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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11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전국민속예술경영대회를 바로 잡아 앉히는 일-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를 보고-
이상덕․전주일보 문화부기자(2004-01-29 16:30:01)

지난 10월 16일~18일까지 全南麗水에서 개최된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대동놀이문화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한 자리였다.
「신명의 큰잔치」란 주제 아래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을 위해 열린 이번 경연대회는 이북5도를 포함해 총 27개팀(경연 21, 시연6), 2천4백여명이 참여, 양적 풍성함속에 각 지방의 전승되어온 민속예술을 5개종목(농악, 민속놀이, 민요, 민속극, 민속무용)으로 나누어 열린 이 대회에서 어민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례의식을 재구성한 여수「영당풍어굿」이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는 양적 풍성함이 돋보였으나 급변하는 도시화, 산업화, 서구화 물결속에 현존 전통민속의 참모습과 문화예술정책이 과연 올발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케게 했다.
32년 역사를 가진 민족예술경연대회는 매년 10월의 대표적 문화행사로 치장되고 대회에 참여하는 종목을 민속적 전통문화적인 것으로 포장하여 사라져가는 민속을 보다 많이 알리고 보호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전통문화를 능률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대중의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진실로 좋은 민속을 알리고 잊혀져가는 민속을 복원보호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냐 하는 문제에 이르면 긍정하기가 어려울뿐만 아니라 반대하고 싶은 생각조차 든다. 민속은 물질적이라기 보다는 민중 속에 자리하는 무형적인, 다시말해 정신의 흐름이라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민중과 함께 호흡하며 민초들의 삶을 담아내기 위한 문화마당이라는 점에서 볼 때 몇가지 아쉬움을 남긴 대회였다.
첫째는 전통민속놀이 발굴의 부재이다. 이번 대회도 기존대회에 보여졌던 내용들이 약간의 각색이나 구성만을 달리하여 다시 참가해 민속놀이 발굴이라는 대회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특히 관주도의 겉치레에 불과한 준비모습과 경연자의 화려한 의상, 남․녀역할이 불분명한 모습 등 전통민속에 대한 성의 없는 고증 및 재현들은 우리민속문화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 의심케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국가와 도지정단체에 의해 지원, 보도되고 있는 종목들이 버젓이 경연종목으로 참여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되기도 했다.
둘째는 심사의 공정성이다. 경연 때면 언제나 문제로 제기되는 이점은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 대회가 진행중인 둘째 날에 벌써 어느 팀이 몇 등이다 하는 소문이 파다해 참가팀들에게 대동놀이 참뜻을 보여주기 위한 사기진작은 고사하고 참가포기를 유발시키기까지 했다. 전통적 문화보급을 취지로 신성하게 마련되어야 할 행사가 뒷전의 구구한 소리들로 그르친다면 과연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셋째는 경연대회 명칭이다. 사기진작과 참여의식을 유도한다는 명문아래「경연대회」라는 명칭으로 지속되고 있는 민속예술경연대회는 참으로 우리네 민속놀이가 경쟁을 통해서만 재현되어야 계승발전 되는 것인지 조차 새삼 경쟁사회의 각박함을 여기에서 느끼게 한다. 진정한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면 경연보다는 자기고유 색깔을 가지고 표현한 민속출전형식으로 치러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민속은 행사를 위한 것 이라기 보다는 생활과 정신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신앙이든 놀이든 민중들이 그것을 의미 있게 받아 들여 생활화 할 때만 가치가 있다. 민속의 보호는 바로 민중 속에 있는 정신까지를 보호하는 것이지 껍데기를 보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죽음을 애도하는 상주의 모습을 수백명의 출연자를 동원하여 과시하듯 보여준다 하여 민속의 분위기가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본래의 민속성은 사라지고, 보여주기에 급급한 겉치레에 민속은 죽거나 변질되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넷째는 민속놀이가 열리는 시기이다. 민속예술경연대회는 매년 10월을 대표하는 문화행사로 정착되어 왔다. 그러나 이 시기는 농번기와 때를 같이해 우리네 농촌이 가장 바쁜 시기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진정한 민속놀이 축전이라면 10월은 피해야 할 일이다. 가을의 풍성함이란 미명아래 추수의 달로 행사시기를 맞추는 의도와 농어민을 동원하는 것 자체가 함께하는 대동민속놀이의 취지와는 분명 어긋나고 있다.
전통민속의 고유성격인 樂歌舞일체와 공동체 놀이문화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가고 극복해야 할지......
그나마 이번 민속경연대회에서 다행이라고 여겼던 것은 뒷풀이마당으로 공연장 관중과 출연자의 가무동참은 이 대회의 본 성격을 잘 표현한 좋은 예였다.
민속경연대회가 막을 내린 것이 민속의 막이 내렸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해의 대회가 끝나면 해마다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고 드물게라도 발굴된 민속놀이는 당국의 적극적 지원과 더불어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전승, 발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현지주민들에게 문화전승의지를 자각하게 하는 일, 현지 지도자와 관계자들이 이러한 종목들을 현지 축제에 지속공연하도록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민속의 앞날을 위해 잠자는 민속보다는 민중들과 함께 살아서 숨쉬는 민속발굴 전수만이 조상들의 삶이 농축된 문화를 이어가는 최상의 길임을 알아야 한다. 또한 민속자료가 아무리 미비하고 현재 생활상과 많은 괴리가 있다 할지라도 삶과 함께 호흡하는 민속이라면 그 자체로 중요하고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므로 보존돼야 한다.
작은 민속행사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거나 치레하는 것은 전통성을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일이지만 특히 이번 대회에서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시상만을 목표로 한 성격 때문에 소박한 민속원형을 왜곡한 문제가 노출됐음을 주지하고 이제는 박제화된 문화를 답습하는 것 보다는 正道로써 고유문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으로 언급된 문제들을 시정, 민속행사가 민족문화의 자양분으로 제자리 잡기를 다음 대회에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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