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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2 | 칼럼·시평 [문화칼럼]
우루과이라운드와 한국농업
이주재 전북대 대학원/사회학(2004-01-29 11:35:02)

우루과이 라운드가 요즘 시사용어로 오르내리고 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면서도 무게있게 다가오는 이 단어는 외국의 개방압력이 우리에게 우르르 꽝 밀려오는 괴물같은 것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실제로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이 종결지어지게 되면 우리경제에 심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르과이 라운드의 협상 배경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홍보가 되지도 않고 있으며, 피상적으로 이해되거나 곡해되는 경향이 있어서 여기서 간단하게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배경과 내용에 관한 그 본질적 의미를 몇가지 지적해 두고자 한다.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 배경

우선 우르과이 라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우선 가트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가트(GATT,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는 미국의 주도로 1947년 설립되어 90년 3월 현재 125개국이 적용국으로 되어있다. 가트는 관세인하와 비관세장벽을 제거하고 국제무역상 차별대우 철폐를 통해 자유경제원리에 입각한 국제무역체제의 확립을 꾀하고 있다.
가트는 지금까지 수차례의 무역협상을 통해 국제무역체제를 확립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무역협상은 60년대의 케네디 라운드, 70년대의 동경 라운드 등 여러차례 있어왔다. 그 중의 하나인 우르과이 라운드(Urguay Round of Multilateral Trade Negotiation)는 남미의 우르과이에서 이루어진 다국간 무역교섭을 일컫는다. 왜냐하면 우르과이 라운드의 추진 자체가 80년대 이후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심화되고 GATT체제가 약화된데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즉 세계경제체제 속에서 무역의 불균형확대와 GATT체제의 규범을 준수하지 않는 각종 비관세 장벽의 남용현상이 심화되어 왔고 쌍무주의, 지역주의의 만연으로 다국간체제인 GATT기능이 크게 약화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산물, 서비스, 지적소유권등 신분야에 대한 통상마찰이 확대되었고, 80년대 초반부터 미국, 일본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다자간 협상이 추진되어 상품분야의 자유무역질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달러지배체제’로서 IMF-GATT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미국경제는 대전 중에 팽창된 군수산업 분야와 비군수산업에서의 공급구조가 불균형을 이루었고 농업분야도 전시의 수요급증을 통해 생산력이 증대되었는데 전후에 그 수요가 급작스럽게 감소하자 이에 따른 대량실업과 공황의 위기에 젖어 들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아메리카 중심의 경제체제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서유럽국가들은 전쟁동안 파괴된 생산설비 및 노동력의 상실등을 마샬플랜의 원조계획에 의해 유럽경제부흥을 꾀하였고 EC의 관세동맹정책과 공통농업정책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꾀하고 확대재생산을 추구하기 위하여 GATT체제에 도전하고 유럽 달러시장을 형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이들은 대미국 국제수지를 호전시키고 달러부족을 완화시키고 달러과잉을 초래하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수지의 적자를 58년부터 기록하게 되고 세계경제에서의 IMF-GATT체제의 균열을 몰고 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메리카의 국제수지적자는 민간자본수출증대, 대외원조, 해외군사비지출 등으로 확대되었다.
미국경제는 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제조업생산성의 상대적 감소가 있게 되자 무역적자 재정적자가 확대되기에 이르렀으며, 더구나 미국농업은 과중한 재정부담, 과잉생산, 보조금지급액의 불균형, 외국과의 무역분쟁, 불안한 국제시장기능등에 직면하여 장기적 농업불황에 직면하고 있다. 농산물 수출이 1981년 438억 달러에서 1986년 263억 달러로 감소하여 무역수지 적자폭 확대의 요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농산물생산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 ․철폐를 주장하고, 농산물, 서비스산업, 첨단기술산업 등 경쟁력이 강한 분야에 대해서는 수입개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자국에 대한 무역수지가 흑자인 신흥공업국은 물론 일본 서독등에 대해서도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다. 신흥공업국에 대해서는 주로 철강, 섬유 등의 산업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 농산물, 서비스산업, 첨단산업에 대한 상호주의에 입각한 시장개방 압력강화. 평가절상압력, 시장점유율 확대 요구, 비관세장벽의 철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르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과 한국의 대응

