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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전주국악관현악단 창단연주회를 보고
심인택 문화저널 편집위원(2003-09-08 10:58:55)

풍류의 고장이며 모든 예술의 고향인 전북에 또 하나의 악단이 만들어지게 된 것을 무한히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먹고살기에 넉넉했던 이 지역에 풍류가 널리 퍼지게 됨은 자연스런 현상이나 이제는 오히려 먹고살기에 부족한 고장으로 된 것이 아쉬움마저 느끼게 된다.
한국음악의 주류를 전라음악이 담당하면서도 현대에 와서 주춤거려짐은 무슨 까닭인가. 그래도 전라도는 향토색이 짙어 애향심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고 옛것을 중시하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예향의 멋을 즐기려 하고 잇는지도 모른다.
이즈음 전북지역에서 우리음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고양되고 더불어 음악에 대한 애착심과 뿌리를 찾고자 함을 엿보게 됨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음악이 풍성하게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때 우리의 심성은 깨끗하며 부드럽고 악의가 없는 생활이 될 것이다.
전주국악관현악단의 창단은 이런 면에서 이 지역 문화활동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믿는다. 그것은 그만큼의 역량이 우리 주위에 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생각되며 지금의 시작이 커다란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하면 너무 서두른 감이 있겠지만 그래도 악단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꿈을 꾸어보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음악은 전라도에 와서야 흡수되어 우리 것으로 남게 됨을 보아왔다. 백제가요가 그렇고 삼현육각이 수제천(정읍사)이래 오늘날까지 관악합주로 오게 되었으며 고려가요로부터 시조·가곡·판소리 등과 풍류(영산회상)가 아직도 뿌리를 내리고 있는 곳이 이곳이며 농악의 가락이 숨쉬는 곳도 이 땅이며 굿이 살아서 움직이는 곳이 바로 이 고장임을 알 때 우리는 흐뭇한 마음이리라. 한때 외래음악의 범람으로 우리를 잠시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잊는다고 아주 잊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악단의 창단은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12월 4일 전북예술회관에서 가진 창단 연주회는 시작이 첫걸음인 것이다. 창단연주자도 젊고 연륜이 미약하기 그지없으나 그들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과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많은 성원을 보내야 할 것이다.
전주국악관현악단(단장 : 신용문·우석대 교수)은 이제 부터가 시작임을 알아야 한다. 커다란 역사적 줄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앞으로 험난한 어려움이 많이 있다는 사실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또한 단순히 연주회를 위한 연주보다는 오늘날 우리를 알게 해주는 그런 연주를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튼튼한 기획을 준비하여 그 동안 뭉쳐진 실타래를 한 올씩 풀 듯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악단에 많은 것을 요구하고자 한다. 전통음악은 물론이요 전북지역에 사라져가는 삼현육각과
한때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시나위와 우리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던 줄풍류(영산회상), 우리의 생각을 시로써 남기고 노래로 새기던 시조와 가곡 등이 다시 찾아지고 정리되며 우리의 생활 속에 즐겁거나 괴롭거나 항상 웃음과 재치와 삶의 가락을 엮어준 판소리의 생활화에도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전주국악관현악단의 태동을 맡은 '소극장예루'는 더욱 막중한 책임이 있다. 민간단체를 운영함에 어려움이 뒤따르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소극장 예루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연주곡목 개발 등 남모르는 힘든 일을 묵묵히 해야 하며 그것이 전주음악사에 높이 기록이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악단의 후원을 맡아 주신 분들은 항상 악단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보살펴 주어야 한다.
전주국악관현악단과 소극장 예루 그리고 후원회에 많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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