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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4 | 칼럼·시평 [서평]
『한국정치론』
지역연구모임(2003-09-08 17:20:04)

80년대 중반에 논의되었던 신좌파국가론들은 기본적으로 계급론적 시각을 견지함으로써 보수일변의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긴 했으나, 이들 신좌파국가론은 본래 서구에서 그랬듯 이 실천적 운동과 다소 괴리된 채 이론화된 것이었다. 국가성격에 관한 논의가 점점 깊이를 더해감에 따라 대부분의 논자들은 국가를 궁극적인 극복의 대상으로서, 즉 이행의 맥락에서 위치 지워야 한다는 데 동의하였으며 그것이 국가론 연구의 최종적 목적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사회구성체논쟁과 그 맥을 같이하여 진행되면서, 국가성격에 관한 논의는 그 깊이와 폭을 더욱 넓혀갔다. 사회구성체논쟁과 밀접히 관련됨으로써 국가론은 과거의 그것과 인식론적 단절을 기함과 동시에 한국 국가의 성격을 그 토대인 사회성격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 총체적이고 일관되게 이해함으로써 한국사회의 내재적 모순구조를 파헤치고자하는 시도로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며, 나아가 사회의 합법칙적인 변화방향을 동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그 변혁론적 함의를 도출한다는 전제를 포함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구성체논쟁이 현재 식민지반자본주의론(식반자론)과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론(신식국독자론)의 대립구도를 노정하고 있듯이 국가성격논의 또한 식반자론의 (신)식민주의적 대리통치체제론 및 매판군사파쇼 독제체제론과 신식국독자론의 신식민지 파시즘론(신식파시즘론)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책(『한국정치론』, 백산서당, 1989)의 필진인 한국정치연구회는 공히 후자의 신식파시즘론을 한국 국가의 성격분석에 채용하고 있다.
신식파시즘론의 이론적 함의는 우선 파시즘론이 지니는 이론적 위치에서 발견된다. 본래 파시즘(Fascism)은자본주의체제의 특정 단계와 국변에서, 그리고 계급역관계의 특정 상황에서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자본법칙을 대체하면서 성립된 반혁명적 테러독재체제를 개념화한 것이다. 따라서 파시즘론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체제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사회의 지배계급, 즉 자본가계급의 계급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사회구성이라는 이론적 인식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파시즘론은 국가권력을 이미 이행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며, 또한 그이행의 구체적인 경로와 방식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전제하는 이론체계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1부에서는 한국의 국가를 보는 기존의 시각들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통해서 국가연구의 총체적인시각올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성격과 관련하여 식반자론의 국가규정(대리통치체제론 및 매판군사파쇼 독재체제론)을 신식파시즘론의 시각에서 비판하면서, 동시에 신식파시즘론과 신식국독자론의 이론적 과제를 정리하고 있다.
2부에서는 신식파시즘 하에서의 국가기구가 갖는 특정들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정당과 의회에 관한 논의를 통하여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의 이해가 관철되는 경로를 밝히고 있으며, 경찰 및 정보기구 그리고 군부에 관한 논의를 통하여 억압적 국가기구와 대미종속의 메카니즘을 분석하고 있다. 특히 신식국 독자사회의 특정인 국가권력과 독점자본의 결합현상과 관련하여 경재기획원등의 경제적 국가기구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함께 지배이데올로기의 재생산 메카니즘과 한국사회 지배연합의 특징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3부에서는 한국사회가 계급모순과 더불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로 지니고 있는 민족모순을 제국주의의제3세계 지배전략의 내용과 그 지배형태를 추적함으로써 해명하고 있으며, 또한 한국자본주의의 노동통제양식의 변화와 농촌지역에서의 국가의정치적 통제메카니즘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80년대를 기점으로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한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정부 여당의 대응전략과 보수야당의 성격분석을 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토대로 한국사회의 성격과 이로부터 도출되는 민주변혁의 과제를 재시하고, 이제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국가권력의 민주화가능성과 그 경로, 분단모순의 극복가능성과 경로를 분석,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국가의 성격 및 국가기구 등의 문제를 하나의 시각을 통하여 일관되게 해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이론적, 실천적 의의를 획득하고 있다. 다만 필자들 스스로도 지적하듯이 중위자본주의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신식파시즘이 신식국독자의 포괄적 상부구조인지, 아니면 신식국독자의 최종적인 한유형인지하는 문제 그리고 한국사회에의 적용에 있어서 신식파시즘의 성립근거 및 과정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적인 논의가 소홀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치연구회에서 「정치학 강좌」 기획시리즈로 저술하여 출판한 (일부는 출판준비 중)5권의 저서들(『현대자본주의 정치이론』, 『한국정치사』, 『한국정치론』,『북한정치론』, 『민주정치론』등) 중하나인 이 책이 (다른 4권의 책과 함께) 기존의 서구 중심적이고 보수일변도인 정치학 관계서적들에 대해 대안적인 교과서로서 지니는 비중은 자못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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