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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4 | 칼럼·시평 [서평]
「파업」
박영미 전북대 대학원, 영문학(2003-09-08 17:17:13)

80년대에 들어 급속히 발전하는 민주운동과 그 가운데서 놀랍게 성장해가고 있는 노동자계급 운동은 문학운동으로 하여금 새로운 차원을 획득해낼 것을 강요하고 있다. 문학은 이제기득권올지키게하는감미로운수단이아니라 노동형제와 근로민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올바르게 심어나가며, 자본가문학에 찌든 노동자의 정서를 일깨우고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는. 노동문학을 보다 조직적이고 적극적으로 생산하여 노동대중에게 문학이무기로써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위한 수단인 것이다. 따라서 노동형제들이 서 있는 삶과 투쟁의 현장에서인간해방과 노동해방을 향한 가열찬 투쟁을 선전하고 선동하는 작업의 하나로 여기고 문학을 생산해야 한다. 해방의 언어가 파괴적 언어와 건설의 언어를 통틀어 말하는 개념이라면, 해방의 문학이 지양의 문학과 형성의 문학이 동시에 이루어짐으로써 가능한 것이라면, 노동문학은 그 문학적 의의에서 올바른 민중문학의 실현이자, 해방의 문학이라는 차원에서 지양문학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노동의 현장에서 산출된 노동문화은 노동자들의 자기소외의 기록인 동시에 자기 소외의 지양이라는 이중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해 노동문학은 노동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발견하려는 주체적인 노력의 결과이자 거기서 나타난 모순을 해결해 나가는 집단적인 움직임, 즉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얻어진 산물이다. 노동문학의 이와 같은 적극성은 그것이 무엇보다도 노동운동의 산물, 촉 노동운동의 문학적 표현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기층노동자들에 의해 쓰여진 체험수기, 민중자서전, 일기, 편지 등 다양한양식의 노동문학을 이처럼 노동운동의문학적 반영으로 본다면 노동문학의 예술적 조건이나 그에 대한 명가 역시노동자 계층의 자기 해방투쟁의 일환으로서 볼 때에 올바른 시각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장편소설 파업(출품 당시 제목은 동지의 약속)은 80년대를 마감하는 노동 문학의 소중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전태일문학상 최우수당선작이기도 하지만 노동소설로서 장편으로서는 최초의 것이라는 영예를 안고 있다. 이 장편소설은 우리 문학에서 그 예가 드문 일종의 노동운동소설이다.
8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이노학연대의 단계로 접어드는 과정을 극명하게 그린 이 소설은 소모임, 정치학습, 일상투쟁, 해고, 복직투쟁, 노조결성, 구사대와 경찰의 폭력, 분신, 파업농성, 투옥, 노조사수투쟁 등 일련의 노조결성과정을 실재했던 한대규모 사업장을 무대로 하여 훌륭하게 정형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조직과 전위조직의 건설을 둘러싼 여러 정파간의 이론투쟁과 그들의 사업장에서의 헌신적인 활동 등을 생생하게 그려냄으로써 80년대 후반기 노동운동의 모든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상섭, 진영, 동연, 동석 등 선진노동자와 흥기, 기준 등 학출노동자가 함께 어우러져 우리 사회 변혁의 주체로 나서는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은 시종 변증법적 사건전개의 구도를 보여주려고 하고 있으나 지나친 도식성이 엿보이기도 하고 섬세한 정서적 묘사력이 더 스며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또 노동자들에 대해서 선입견적인호의를 가진 반변 경찰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가벼운 묘사를 흘려버린 점 등은 현실과 체제 인식에서 잘못을 유발할 소지도 없지 많다는 약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발적으로 의식화과정에 빠져드는 중간층 인간상이 아닌 자기 계급의식에 투철한 주체적 노동자상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80년대의 커다란 성과로 남을 것이다.
한 개별 노동자가 노동운동, 즉 노동자계급의 자기해방투쟁에 몸담으면서 진정한 자아인식과 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은 물론 그의 사회적 존재로부터 저절로 얻어지는 기계적, 직접적 결과는 아니다. 체험수기의 사회적 전형성은 노동자가 그의 역사적 피규정성으로부터 띠게 되는 계급 내적 경향의 필연적 산물이다. 역사발전의 올바른 과정과 방향에 일치하는 노동자계급의 자기 해방투쟁을 문학적으로 반영한 노동문학은 이처럼 인간해방의 총과정을 형상화함으로써 개별적이고 주관적인 직접적 체험의 단순한 재생산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총체적 인식을 가능케 하는 탁월한 문학적 양식이며 바로 이 점에 의해 현 단계의 민족, 민중문학에서 노동문학이 지니는 적극적인 의미와 전위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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