1987년부터 1991년에 걸쳐 협상에 들어간 우르과이 라운드협상은 관세, 비관세장벽, 농업, 서비스, 지적소유권, 천연자원, 무역관련 투자 등 14개 항목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이 중에서도 한국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농산물 수입개방과 서비스 시장개방, 교육 및 지적소유권 보호등이다.
서비스시장부문에서는 외국 자본의 국내투자가 직접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부문은 앞으로 외국의 개방요구의 가장 중요한 표적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특히 미국의 경우 산업자체가 제조업 중심이라기 보다는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문에 대한 공급창출이 가속화 될 것이고, 제조업부문보다는 이 부문에 대한 투자가 용이하고 투자의 효과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여행업뿐만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보험, 증권, 신용카드 등 금융산업에 대한 외국회사들의 지사․합작회사의 설립으로 직접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과 잉여의 유출이 극심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교육부문에 있어서는 우르과이 라운드의 결과 외국어 학원이나 외국어 학교, 유아교육학원 등이 국내에 난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대학의 본교설치까지도 점쳐 볼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미국, 일본, 호주등은 벌써 국내의 대도시에 외국어 교육사무소 뿐만 아니라 입시학원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까지 마친 상태라고 한다. 몬테소리, 프뢰벨과 같은 유아교육학원이 벌써 상륙하고 있으니 외국학교의 진출도 멀지 않다고 보여진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부유층 자제의 외국 유학 선호성이 문제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교육기관의 개방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의 교육문제는 실로 심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현재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농업부문의 협상내용을 살펴보자. 농업부문에 있어서는 ①현행 농산물 관세인하 및 양허 확대, ② 국내보조에 있어서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주는 모든 형태의 보조금 감축, ③ 수출경쟁에 있어서 수출보조금의 감축 또는 철폐, ④ 식품위생 및 동․식물 검역에 있어서 무역규제효과의 최소화, ⑤ 식량안보 등 농엽의 비교역적 기능, ⑥ 개도국 우대의 의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여기서 한국의 입장은 적정수준의 농업보호유지와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의 강조, 개도국의 우대를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은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유지에 필요한 품목에 대하여는 관세화에 반대하고 있고, 식량안보 등 비교역적 기능수행에 필요한 농업도조정책은 허용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위한 농업보호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또한 개도국의 수입제한 품목도 모두 자유화하되 유예기간과 이행에 있어서 다소 신축성을 부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협상내용을 볼 때 미국이나 EC, 케언즈그룹에 속해 있는 국가들에게 유리하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며, 한국은 우르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에 대한 수입제한과 농업자본의 근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국내 농업구조 조정에 필요한 유예기간을 확보하는 것을 협상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르과이 라운드 협상의 주도국이 미국은 협상이 결렬되면 각국가에 대한 쌍무적 통상압력을 재개하는 것은 물론 멕시코를 포함한 자유무역지대 설치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압력의사를 비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수출시장과 해외진출의 기회확대를 꾀하고 있는 독점자본의 이해 때문에 농업과 서비스 분야의 개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최근의 한-미 무역협상에서는 한국의 경우 일찌감치 양보를 하여 쌀, 보리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개방하기로 하였다. 이와 같이 농민들에 대한 구체적 대책도 없이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한 것은 식량안보의 차원까지도 무시한 것으로 한국농업에 대한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80년대 후반부터 계속해서 내놓은 농어촌 경제활성화대책, 농어촌 발전 종합대책등이 농업해체의 위기속에서 ‘농업․농촌을 위한 정책’일 수 없었고 최근의 농어촌 대책에 의한 농지제도의 개혁정책 또한 농민보다는 비농민의 토지소유집중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설령 농민들이 5-10ha의 농지를 소유한다고 할지라도 180ha 소유의 미국농장과 경쟁할 수 없는 것은 뻔한 일이거니와 현재의 농업․농촌의 위기상황은 농민의 상당수를 국민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농업생산에 종사하지 못하고 농업․농촌을 떠나도록 유도되어 지기 때문에 농업해체의 위기만 도래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의 경우 협상내용에 따르면 국내농업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 한국농업을 살리려면 농촌․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농민의 살길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시급한 일은 무역협상에서 미국대표와 손잡고 수입개방을 논의하는데 있지 않으며, 농민 복지의 최저상태, 농업생산성의 저하, 농․공간의 심각한 생산력 격차, 국제경쟁력에 훨씬 못 미치는 생산-가격구조 등의 현실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기반조성을 통해 최소한의 국제경쟁력이 있는 농업의 유지 가능성을 실현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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