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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 | 칼럼·시평 [서평]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이론
지역연구모임(2004-01-29 10:32:12)

주지하는 바와 같이, 8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의 사상적 흐름은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복원과정 혹은 기존의 잡다한 사상으로부터의 결별과정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학계에서는 젊은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진보적 세력이 집단화하기 시작하였고 여타의 사회운동세력들은 부르조아지의 가혹한 탄압과 사상적 공세 속에서도 끊임없이 성장해와 한국사회 변혁의 주춧돌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우리 노동자계급의 성장은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발적이라 함은 87년의 ‘노동자 대투쟁’으로 표출된 데서도 연상할 수 있겠고 뿐만 아니라 노동해방의 기치를 힘차게 들고 나온 ‘전노협’의 결성에서도 엿보이는 것이다. 더구나 전노협은 한국전쟁 이후 이땅의 노동운동이 사그러진 척박한 현실속에서 탄생한 것이고 또한 제국주의적 착취와 분단의 억압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계급의 성장에 맞서서 자본의 대응은 한층 노골화 되어 가고 있으며 고도의 전술을 동원하는 총력적 탄압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와 더불어 변혁운동세력 내부에 적지않은 사상적 균열과 혼란이 노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변혁의 구심을 흐트러 놓을 수 있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하기에 오늘날 노동자계급 스스로의 사상적 무장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구체적 작업들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이론」(1990, 동지)의 집필 배경도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이책은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는 하나의 노력으로 보여진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 이론」의 구성은 9과로 나누어 진다. 제 1과에서부터 제 8과까지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내용을 담고 있고 제 9과에서는 보론격으로 구체적인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이 실려 있다. 제 9과 「한국 사회와 변혁운동」은 이 책의 저자가 원전의 내용에다 추가한 것으로 보여진다. 레닌이 구분한 바있떤 마르크스주의의 세가지 구성 부분, 즉 철학(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정치경제학, 계급투쟁론은 이책의 중심내용이다. 이같은 방식으로 이책을 나누어 본다면, 제1과 「과학적 세계관의 기초」와 제2과 「살아 있는 현실의 이해」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제3과 「사회와 역사의 이해」는 사적 유물론을, 제4과 「임금과 착취」와 제5과 「자본축적과 빈곤」 그리고 제6과 「현대의 자본주의」는 정치경제학을 담고 있다. 또 제7과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과 제8과 「국가 민주주의 혁명」에서는 계급투쟁의 학설을 설명하고 있다.
제1과 「과학적 세계관의 기초」에서는 철학의 근본문제를 제기한다. 즉 현실체계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유물론의 올바름과 관념론의 허구성을 대비시켜 과학적 세계관으로서 유물론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람의 본성이 노동(환경을 변혁시키는 활동)속에서 만들어진 이성(생각하는 힘)에 있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하여 진리가 현실세계에 있음을, 또한 그 변혁은 실천(자연과 사회를 변혁하는 사람의 능동적 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제2과 「살아있는 현실의 이해」에서는 변증법의 기본원리(이 책의 표현을 빌면, “세계의 여러 사물은 서로 이어져 영향을 주고받으며 끊임없이 운동하고 발전한다.”)와 세 개의 법칙(대립물의 통일과 투쟁의 법칙, 양에서 질로의 전화, 부정의 부정의 법칙)에 대한 해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3과 「사회와 역사의 이해」에서는 사회구성체의 역사적 발전법칙과 그 종결로서의 무계급사회로의 이행에 관한 사적 유물론의 일반적 핵심을 설명해 준다.
