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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8 | 칼럼·시평 [서평]
한국사회운동사
지역연구모임(2004-01-27 15:34:14)

최근 들어 통일운동에 대한 새로운 전망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있다. 연초의 소위 보수대연합에 이은 공공연한 음모가 진행되는 가운데 발생한 7월의 국회파행과 관련 지워져서 곧바로 이어진 남북교류에 대한 정부측의 획기적인 자세변화는 국내정세의 난관을 돌파하고자 하는 정치적 술수라고 하는 지극히 정당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한국사회 통일운동의 전망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역시지배층의 태도변화에 의한 시혜적 조치가 결코 아니며, 결국은 80년대 한국사회운동의 지난한 성장과정 속에서 그 본질적인 동력을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사회의 변화발전 속에서 80년대는 단순한 연대사적 의미를 뛰어넘는 크나큰 무게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한국의 인문사회과학과 기타 모든 분야의 성과와 역량들은 80년대를 애쓰게 정리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사회의 90년대를 보다 각별한 의미로 살아가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무이며 동시에 권리인 것이다.
80년대를 정리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문학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또 예술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는 치열한 싸움의 모습으로 또는 책략으로 또는 정치적 야합으로 또는 더러운 음모로 나타나기도 한다. 요컨데 80년대를 정리해가는 또 하나의 장도 역시 80년대의 치열함 속에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한국사회구성체논쟁 I , II」를 냄으로써 우리 앞에 널리 알려진 도서출판 죽산과 역시 그 책의 편자조회연이, 다시 80년대 한국사회를 변혁운동의 역사적 전개라는 입장에서 정리한 「한국사회운동사」를 내놓았다. 이런 류의 기획은 물론 이번 「한국사회운동사」가 처음-은 아니다. 이와 유사한 기획이 이미 한길사에서 월간 「사회와 사상」 창간 1주년 기념특별기획으로 출판한「80년대 사회운동논쟁」과 뒤에 이은「90년대 사회운동논쟁」 둥으로 나타나 었다. 이러한 책들은 한결같이 대단히 넓은 주제를 80년대라는 하나의 주제틀로서 묶고 변혁운동의 각 전선과 쟁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특징 지워진다. 이러한 기획은 80년대를 변혁운동사의 입장에서 정리한다는 의도 외에 일반대중과 변혁운동사이의 괴리를 보다 간명하고 포괄적인 정리로서 극복하면서, 대중에게 변혁운동을 쉽게 이해시키고자하는 의도를 또한 감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사회를 변혁의 전망 속에서 연구 해 가는 신진연구자들과 변혁운동에 대해 소박한 애정으로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80년대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참고서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이 책은 조회연의 서장을 제외한2부 12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머릿말을 통해서 조회연은 80년대 사회운동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측면을 기층민중운동의 대중적 전개와 각계각층에서의 진보적 운동역량의 태동·확산이라고 지적하면서 80년대 사회운동사에 대한 올바른 분석은 바로 이러한 발전의과정올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척하고 있다. 이러한 편자의 입장은 이 책의 전체 기획 속에서 일정하게 반영되고 있는데, 제1부에서 한국사회 변혁운동의 역사적 전개를 정리하고 있는 것은 편자가 본래 의도했던 ‘총체성’에 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1부는 두 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었는데 먼저 김동춘은 개항이후부터 6·25전쟁까지의 근 현대사를 변혁운동의 전통 속에서 서술하면서 특히 해방이후의 역사적 사건들을 제국주의와 국내 매판세력 그리고 이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이라는 줄거리를 통해서 서술하고 있다.
이에 이은 조회연의 논문은50, 60,70년대 민족민주운동의 전개과정에 관한 연구로 이 기간을 4시기로 구분하면서 ‘친미반공 분단종속체제’의 정치경제적 균열과 그 재생산메카니즘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남한 사회운동의 질적변화를 정리하고 있다. 특히 조회연의 글이 돋보이는 것은 그간의 사회과학계에서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6·25이후의 한국사에 대해서 변혁운동사라는 관점을 적용시켜 역사적 전개를 고찰한 점에 있다. 그는 이글에서 그간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했던 진보당사건, 통혁당사건 등의 주제를 80년대 한국변혁운동사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면서 당당히 한국 현대사의 주류로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의 제2부는 80년대 운동의 대중적 발전을 정치경제,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학생운동, 여성운동, 문예운동, 학술운동, 통일전선, 지역운동의 분야로 구분하여 각 부분·부문운동의 발전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전체운동의 총체적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논문들이 보여주는 공통된 특징은 각 부문운동을 서술하는 방식들을 이념과 조직이라는 양 축을 중심으로 하는 한편, 이률 중심으로 80년대에 대한 나름의 시기구분을 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분은 아직까지 80년대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 보다 깊은 영향을 미치는 선도적 연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적극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책은 편자가 밝힌 ‘총체성’이라는 문제접근에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 또한 눈에 보인다. 즉 한 사회의 정치지형을 그 사회의 본질적 모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배 ·피지배계급간의 세력대립이 정치적으로 구조화된 상태라고 정의할때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획의도인 ‘총체성’속에 자본축적양식의 변화를 비롯한 지배블록의 변화를 정리하고 있는 부분이 다소 소홀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출판의 의도와 관련 지워서 지적해야할 점은 이런류의 기획의도가혹여 각 부분운동에 대한 실천적이해를 간과한 채 지나치게 나열적으로 현상적인 접근에 머무르면서 오히려 운동에 대한 대중의 몰이해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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