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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3 | 칼럼·시평 [시사의 창]
보수대연합의 본질과 과제
조순구 정치학, 전북대 교수(2003-09-08 11:36:02)

1. 3당 통합의 본질
어느 날 갑자기 불쑥 제기된 이번의 정치 회오리바람은 국민의 불안심리를 의도적으로 조장·증폭시켜온 때부터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권위주의적 정치체제로부터의 막연한 불안감에다 최근 경제 위기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또 진보적 입장에 대한 좌익 낙인찍기가 횡행하면서 불안심리가 조장되었던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공안정국으로 이어지더니, 5공의 청산 아닌 청산의 연출이 막을 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대연합이라는 이름의 3당 통합이 이루어졌다.
이번의 사태는 지배세력의 통치기반강화가 필요한 기존 여당인 파쇼권력과 기회주의적인 야당, 그리고 독점자본가들의 반민주·반민중 세력이 의기투합하여 벌린 국민주권을 찬탈한 대야합이며,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 3인의 권력분점을 위한 담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 성격은 그들이 통합에 합의한 이후에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내각책임제 혹은 이원집정제 동의 논의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는 바 그들의 반민주적 ·반민중적 ·반통일적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3당 통합의 배경은 다음의 몇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 민족모순을 심화시키는 미국의 장기 전략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에 파급되는 사회3당 통합의 본질주의권의 급박한 변화와 한국 내의 반미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은 남한 내에 안정적 통치기반을 확보한 보수적 정권을 내세우고자 하였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는 전 미국 대사 릴리와 CIA출신인 현 그레그 대사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둘째로 파쇼세력과 독점자본의 반민중적 본질이다. 노태우 정권과 민정당은 전두환·정호용을 보면서 임기 후의 안전을 확보할 필요를 느꼈고 또 차기 대권장악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자 타 정당과의 권력분점에 의한 정권연장이라도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한 국내 독점자본은 계속적인 국제 분업의 재편성 과정에서 산업구조 조정을 요구받게 되고 특히 노동조건의 안정화가 절실했던 것이다.
셋째로 보수야당의 기회주의와 변절이다. 민주·공화 양당은 차기 대권장악의 전망이 사라져 가고 있음과 현재지지기반의 극심한 하락을 목도하고보수대연합이라는 미명아래 야합의 길을 선태한 것이다. 특히 김영삼은 김대중을 따돌릴 기회를 삼고자 했을 것이고 또한 내각제개헌 후의 총리, 그리고 자신의 지역기반인 부산·경남출신의 대재벌이 많은 점을 감안하여 민정당 내의 최대파벌을 기대하였음도 사실일 것이다.
넷째로 보수적 국민정서의 문제이다. 분단이데올로기와Red-complex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민들의 비합리적 정서를 이용하여 진보세력을 배척하고자 하는 것이다.

2. 3당 통합의 문제점
이러한 3당의 대야합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첫째로 보혁대결의 조장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혁신세력의 대두가 요원한 실정이다. 아직도 파쇼악법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많은 양심수가 감옥에 갇혀있다. 한마디로 보혁의 대립구조로 나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어있지 않다. 따라서 이는 진보세력의 등장 자체를 더욱 더 철저히 봉쇄하기위한 사전 대응일 뿐, 공정한 경기규칙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아직도 여전히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구조인 것이다.
둘째 국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하루아침에 급조된 거대여당의 폐해를 지적할 수 있다. 국민의 의사와는 다르게 실질적인 1당독재가 가능하게 되고 나아가 그 속에서 파벌경쟁과 밀실정치, 그리고 정경유착과 부정부패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국회의 무력화와 권력집중으로 3권 분립과 견제와 균형 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맞지 않아 민주주의의 퇴보를 초래할 것이다.
셋째로, 이번의 폭거는 국민의 선택에 대한 배반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소야대의 정치구조도 대통령중심제도국민에 의한 선태인 바에야 국민의사의 수렴을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야당이 여당이 되고, 헌법을 개정하려는 결정은 국민의 선택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부도덕할 뿐만 아니라 국민주권과 선거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인 것이다.
넷째로 3당 통합의 비민주적 절차를 지적 할 수 있다. 국회의원조차도 모르게 아주 비밀리에 진행된 합당결정을 하고도, 이를 공식화하는 당대회에서 반대발언 기회조차도 주지 않고 날치기로 통과시켜 버리는 이 파렴치한 행위를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국민의 공감과 동의의 미비로 인해 그들의 명분과는 정반대로 불안정을 자초하는 행위일 뿐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마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호남지역의 고립이 더욱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당 세력들도 3당 통합이 지역성의 극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호남을 철저히 고립화시킨 비호남세력간의 연합의 성격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결국 호남지역의 소외감과 불만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미해결 형식적인 5공청산과 겹쳐 더욱 증폭될 것이다.

3. 3당 합당의 결과
현재 3당 통합에 의한 거대보수여당은 이미 정경유착에 의한 금권정치를 강화하고, 민족 ·민주운동과 진보세력의 탄압을 강화하려는 징후를 여러 가지로 들어내고 있다. 금융실명제의 완화, 토지공개념 확대방안의 후퇴, 국가보안법과 안기부법의 온존, 노동통제입법 등 각종 악법개폐작업이 맹물화내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산업명화라는 미명하에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노협 가입노조에 대한 업무조사권의 발동, 노동쟁의에 대한 112신고제 등은 한마디로 말해서 노동탄압을 통해 재벌기업의 요구를 확보해 줌으로써 정경유착을 공고히 하려는 음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정경유착의 강화로 사회적 신뢰성과 도덕성은 물론 공평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 자체도 내부적으로 붕괴시키고, 정치적 민주화에도 역행할 것이다.
우리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 계층간의 갈등을 해소 할 각종 개혁정책을 더욱 미룸으로써 경제발전도 사회 안정도 선진국으로의 도약도 좌절시켜, 우리사회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다.
이는 경제정의 실현을 억제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부정한 정치자금을 제공받아 정치권력을 지속적으로 독점하려는 의도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4. 과제
이러한 상황 속에서 거대 야당의 견제장치가 시급한 실정이며, 이는 양심적인 재야세력과 전노협, 전농연, 전교조 등의 민주·민중적인 진보세력이 굳건히 연대하여 이를 위한 가열찬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호사연을 비롯한 진보적인 학술운동 단체는 이러한 현정세를 냉정히 분석하여 새로운 민민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반 진보세력을 이론적으로 무장시키는 등 그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고 하겠다. 호사연은 그 동안 3차년도를 맞으면서 착실한 내부기반을 닦아 온 것이 사실이다. 연 8회의 월례발표회, 연 2회의 문화행사, 연 1회의 심포지움, 연1회의 동계수련회 등이 이제는 어느 정도 제도화 되었다. 또한 이런 행사를 통하여 진보성과 지역성이라는 우리의 방향성을 확고히 하였다고 본다. 나아가서 영호남의 4개 학술단체간의 협의회(지역사회연구단체협의회)도 발족시킨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좀더 장기적인 기획 행사도 추진하기로 하고, 만 4년을 앞두고 있는 동학농민전쟁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 지역은 동학농민전쟁의 발상지이자 그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곳이지만 그것들이 집권세력의 무관심속에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물론기존 학계와 종교단체 등에서 동학에 관한 연구나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성과 진보성이라는 호사연의 학술운동 방향에 비추어 당연히 동학에 관한 재해석과 기념사업이 호사연의 주도 아래 추진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물 역시 기존의 연구나 사업과는 사뭇 다르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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