제4과 「임금과 착취」에서부터는 정치경제학에 관한 내용인데, 저자는 먼저 경제학은 “인간 사회에서 재화의 생산과 분배(교환)를 꿰뚫고 있는 구조(법칙)를 박혀내는 과학”이라 규정하고 자본주의적 착취구조와 가치증식과정을 밝혀 주고 있다. 제5과 「자본축적과 빈곤」에서는 노동자계급 전체에 걸쳐 착취가 이루어진다는 사실과 함께 자본축적의 모순으로 인한 노동자계급의 빈곤화와 공황의 불가피성을 피력하고 있다. 제6과 「현대의 자본주의」에서는 현대의 자본주의의 단계를 독점자본주의 단계 혹은 제국주의 단계의 자본주의로 규정하고 이러한 독점자본주의의 경제적 특성과 함께 전후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립배경, 그리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양상을 설명해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와 위기의 증대속에서도 노동자계급의 끊임없는 성장 그리고 노동조합투쟁의 중요성과 노동계급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설명을 제7과 「노동자 계급의 계급투쟁」에서 행하고 있다. 그리고 제8과 「국가 민주주의 혁명」에서는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특징을 국가기구의 비대화로 보고 이에 대한 민주주의 혁명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현대라는 시대를 “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차례차례 무너져가는 시대” 혹은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이행하는 시대”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시대에서의 세계변혁 세력은 첫째로 노동자계급 중심의 사회변혁운동, 둘째로 민족해방운동, 셋째로 사회주의 국가임을 지적하고 현대 혁명의 추진력으로서 이들 세력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전선의 구축이 관건임을 역설하고 있다. 마지막 장인 제9과 「한국사회와 변혁운동」에서는 한국자본주의의 성격을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반제 반독점 민주주의혁명을 그 변혁의 과제로 보고 있다.
위와 같은 내용들이 경이롭게도 불과 221쪽의 분량에 모두 포괄되고 있다. 이렇게 방대한 주제들을 이 책이 소화하고 있는 것은 앞서도 지적한 바 있던 이 책의 집필목적과 배경에 연유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의의 역시도 그러한 점들속에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책의 특성과 의의를 요약해 보기로 하자.
첫째, 이 책은 노동자를 위한 교재용으로 쓰여진 것이다.(특히 이점은 이 책이 강의식 문제와 경어체를 사용한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80년대가 노동자계급이 변혁의 주인임을 자각하는 시기였다면 90년대는 스스로 변혁의 전망을 세우고 이끌어 가는 시기이다. 그러하기에 노동자계급의 과학적 사상으로의 무장이 절실한 것이고 이를 위한 구체적 작업들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적절한 시기에 나온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과학적 사회주의의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시간이 없는 노동자들의 학습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주제의 방대함에도 불구하고 내용설명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전혀 보이지 않고 또한 그러면서도 핵심을 비껴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노동자들이나 기초학습과정에 있는 사람들 뿐만이 아니고 이에 대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그 유용성을 유감없이 발휘할 것이다.
둘째, 앞의 것과 관련하여 이 책은 방대한 분량을 짧은 지면에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따. 변증법적 유물론, 사적 유물론, 정치경제학, 혁명론을 체계있게 섭렵하기란 보통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고 또한 전문가일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러한 쉽고 간단명료한 책이 적합할 것이다.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이론」이 압축적인 이유는 이 책이 노동자의 교재로 쓰여진 것이라는 데에 있겠지만 그 자체의 작업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더욱이 이처럼 많은 분량이 압축적으로 제시된 책이 아직까지 나온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이 책의 의의가 한층 더 돋보이는 것이다.
셋째, 이 책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파악한다. 이 책이 신식국독자 진영의 철학적, 경제학적 입장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 책의 내용속에는 그러한 입장이 분명히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신식국독자론이 기초하고 있는 논리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들의 입장을 요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강점과 의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러한 특성 때문에 오는 피할 수 없는 약점을 지니게 된다.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는데, 우선 한가지는 이 책이 방대한 주제를 집약시킨 데에서 찾아질 수 있겠다. 즉 방대한 양을 짧은 지면에 소화하려면 심도있는 논의들을 생략할 수밖에 없으며 아주 개괄적 수준의 요약이 불가피 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독자들의 지적 갈증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사회주의의 기초이론」은 이 책이 가지는 강점 및 핵심적 내용의 해설수준에 비추어 볼때 그러한 한계를 상쇄하고 남음이 있어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다른 한가지, 즉 현하 한국사회 성격을 규정하는 하나의 입장(신식국독자)을 피력하는 데에서 오는 것으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쟁점들에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끝으로, 한 가지 독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른 참고도서 혹은 「철학사전」이나 「경제학사전」등을 참고하면서 이 책을 학습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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