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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3 | 칼럼·시평 [문화시평]
음악교육에 대한 유감
심인택 편집위원(2004-01-29 11:37:54)

음악교육에 대한 논란은 다른 교육에 비하여 흔하지 않다. 이는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일에 열중하다 보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경우도 있고, 또는 논란을 벌일만큼 수준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용자의 입장에서 보면, 감상자에 있어서 음악은 그저 들리는 것이기 때문에 별 의문없이 들을 뿐이고 배우는 사람도 역시 가르쳐주는 것이기 때문에 배우는 것 뿐일수도 있다.
우리가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 한 민족임은 누구도 부인을 못한다. 우리가 gs국 사람이라는 것은 민족이 있고, 땅이 있고, 언어가 있으며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문화유산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머무르고 후손을 위하여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민족의 삶 속에서 문화의 갈래인 음악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우리는 어떠한 음악을 통하여 민족의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지를 모든 사람이 서로 고민하고 논의하여야 하지만 더욱 깊이 숙고하여야 할 사람은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과 음악을 다른 사람에게 공급하는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의 문화양태를 말하게 되면 조선말의 상황과 일제시대 그리고 해방후의 사회를 거론하게 된다. 그동안 정치문화나 경제문화․경제문화․사회문화에 대한 논의는 만족한 결과를 얻지는 못하였어도 그런대로 문제에 대한 제가는 어느정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예술문화의 경우는 논의 조차 제대로 하지도 못하였고 특히 음악문화는 더더욱 민족음악으로써의 위치를 잃게 되었으며 이제는 현 음악상황에 안주하려는 의도로 국악이든 양악이든 모둔 민족음악을 위한 것으로 위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은 특별한 문화양식이 아니다. 음악은 민족과 언어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생활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음악은 우리 생활과 약간의 거리가 있음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사회생활 속에서 격을 나누게 되었다.
사람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나타나는 음악의 격과 음악의 격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적 신분의 위상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물론 사람의 직업 또는 성격 또는 취향에 따라 음악을 선택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음악에 따라 그 사람의 격을 나눈다는 것은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음악에는 의식음악․종교음악․감상음악․함께 즐기는 음악 등이 있으며 어린이 음악․청소년 음악․장년음악․노년층음악도 있고 연주자나 관객이 함께 하는 음악도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듣는 음악도 있으며 무언가 깊은 생각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음악도 있다. 노래를 들어야만 일에 진척이 있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노래를 불러야 일에 진척이 있는 사람도 있다. 악기를 직접 연주(잘하든 못하든) 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남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들으며 함께 즐기는 사람도 있다.
음악을 알고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음악을 모른 체 듣는 사람도 있고, 음악을 모르면서도 아는체 하며 듣는 사람도 있다. 자기나라 음악도 모르면서 남의 나라 음악을 공부하느라고 애쓰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자기나라 음악만 고집하는 사람도 있다.
음악의 종류는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직업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나타나며 사람도 역시 그 사람의 수준과 경험에 따라 음악을 선택하게 된다.
문제는 음악의 선택에 있어서 어떠한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교포 2세가 한글을 잘 모른다고 부끄러워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한글을 배우겠다고 하자 한글을 배우겠다고 하자 한글을 배우다 보면 한글로 만든 노래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런데 혹 가사는 한글로 되어 있는데 곡조는 미국 노래일 경우도 있다. 이때는 한글로 노래를 부르지만 영적인 힘의 세계는 미국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국민학교 학생에게 민족을 사랑하고,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있고, 친구간에 사이좋게 하라고 가르치고, 학용품과 모든 물건은 가능한 국산품을 애용하라고 하지만 학용품을 선전하는 곡조나 공산품을 선전하는 곡조가 외국 노래의 곡조로 되어 있을 때 정신은 외국물건에 더 애착이 간다는 사실은 우리는 아는가.
운동회나 체육대회 또는 축제에 행진음악을 미국행진곡이나 영국행진곡을 사용하였을 경우 몸은 한국사람이지만 정신은 어느나라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던가.
라디오나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알리는 신호음악이 외국음악일 경우가 많은데 그 뉴스는 누구에게 알리는 뉴스인가.
우리의 문화를 알리는 기획물이나 우리의 산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에 외국음악을 사용할 때가 많은데 말이나 산천은 우리의 모습이지만 음악의 정신은 어느나라 정신인가.
백화점이나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드나드는 사람은 우리이고, 비행기니 기차나 버스의 승객도 우리인데 음악은 어느나라 음악인가.
한밤중에 열심히 공부하는 청소년에게 들려줄 음악이 없어서 팝송등 외국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나, 외국음악을 들으면 공부가 더 잘된다는 말인가.
어린이 동화 녹음 테이프의 음악이 온통 외국음악인데 외국음악을 들으며 동화를 읽어야 어린이의 정서에 적합하단 말인가. 그 어린이가 커서 과연 이 나라 이 민족을 사랑하리라 믿는가.
장고를 치면 부끄럽고 피아노를 치며는 자랑스럽게 여기는데 그런 어린이에게 부모를 섬기고 할아버지 할머니를 섬기라고 한다고 해서 경노효친 사상이 생기리라고 생각하는가.
음악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이나 교육대학에서 서양음악 중심으로 가르치는데 그 교사에게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한국음악을 가르치라고 하면 과연 가르쳐지겠는가.
대학에서 쉬는시간․아침시간․점심시간 또는 휴게실에서 외국음악을 그토록 들려주는 학생들이 그들이 부르짖는 민족대학이니 민주화는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합창단․무용단등이 설치되어 운영하고 있는데 그 단체의 공연 내용이 대부분 외국음악이나 외국성악․외국무용을 공연하고 있다. 그 많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가 과연 우리를 위하여 무슨 공연 예술을 보여주었다! 모두 외국인을 위한 공연뿐이지.
각 골목마다 들어선 피아노 교습소의 교육내용에도 독일이나 미국식 피아노 교본이 판을 치고 있으니 왜 여지 껏 우리의 피아노 교본 하나를 제대로 못 만들고 있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또 음악대학 입학시험에 우리나라 작곡가 작품은 없고 온통 외국 작곡가 작품만 시험을 보고 있으니 한국에는 작곡가도 없으며 누구를 위한 음악대학인지.
왜 우리는 음악하면 양악을 생각하고 양악중에서 클래식 음악을 고급음악이라고 칭찬하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일까.
모두가 교육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제대로 음악교육을 시키지 못하엿기 때문에 오늘날 이 사회가 혼란스러운 것이다.
한일합방이후 나라가 무너지고 궁중악사들이 궁궐 밖으로 쫓겨 나가게 되었다. 세상으로 쫓겨난 악사들은 자기들 스스로 올바른 음악을 임금 이하 신하에게 들려주지 못하여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고 자책하면서 이제라도 바른 음악을 하여야 한다고 결의하여 풍류를 정악(正樂)이라고 명명하고 올바른 자세로 올바른 음악을 연주하여 국민들에게 들려주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그 정신이 오늘날에도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음악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서 자기의 음악이 우리 민족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을 지에 대해 과연 몇 명이나 생각을 하였을까.
우리음악인이 우리가 하는 행위로 국민정서에, 후손의 교육에 연 합당 한 일을 하고있을까.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이 과연 바른음악(正樂)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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