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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3 | 칼럼·시평 [문화시평]
우리시대의 숨겨진 이야기극단 <토지>의 '어머니'
이원희 동암고 교사(2003-09-08 11:40:15)

일반적으로 연극은 무대위에서의 상황을 언어와 몸짓으로 핍진성있게 보여주는 행위예술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르는 단순히 사건의 전모를 보여주는 이른바 줄거리전달이 아니라 한편의 연극 즉, 좋은 연극은 치열한 작품 解像力을 통해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동일화를 경험케하고 그럼으로써 마음의 정화를 주는것이여야만 한다.
연극 문화적인 변에서 빈곤성과 失調現像을 면하지 못하는 이리지역에서 좋은 연극 만들기 작업에 혼신의 힘을 다듬는 극단이 「土地가 아닌가 한다.
그들은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고그것을 통해 사량과 복지의 사회를 건설하며 또 그것을 통해서만이 예술의 최종적인 승리를 얻겠다는 불타는 의지를 표방하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어머니〉는 현재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엄인회의 〈어머니의 주먹〉을 원재로 한 작품이다.
주지하다시피, 이즈막의 일이 아닌 민주화의 외침은70 ·80년대의 민중적 삶을 해체와 통합을 이루면서 새로운 지평을 형성해왔다.〈어머니〉는 한 운동권 아들의 구속으로 인한 어머니의 인간적 아픔을 밀도 있게 그려낸 일종의 시대상황극이라 볼 수 있다.
극의 주동인물인 정한은 운동권 학생으로서 小的인 차원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한편으로 人的인 면에서 이 땅의 民主를 동시에 갈구하는 인물이다. 이런 미묘한 내면적 갈등을 무리 없이 보여준 정한投(이미진해)의 연기가 돋보였다. 대체적으로 침울하고 묵직한 분위기가 연극적 질감을 형성하나 작은 무대공간을 부분부분 이용, 환타지의 상승을 꾀한 점이 나, 무대중앙 背面에블라인더를 설치, 장면의 이중도출을 보인 점 등은 연출의 의도가 매우 신선하게 받아진다.
아쉬운 점은 예컨대, 비극은 진실로 인물들의 침울한 표정에서나 그들의 대사가 비극적이어야만 이 관객을 그러한 페이소스로 몰아넣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머니〉는 구속된 아들을 되찾기 위한 어머니의 절규가 전체적인 색조이기에 내용 그자체가 우울하다.
거기에다가 인물의 대사가 한결같이 음울한 감정으로 일관되어 있어서 자연 연극의 전체적 인상은 침울해지고 만다. 대사는, 기본적으로 언어기능면을 고려해볼 때, 다분히 사상이 내포되어 있어야 하지만 시처럼 강한 상징성과 메타포(Metaphor)가 함께 할 때 날것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美學的 재료가 되는 것이다.
1차적 의미구조인 대사가 그렇다면 인물의 성격을 배우들의 Acting으로 보완하여야 하지만 아직은 미성숙의모습이 드러나 있고 여자 연기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배역을 담당할 때 적잖은 애로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어찌됐건 연극예술에 있어서 아직은 활발치 못한 지역사회에서 작지만 크게 입을 모아 젊은 연극을 꿈꾸는 극단〈土地〉는 분명 시대성을 타면서 同時代의 호흡을 함께 하며 그것을 연극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의도가 상당하여 앞으로의 활동에 크게 주목이 된다. 철저한 작품분석과 혼연한 연기술로서 삶의 편린이나마 오늘을 살아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무대미학으로 보여주길 기대하는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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