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5.12 | 칼럼·시평 [문화시평]
미술가와 사진가, 그 경계를 넘나들다
이상조 사진전 - 明
조병철(2015-12-15 10:11:31)

 

 

 

전주 서서학동 주택가 골목길 안쪽에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 계남정미소-서학동사진관(대표 김지연)에서 전북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상조교수의 사진전 〈明〉이 열리고 있다. 나보다 10년 연상의 한시대가 앞선 선배의 전시시평을 쓰게 되는 부담감이 크지만 거의 지난 25년간 지근거리에서 함께한 후배미술인의 인연으로 글을 드려본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로서 이상조 선생은 지금껏 서울. 동경. 전주에서 22회의 개인전과 390여회의 크고 작은 국내. 외 단체전. 초대전등에 참여하며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는 비중 있는 중견 작가이면서, 25년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한결같은 애정과 열정으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이끌어 주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제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참 모범적인 선배이다. 더불어 그는 40여년이 넘게 산을 다니며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해외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의 산을 등반하기도 했고 지역산악연맹회장과 서울의 한 등산학교 교장을 지낸 전문산악인이다. 내가볼 때 각 개인에게 있어서 모든 현실의 결과는 주어진 삶과 환경에 대한 의지와 노력. 인성과 태도. 행위. 사유. 우연과 필연의 총합이라 여겨지는데, 느리고 완고한 나의 시각에서 보면 이러한 선배의 모습은 무척 경이롭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한 이상조 선생이 10여 년 전부터 가끔씩 작품에 사진을 매체로 다루며 전시회에 참여하다가 2년 전 숨갤러리에서 선보인 19회 개인전부터는 사진으로 해마다 개인전을 열고 있는데, 내가보기엔 그래도 지난해까지의 개인전은 여전히 사진기를 회화의 연장선에서 다루며 채집되거나 현상된 이미지 또한 회화적 요소들이 강했던 반면에, 이번 개인전 〈明〉은 거의 완전한 형태의 사진이라고 봐도 좋을 듯한 작품들이었다. 솔직히 난 사진비평을 할 능력은 없기에 애초에 사진미학과 사진기술. 작품성 등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랜시간 곁에서 지켜본 후배 미술가로서 갖는 고민과 궁금증으로 전시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사진 속 이미지들은 거의 조선시대 사찰의 부도浮屠로 보여 진다. 장소는 해남의 대흥사와 김제 금산사. 고창 선운사. 완주 송광사의 부도라 한다.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들에는 이른 아침의 안개에 휩싸인 사찰 한 켠의 경건한 부도 밭과 눈부신 햇살에 빛나는 각각의 부도로서 고요한 산사 숲의 정취와 함께하거나 낮은 담벼락이 둘러싸거나 길가에 늘어선 무심한 모습으로 포착되었다. 불교에선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을 물水과 불火. 흙土. 바람風의 우주적 원소들의 인연에 의한 공空으로부터 생生과 멸滅의 연기론緣起論적 윤회輪回의 세계관으로 보고 조사祖師나 선사禪師. 스님들의 입적 후 그들이 생전에 이룬 업적과 정신세계를 기념하기위해 각각의 원소를 원형. 반원형. 방형. 삼각형. 단형. 난형 등의 기하학적 상징물로 형상화한 것이 부도인데, 아마도 이상조 선생의 사진에선 부도자체가 갖는 기념비적 특징적 조형성보단 삶과 죽음. 무상無常. 무아無我의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한 사유의 공간으로서 갖는 장소적 특징을 개인화되고 물질화 되어 빠르게 변해가는 현대사회의 속성에 비켜서있는 자신의 모습과 결부시켜 투영한 것으로 보이고, 또한 각각의 부도들에선 각자의 화두話頭를 깨우치기 위해 가부좌를 틀고 용맹정진勇猛正眞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스스로 불을 밝히는 전등傳燈의 형상처럼 귀납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밝히는데 이러한 접근방식을 통해 전시회에 출품된 사진들을 이해할 실마리를 얻게 된다.
 전통적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동양인의 자연관. 세계관에 의해 형성된 의식으로 이해하자면 사람의 인생이란 결국 무위. 무상한 한낱 꿈에 불과한 空이 아닐까 싶고, 벌써 60대 중반의 세월을 달려가는 삶의 초조한 시간에 귀소본능처럼 돌아갈 자리를 근심하며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듯한데 어쩌면, 이번 사진들은 아직까진 사진가로서 보단 여전히 미술가로서 자신의 시각과 조형세계와 시대의식. 작가관을 고민하고 모색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되고 그래서 멀지않은 시간에 어떤 결단과 행동을 준비하고 있음으로 읽혀진다. 이번전시를 준비하면서 이상조 선생은 사진의 엄격성과 사진가로서 지녀야할 자세 그리고 사진의 미학 등을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사진의 진실성을 믿고 사진이 단호한 사실의 증명일 수 있다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토로하였는데, 솔직히 그러한 결단과 미래가 어떠한 결과를 예비할진 알 순 없지만 아직까지도 난 선생님의 사진가로서 전향? 이 그리 반가운 모습이 아니라고 고백하고 싶다. 물론 사진도 예술이며 사진가와 사진작품역시 현대미술의 아주 중요한 영역임을 모르진 않지만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왜냐면 작가로서 사진역시 지난하고 복잡한 과정과 작업. 활동. 책임을 요하기 때문이며 그것에 따른 공부역시 오랫동안 새롭게 준비해야함을 잘 아시리라 보기 때문이고, 결국 자신이 시작하고 추구해왔던 조형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탐구하고 궁극적으로 자기완성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사진이 주는 미덕 또한 아주 크고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선생님의 말처럼 사진은 일단 자신의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해석되어지는 정직한 재현의 도구이자 분명한 소통의 언어로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데 뛰어나며, 시대를 담아내고 현장성을 기록하는 가치 또한 매우 소중한 것이며, 미술과 문학사이 언어로 번역할 수 없는 또 다른 영역에서 언어와 지식. 지역과 인종. 시공간을 초월한 촉매제로서 소중한 가치가 있는 예술양식이고, 무엇보다 빠르게 변하게는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유할 수도 있고 자유자재로 운 편집과 실험. 복제가 가능한 유용한 도구임엔 틀림없다. 어쩌면 이러한 장점들이 그리기의 느리고 단조롭고 힘겨움보다 심상을 담는 언어의 제한적 기능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합리적인 목적을 취득하는데 유용한 여러 가지 장점들이 있고 분명한 영역과 세계가 있으며 시대적 위상 또한 매우 높기에 어떠한 결정을 내리시든 그 선택에 지지를 보내겠지만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책임 또한 매우 막중한 것임을 잘 아시겠기에 그 길을 좀 자유롭고 즐겁게 가시길 후배 미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바라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