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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 | 칼럼·시평 [티비토피아]
무한도전, 선거를 축제로 만들다
박창우 대중문화 블로거(2014-06-03 10:07:50)

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더불어 선거는 민주주의 사회에 있어 가장 큰 축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꽃’과 ‘축제’라는 단어는 그저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 속 선거는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장이며,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단 ‘하루’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굳이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과 축제라고 불러야 한다면, 그것은 ‘향기 없는 꽃’, ‘그들만의 축제’라고 표현해야 더 옳을 것이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많은 이들이 애를 쓰지만, 선거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우리의 리더를 뽑는 일이 신나는 일이 된다면, 굳이 투표율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문제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비난 그리고 고소와 소송이 얼룩진 선거 과정이 꽤나 피곤한 일이 돼버렸고, 정치는 나와 무관하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선거의 중요성도 점점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몇 주간 진행된 MBC <무한도전>의 ‘선택 2014’는 매우 눈여겨볼 만 했다. 단순히 사회상을 반영하는 풍자가 넘치고, 이 프로그램 특유의 웃음코드가 가득 담긴 특집이어서가 아니다. 조직의 리더를 뽑는 일이 결코 피곤하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가 아닌,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축제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에 그렇다.

  <무한도전>은 6월 4일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향후 10년 무도의 리더를 뽑는 ‘선택2014’ 특집을 마련했다. 6명의 멤버가 모두 입후보했고, 이들은 앞으로 무도를 변화시킬 저마다의 공약을 들고 나왔다. 각 후보(멤버)들은 시청자를 상대로 유세를 펼쳤고, 지지도 올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실제 선거처럼 TV토론회를 통해 가졌고, 지지율에 따른 후보 사퇴와 단일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 선거처럼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과정을 거쳤다.

이 특집에 있어 유권자는 시청자다. 앞으로 무도가 나아갈 방향, 추구해야 할 프로그램의 재미를 단순히 제작진이나 멤버들의 생각으로 결정짓는 것이 아닌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시청자는 어떤 멤버의 공약이 현실적인지 따져가며 프로그램을 시청했고, 다소 비현실적인 공약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어떤 재미있는 상황이 만들어질까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예를 들면, 노홍철이 내건 사생활 공개가 이뤄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유재석이 약속한 시청 앞 곤장 설치가 정말로 가능할지 여부를 따져가며 저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실제 선거도 이렇게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몇 주간 ‘선택2014’를 지켜본 한 시청자의 평가다. 예능프로그램인 만큼 ‘웃음전달’에 가장 크게 신경을 쓴 까닭도 있겠지만, ‘선택2014’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유권자의 태도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역이나 인물이 아닌 ‘공약’을 최우선에 두고 후보를 비교하며 선거과정을 지켜보니 보니, 실제 선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떤 멤버를 리더로 선출하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시청자는 보다 더 꼼꼼하게 후보자들의 공약을 따졌고, 또 실제 투표소에 방문하여 한 표를 행사하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미 투표를 하는 행위 자체가 즐거운 일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 속 선거와 실제 선거가 같을 수는 없다. <무한도전> 내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와 지지철회 등도 모두 웃음으로 승화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치 무관심만 부채질할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질문은 던져볼 수 있을 거 같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던 것만큼 실제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 본 적이 있는가?’하고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무한도전>의 선거가 즐거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이 프로그램이 예능이어서가 아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면밀히 점검하고,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기 때문이다. 

선거가 정말로 즐거운 축제가 되기 위해선, 후보자들의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유권자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어떤 리더가 선출되느냐에 따라 ‘무도’의 재미가 달라질 수 있듯이, 어떤 대표자를 뽑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고, 내 삶과 밀접한 공약이 무엇인지 따져본다면, 실제 선거 역시 예능 속 선거보다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명심하도록 하자. 예능은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정치는 무관해 보이지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바꾸는 것은 결국 예능이 아니라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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