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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5 | 칼럼·시평 [서평]
『새로운 사회학 강의』
지역연구모임(2003-09-08 17:46:33)

예상되었던 바와 같이 88년대의 초입부터 치열한 각 축이 전개되고 있다. 89년 초부터 민족민주운동진영에 대한강경한 공세적 입장 속에서 정세의 주도권을 발휘해 왔던 정권이 이제 그 힘의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정세의 핵심 고리를 구성하고 있는 KBS와 현대중공업의 가열찬 투쟁은 88년 한해의 전망뿐 아니라 향후 민민운동진영의 장기전망에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그것은 우선 그간 일이년 사이의 전면적인 수세국면에 대한 정세의 단순한 역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87년 당시의 운동의 폭발적인 고양이 학생운동의 선도적 투쟁에서 그 계기가 주어졌다고 한다면, 최근 정세의 역동은 사회변혁운동의 계급적 내용성을 담보한 민중운동의 '힘'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87년 이후 이 같은 '힘'의 변화는 우리 사회 곳곳에 끊임없이 적용되어져 왔다. 이 번호에 소개하고자 하는『새로운 사회학 강의』는 한국사회에서의 힘의 변화를 사회학의 영역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회학이 하나의 분과 학문으로서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래로 그동안 한국의 사회학계를 지배해왔던 '미국식표준 사회학'에 대한 강렬한 문제의식과 더불어 한국 사회에 대한 과학적인식과 '민족적 민중적 시각'에 토대한 새로운 사회학의 요구는 모든 사회학 연구자들의 공통된 염원이었으며, 80년대 중반이후신진 연구자들의 오랜 고민과 노력들이 강단과 출판을 통해서 서서히 그 결과물들을 내어놓고 있는 이때에 이 책 역시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성과물들 중의 하나이다.
소위 주류사회학이라 표현되는 '미국식 표준 사회학'은 August Comte류의 실증주의적 전통에 서 있으며, 그것은 '사회적 질서'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질서에 대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변호론으로 귀결되고 따라서 현대 부르조아 사회학은 이중의 가능을 수행해왔다. 즉 한편에서 그것은 자본주의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옹호하며, 부르조아적 관점에서 사회의 구조나 그 본질, 사회발전의 추동력과 전망 등의 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다른 한편에서 그것은 자본주의 기업이나 자본가 집단의 실제 경영활동에 요구되는 상당한 양의 경험적 지식을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부르조아 사회학의 경험적 연구는 실질적으로 다량의 사실적 자료를 축적하고 사회생활의 이러저러한 부문이나 측면을 연구하는 기법을 개발해왔지만,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경험적 전통 속에서 주장되어지는 엄격한 객관성, 당파성의 초월, 이데올로기적 중립, 정치로부터의 독립 등의 명제로부터 실제로는 국가 지배계급의 정책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제반교의(doctrine)를 만들어내고 웅호하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후반 우리에게 널리 읽혀진 김경동선생의『현대의 사회학』은 사회학의 인간적 관심이라는 새로운(일견 대단히 본질적인) 관점으로부터 출발하지만, 그 같은 구성에서 조차 사회생활의 보편적인 특징과 원리를 나열적으로 서술해갈 뿐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중요하고도 절박한 연구과제들로부터 철저히·멀어져 있음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주류사회학에 대한비판은 70년대 중반 이래 '제3세계'의 대두로 본격화되면서 종속이론으로 대표되는 제3세계론 으로 구체화된다. 이것은 분단이라고 하는 한국사회의 현실 속에서 학문의 완성도를 결정적으로 저해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소위 '수정에서 정통'이라는 일견 전도된 학문적 흐름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80년대 초반부터 한국사회의 변화와 더불어 갖가지 수정이론의 한국적 적용성의 문제를 놓고 벌어진 다양한 논쟁과 연구자들의 고민은 서서히 정통 막스시즘의 탐구로 자연스럽게 발전해왔다.『새로운 사회학 강의』역시 그 같은 정통 막스시즘적 입장에서 한국사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시도의 하나이다.
이 책은 제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사회의 구조와 발전의 이론이라는 제목으로 5장과 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제1장의 인간과 사회는 통상적인 사회학 개론서가 중시하고 있는 사회화의 과정에서 인간을 설명해가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구성하는 노동의 사회성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제2장은 사회의 구조로서 기존 구조주의적 입장의 분석들을 거부하면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총체로서 사회의 구조를 설명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제3장사회의 변동 역시 역사의 발전을 단순한 변화의 개념이 아닌 역사적 진보의 시각에서 정리하고 있다. 제4장과 제5장에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와 변화를 설명하면서 자본과 노동의 역학관계를 중심에 두고 자본주의사회의 특질과 발전단계를 서술해 가고 있다. 제5장 제국주의는 제국주의 특징과 발전 경로를 설명하면서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의 변화와 신 식민주의로의 발전과정을 추적해가고 있다. 본론을 통해서 민주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은 제국주의와의 관계 속에서 부르조아적 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민족의 형성과 '사회주의적 민족'의 관계를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제2부 한국사회의 이해는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2부의 주요한 관심은 제1부에서 다루었던 사회의 보편적 법칙성과 원리가 한국사회에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가 하는 관심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6장 에서는 한국에서의 자본주의 발전을 둘러싼 다기한 이론적 쟁점을 소개하면서 신식민주의의 종속적 발전이라는 입장에서 정리하고 있다. 제7장 한국의 국가와 정치에서는 종속적 자본축적과 관련되어져 한국의 정치지형이 어떠한 변화를 겪어 왔는가에 대한 설명에 그 중심을 두고 있다. 제8장 계급과 계급갈등에서는 계급과 사회 불평등에 대한관심으로부터 한국사회 계급구성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이와 더불어 계급문제를 둘러싼 논쟁의 쟁점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제9장 농촌과 도시에서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또 다른 모순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농촌의 피폐를 독점자본의 지배메카니즘 속에서 분석하고 아울러 한국의 자본주의적 도시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제10장은 기존의 사회학 입문서들에서 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여성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서는 여성문제를 바라보는 세 가지 관점을 소개하고 여성노동의 문제를 중심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제1장 민중의 생활상태에서는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독점자본의 경제력 집중이 어떤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이 한국사회 민중생활의 실태와 빈곤의 새로운 형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를 밝히고 있다. 제12장 문화와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와 문화, 계급과 문화의 관련성, 그리고 문화적 지배와 지배이데올로기의 실상을 밝히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사회와 사회운동은 기존의 사회학 이론에서 사회운동을 집합행동의 범주에서 다룸으로써 나타났던 사회운동에 대한 병리적 접근을 거부하면서 변혁 이론적 전망 속에서 사회운동을 분석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학문, 실천에의 끊임없는 지향을 가진 학문, 현실과의 끝없는 긴장 속에서 보다 '민족적 민중적 시각'에 서고자 하는 사회학의 노력은 이제 단순히 그 시도에만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게 되었다. 이 책은 그간의 단편적인 시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하겠다. 그러나 이 책은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사회학의 대체 교과서로서 더욱더 구체적이고 각론적인 한국사회의 제반 문제들을 일반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이해시키고 분석의 범위를 보다 확대시켜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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