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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 | 칼럼·시평
[문화시평] 전주대사습보존회의 미래
관리자(2012-03-07 16:09:14)

국내 최고 국악 등용문 위상을 바로 세우라

이화정 전북일보 문화부기자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명창들의 공통점은? 정답은‘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출신’이다. 하지만 전주대사습을 주최하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대사습보존회)는 위태로운 형국이다. 폐쇄적 회원제와 미흡한 예산, 비전 없는 보존회의 부실한 운영으로 인한 결과다. 얼마 전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으로 당선된 홍성덕 전임 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성준숙 이사장(68?예명 민소완)이 선출됐다. 국악계는 이를 기점으로 대사습보존회가 쇄신할수 있을지‘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 소리꾼들의 이해집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사습보존회의공식 지도부가 국악인 중심의 기득권과 과감한 단절을 해야 하지만, 이들의 입지만 강화시켜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그간 대사습보존회가 자력으로 전주대사습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못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37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이 19년 역사에 불과한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만 못하다는 평가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주대사습, 소리꾼들의 전유물로 전락

전주대사습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악 최고의 등용문이다. 19세기 말 중단됐다가 1975년 대동제 정신을 되살린 경연대회로 재탄생된 전주대사습은 그간 각 부문별 명인·명창 370여 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사습보존회가 소리꾼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주대사습 역대 이사장은 손주항(1977~1978) 김판철(1979~1985) 김원술(1985) 송광섭(1986~1989) 한선종(1990~1993) 김판철(1994~1997) 한선종(1998~2000) 황병근(2001) 배기봉(2002~2005) 홍성덕(2006~2007) 김정호(2008~2009) 홍성덕(2010~2011).1977년부터 2005년까지 대사습보존회이사장은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서 국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맡아왔다. 하지만소리꾼 출신 홍성덕 전 이사장의 재임부터 대사습보존회의‘불통(不通) 행보’가이어졌다. 대사습보존회는 ‘회비 미납’을 근거로 일부 회원들을 쫓아냈다. 당사자들은“매번 총회에서 회비를 냈던 관행을 뒤집고 보존회 회원을 일정 수로 제한한 뒤 이곳에 쓴 소리를 하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을 쫓아낸 것”이라고 비난했다.전주대사습 공동 주최자는 서울?전주MBC와 대사습보존회. 2010년부터 서울MBC는 경영상 어려움으로 생방송 중계를 중단한 뒤 전주MBC가 바통을 이어받아 생방송 중계를 해왔지만, 대사습보존회는 36년 간(지난해 제외) 대사습전권을 쥐락펴락 해왔다.문제는 대사습보존회가 회원 가입 문턱을 높게 해 국악인 이해관계에 봉사하는 조직이 됐다는 점이다. 대사습보존회이사·회원이 되려면 정관엔 특별한 기준이 없으나, 연회비(이사 50만원·회원10만원)를 내고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한다. 현재 총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사들은 전주시 문화경제국장(당연직)을 제외하고모두 국악인들이다. 120여명에 불과한 회원들 역시 전주대사습 장원을 차지했거나 참가 경험이 있는 실기인. 결국 대사습보존회는 국악 애호가 혹은 일반 시민들이 회원이 될 수 있는 길은 철저히 배제돼 있다. 초창기 전주대사습은 심사위원 보다 귀명창이 명창 여부를 판가름했다. 제15회부터 국악인들이 심사에 참여하기 시작해 일부 국악인들이 자신의 제자를 장원으로 만들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비교적 공정하게 운영된다고 하는 전주대사습 결과가 때때로 논란에 휩싸인 것은 경연대회의 잘못된 구조 때문이기도 했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전주대사습 참가자들은 누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예선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장원낙점설’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됐던 것은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심사위원 명단이 알려졌기 때문. 대부분 대회가 참가자 접수를 마무리한 뒤 심사위원들을 위촉하는 방식과는 상반됐다. 이로 인해 대사습보존회와 MBC는 심사회피제를 도입하는 등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전주MBC가 심사위원 구성과 관련해 학자나 명망가를 추천하면, 대사습보존회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아 반발하는 등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악인 외에도 언론인·공무원·경제인 등으로 구성된 임방울진흥회가 열고 있는‘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방울진흥회는 국악계와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이 분야별 명단을 구성한 뒤 무작위 추첨을 통해 공정하게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1700석이 모자랄 정도로 판소리를 즐기는 전국의 관객들이 광주에 몰리고 있다.


자체 예산확보 노력 미흡

대사습보존회가 쇄신 의지가 없다고 비난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자체 예산확보노력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다. 서울MBC가 2009년 일부 예산 지원을 중단하고, 급기야 전주MBC가 2010년부터 예산부담을 이유로 생방송 중계 포기 입장을 내비치자, 대사습보존회는 생방송 중계포기가 전주대사습의 위기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전주시가 예산을 증액해줘야 한다는 명분만 강조해왔다. 지난 10년 간 전주대사습 예산 지원액을 살펴보면 전주시는 2000~3400여만 원(2001~2005), 1억5000만원~2억(2006~2011), 전북도는 3000~5000만원(2001~2011)이었으며 올해 전주시는 5000만원 증액된 2억, 전북도는 5000 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엔 전주MBC 자체 부담의 생중계·기획 공연비는 제외 돼 있다. 하지만 역시나 자체 보조금은 거의 없다. 그 결과 다른 지역 국악대회와 비교할 때 전주대사습의 상금이 적어 대통령상의 희소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수여되는 전주대사습 대통령상 상금은 별도 부상 없이 1500여 만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10~20년 역사를 지닌‘장흥 전통가무악 전국제전’의 경우 상금이 2000만원,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의 경우상금 1500만원에 부상 임방울상 금트로피가 주어지고 있다.


전문인력 확보 노력도 안 해

또한, 대사습보존회는 모든 걸 예산탓으로 돌려 관객들에게 외면 받는 대사습을 열면서도 기획·홍보할 전문 인력확보 노력도 없었다. 지난해 전주MBC가 한옥마을로 무대를 옮겨 다양한 기획공연을 선보이면서 대대적인 변신을 했으나, 대사습보존회는 전주MBC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대사습을 운영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물론 대사습의 꽃인 경연대회가 변방으로 밀려난 듯한 인상을 받긴 했으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관객들이 전주대사습에 와서 국악을 보고 즐겼다.결국 전주대사습의 권위와 위상을 되찾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대사습보존회가 더 이상 국악인들의 권력집단이 아니라 국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들의모임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판소리연구가 최동현 군산대 교수의 지적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주에 왜 대사습놀이가 생겼습니까. 판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사습을 좀 더 확산시키기 위해서 대통령상을 주었고, 그 다음엔 텔레비전 중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연대회로서 훌륭한 사람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독자성을 가져야 합니다. 판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라는자부심이 결부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본이 아닌 것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있습니다. 형식만 가지면, 돈 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그 권위를 못 만드는 것은 결국 판소리를 사랑하고 아껴온 역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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