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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 | 칼럼·시평 [문화칼럼]
제주에서 대안을 꿈꾸다
지금종 문화활동가(2012-01-05 13:47:18)

수도권 대도시의 번잡한 삶을 등지고 제주로 이주한지 2 7개월. 아침이면 시끄러운 새소리에 눈을 뜨고, 밤이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파묻힌다.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계절의 변화가 감지된다. 여름이면 집에 딸린 감귤 과수원 사이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탄성으로 바라볼 있고, 가을엔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에 가슴이 서늘해진다. 덮인 한라산을 바라보며 걷는 겨울 산책길에서 맞는 차가운 바람도 일품이다. , 생명이 움트는 거친 들판에서는 고사리가 경이로운 속도로 올라온다. 나는 제주 동남쪽웃뜨르’,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서 살고 있다.그러나 제주의 삶이 목가적인 것만은 아니다. 벌여놓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3년째 농림수산식품부 지원사업인신문화공간 조성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아 마을에서 일을 하고 있고, 서귀포시 지역 마을들을 대상으로마을 만들기교육을 기획, 실행하며, 지역 축제 모니터링과 컨설팅 등을 하고 있다. 지난 여름에는중문색달해변축제라는 만들어 무려 32일간의 공연 축제를 바도 있다. 아마도 국내 역사상 가장 장기간의 축제가 아닐까 싶다.현재 가장 주력하는 일은 내가 사는 마을 가시리신문화공간조성사업이다. 사업은 농촌의 지역 ·무형 문화를 매개로 새롭게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잊혀져가는 ·어촌문화 복원을 통해 도농교류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농림수산식품부 공모사업을 통해 가시리등 전국 6 농어촌 마을을 선정하여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가시리는 국비와 도비를 합쳐 20 원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창작지원센터, 목공방, 문화센터, 조랑말박물관 하드웨어 조성,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과 방송교실, 목공교실, 가시리 마을밴드, 타악동아리, 약초기행, 국궁교실, 천연염색, 노래교실, 댄스스포츠 동아리,기공체조 동아리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가시리 문화학교, 마을축제 개최, 공공디자인, 가시리문화지도 제작,걷는 조성을 비롯해 다양한 강좌, 워크숍 소프트웨어,휴먼웨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사업은 이제 조랑말박물관 개관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제 남은일은 사업의 성과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주체를 양성하는 일이다.하지만 내가 정작 하고 싶은 , 제주로의 귀촌 이유는 따로 있다. 그것은 대안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각박하고 치열하며,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도시환경과 돈밖에 모르는 삶의 방식,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을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이제는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에 달해 종말로 치닫고 있지않은가. 


오랜 꿈이던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서로 도우며 사는 대안적인 공동체마을. 그런 마을에서 살아보는 소원이기도 했거니와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사회적 연대가 가능한 경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안정된 삶을 영위하며, 건강한 먹을거리와 문화 활동으로 삶의 질이 높은 그런 마을을 만듦으로써 사람들의 욕망의 흐름을 건강하게 만드는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상식과 삶의 태도를 지닌 보통사람들이 선택할 있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현실에서 가능하다는 보여주는 것만큼 위력적인 있을까?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를 비롯해서 우리 삶을 악순환의 고리로 빠뜨리는 구조적 요인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가운데 가지를 거론하자면, 수도권 일극 집중, 학력과 학벌 지상주의, 경제지상주의 등을 빠뜨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무한경쟁, 시장만능, ‘강자와의 동일시등이 사회에 만연하고,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물질만능, 개인주의와 무한경쟁, 생명경시, 생태파괴 자본주의 가치, 그것도 천박한 자본주의 가치와 욕망, 자본주의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그러니 배려, 협력과 연대보다는 분열되고 파편화된 개인들 간의 무한 경쟁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포위되어서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K-POP 따위의 도구적 문화, 되는 문화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표출적 문화 요소는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거나 혹은 잊게 하거나 단지 소비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의성마저 물질로 환원되어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문화운동은 무얼 해야할 것인가? 나는 기존 문화운동의 일상적 과제는 그대로 실천하되 이와 더불어 새로운 사회 모델의 전망과 대안을 만드는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문화가 대안경제, 생태, 농업, 지역 여타 사회 부문과 결합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야 한다. 과거처럼 단순히 저항의 도구로서의 문화운동이 아니라 대안적 경제, 정치구조와 선순환 있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적 전망을 수립하고, 실천할 때만이 조화로운 삶을만들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의 가치와 욕망, 행동을 바꿈으로써 사회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아니다. 사회화의 통로를 교육, 미디어, 가정교육이라고 할때 모든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천은 구체적인 영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하나하나의 실천들이 쌓여야 사람들의 가치, 욕망, 행동이 건강해질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활과 사고의 양식이 문화이다.그런 면에서 여타 사회부문과 협력해 농촌지역을 문화를 통해재전유하는 전략을 세워보는 것을 제안한다. 일극 집중을 다극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대안을 형성하기 어렵다. 서울-지방 대도시- 소도시-농촌지역 등으로 다층적 착취구조에 놓여 있는 한국사회 구조에서 그것은 자칫 비민주적인 다극적 권력체제를 양산하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래로부터의 대안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것이다. 더욱이 농촌지역은 고령화, 공동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 시급하다. 이런 과정에서 문화를 경제, 혹은 정치적 도구로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배격해야 하고, 또한 문화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문화와 경제, 문화와 정치는 때로는 길항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상호보완적 관계를 형성할 있다. 따라서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 활동은 이런점들을 이해하고, 이런 관점을 수행할 있는 적절한 수단과 기술을 찾아나가는 중요할 것이다.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체감되고 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이주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농촌에서의 삶의 질을 담보할 문화 인프라는 턱없이부족하고, 선주민과 지역 사회의 문화적 수용태세는 개선할지점이 많은 현실이어서 문화운동이 개입할 여지가 매우 넓다.


마을이, 지역이 살만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편견과 차별이 없고,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형성되며, 즐거운 문화생활이 영위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지역을 만드는 힘은 아름다움을 지키고, 가꿀 있는 사람의 아름다움에서 나온다. 따라서 사람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화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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