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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1 | 칼럼·시평 [PC칼럼]
컴퓨터는 가전제품이다!
정동철(전북산업대 시간강사)(2015-05-26 11:18:06)


 컴퓨터라는 기계가 이 세상에 출현한 이래 그리고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래 많은 변화와 생활의 발전이 있었다는 것은 필자가 이 자리를 빌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뒷켠에는 그 기계 때문에 받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필자가 아는 모 선배중에 컴퓨터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시는 분이 있다. 컴퓨터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40대들은 새롭게 그들 책상에 자리한 이 기계에 모종의 공포감을 가지고 있으며 대다수의 출판사에서는 작가들에게 그들의 원고를 컴퓨터 파일 형식으로 통신망으로 보내주기를 요청하고 있다. 또한 가정의 학부모들도 컴퓨터라는 기계로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이라는 국제적 통신망을 통해 쏟아져 들어온느 음란물로부터 그들 자녀를 보호하려면 최소한의 방어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컴퓨터를 시작해야할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고 하소연 한다.

 그러나 이 희망찬 새해 아침에 이 자리를 빌어서 감히 선언하노니 '컴퓨터는 가전제품이다.' 인간이 창조해 낸 모든 종류의 기계들이 그들이 창조해낸 인간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봉사하는 것처럼 컴퓨터라는 기계도 인간의 행복에 복무(?)해야만 한다. 이 못된 기계가 창조주인 인간에게 정신적 육체적 억압과 고통을 안겨준다니 최소한 곤장 백대를 쳐서 폐기처분해야 마땅한 것 같다. 다시 한 번 '그러나' 라는 접속사를 써서 이야기한다면 컴퓨터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릇 인간에게 그들 노동을 제공하다가 마침내는 소나 말이나 개(?) 같은 짐승의 주인이 짐승들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어찌 그 뿐이다. 세탁기를 쓰려면 열댓 개나 되는 세탁 기능을 알고 있어야 제대로 쓸 수 있고 요즘 나오는 오디오 기기들도 제대로 쓰려면 최소한의 사용법을 읽어보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컴퓨터라는 기계 앞에서 겁만 잔뜩 집어먹고 있다고 해서 컴퓨터가 고개를 숙이고 복종하는 것은 천만에 '아니올시다' 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최후에는 세상 사는 일이 늘 그런 것처럼 선택의 문제가 남는다. 컴퓨터를 수족 부리듯 자유롭게 쓸 것인가. 아니면 거실 방 한구석에 무시무시한 장식품으로 방치할 것인가.

 IMF의 한파가 새해 앙침을 짓누르고 있는 오늘, 오십 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어쩌면 부푼 희망찬 시작 앞에서 기필코 이 가전제품의 고분고분한 태도를 기대해봐도 되지 않을까. 물론 서점에 가서 사용법이 담긴 책자를 보면 알 것이다. 그리고 기가 질릴 것이다. '뭔 사용방법이 이렇게 많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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