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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4 | 칼럼·시평 [문화시평]
강도높은 메시지 전달과 작가의식선기현 작품전을 보고
이창규 원광대 교수(2003-09-08 17:15:58)

현대는 무슨 행위미술이니, 현대미술이니, 아방가르드니, 포스트 모던이니 하는 미술 용어들이 남발되어넘쳐 흐르는 시대이다. 그러나 생소하기도 하고 또 세련되어 보이기도 하는 이런 미술 용어들이 때론 우리에게 확실하게 정리된 개념으로 쓰여지고, 또 작업되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한국 화단의 적지 않은 작가들이 별 의미도 없는 말장난과 서구미술의 껍데기의 모방에 급급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미래가 촉망되는 청년작가 선기현의 작품 전시장에 들어서면서 다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한 문화라는 것은 어떤 공동 집단의 긴 역사적 경험 안에서 이룩되어 쌓아진 생활의 양식으로서 그 집단만이가지고 있는 고유한 전통과 문화를 만든다. 그 문화속의 한 부분인 예술도, 또 예술속의 한 부분인 미술도마찬가지로 그 문화권 속에서 독특한 성격으로 양식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문화의 패턴이 일반적으로 어떤 한 작가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 화가가 소유한 고유의 통찰력으로 화가자신이 선돼한 매체 속에서 그 새로운 문화 양식의 감각을 실질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구체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작가 선기현의 작품세계가 아직은 성숙된 독자적 세계를 확보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넘치는 창작욕과 젊음의 패기가 충만하여 이런 상태로 계속 창작 생활을 유지한다면 머지않아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 확신한다.
작가 선기현의 작품을 양식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具象과 非具象이 모두 수용되기도 하고 또 양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기도 한다. 그의 전시장을 꽉 메운 작품의 양적 압도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속에는 강도 높은 메시지 전달이 부각되고 있다. 농축된 작가 정신, 즉 궁극적으로 작품을 이루는 힘은 기술보다는 정신에 있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화단에 압도적 구성원올 이루었던 인상파적구상계열의 작품세계는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 의해서 점차 밀리고 있다. 이 작가도 그러한 변화의 밀물같은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부언하고 싶은 점은 기법, 메시지 자체도 중요하지만보다중요한 사실은 그것을 넘어선 깊이 있는 철학적 정신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의지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런 표현이 작품에 나타날 때 많은 감상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끊임없이 계속 넘치는 창작욕과 승화된 예술성으로 전북화단 아니 한국화단올 훌륭하게 빛내 주길 우리 모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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