날 연주한 김정자 교수는 서울대국악과2회 졸업생으로 그 당시(l960년대) 황무지에 가까운 국악계에 뛰어들어 오늘날 풍류가야금을 복원하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며 가야금산조의 체계화와 풍류의 원가락을찾는데 공헌을 많이 한 분이다.
이날 연주는 현행 풍류보다 더욱 고풍스러웠고 한음 한음에 많은 의미를 던져가며 후학들에게 귀감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역력히 보였으나 아쉽게도 풍류의 고장인 전주에서 그리고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리줄풍류에서도 별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전주국악관현악단의 정기연주회는 관악합주인 길타령 ·별우조타령 ·군악이 연주자들의 불성실함으로 인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염려와 불안을 느끼도록 했다. 우선연주자의 자질을 연마하는데 더욱 정진하여야 하겠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현악인 가야금, 거문고, 양금의 연주는 정갈하면서도 품위를 보이며 차분하게 진행된 좋은 연주였다. 별곡으로 도드리, 상현도드리, 염불 타령, 군악을 연주하였는데 관악합주는 남자 중심으로 현악합주는 여자 중심으로 짜여진 것이 이채로왔다. 그리고 김광순 교수의 창작가곡 “나무등걸에 앉아”(신석정 시)가 초연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김광순씨는 많은 가곡을 창작하였지만 전통악기를 반주로 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곡의 선율파 악기의 반주가 잘 어우러 진 점이 좋았다.
마지막으로 박범훈작곡“신모듬”중 3악장은 수차 연주로 귀에 익은 작품이지만 사물놀이를 호남좌도음악으로 바꾼 점이 그동안 지역 사물놀이에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타악 합주가 중심이 된 이 작품은 80년대 후반에 사물놀이와 더불어 온 국민의 사랑을 받은 음악으로 타악연주 부분에 호남좌도음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신모듬”이 각 지역에 더욱 확산되리라 믿는다.
전주 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서“나무 등걸에 앉아”와 “신모듬”은 새로 만들어진 음악이면서 좋은 대조를 보인 연주회라 하겠다.
네 번째로 최정선씨의 연행예술로서의 판소리강좌는 판소리 이론의 개관과 특정을 살펴본 자리였으나 이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어 판소리실기에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판소리 이론에는 별 관심이 없는 판소리의 현주소를 보는 듯 하였다.
예루국악제가 그 알찬 내용에 비하여 여러 가지 부족한 면을 보인 것은 처음 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이해는 할 수 있으나 이왕에 이런 큰잔치를 마련함에 있어서 기획면에 좀 더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덧붙여 예루 소극장에서 특별히 국악제를 마련하기보다는 예루음악제를 준비하여 전체적인 한국음악의 방향과 실천을 위한 행사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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