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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 칼럼·시평 [문화칼럼]
생태도시 전주 단상
이명우(2016-04-15 09:57:30)





오늘 아침 안행교 사거리에서 385번 버스를 타고 용머리를 거쳐 기린대로 전북대학교에서 하차하여 학교로 출근했다. 버스 안에 앉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문화저널 원고를 구상하던 중, 운전석 앞쪽에 붙여 놓은 글이 눈에 띄었다.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

지난 2015년 1년 동안 전주시 생태도시계획 과업을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되새겼던 슬로건이다. 그럴듯한  언어로 치장된 전주시의 목표거니 생각했던 이 슬로건이 전주의 정신을 구현한 생태도시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한 단초가 되었다. 이 생태도시계획 과업은 민관협의체인 전북의제 21에서 주관을 하고 전주의제 시민소통, 도시계획, 에너지, 교통, 녹지 5개 전문분야로 팀을 꾸려 진행하였다.

의제21 주관팀에서는 공식적으로 과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의 저자인 이남곡선생의 "생태도시, 인문에 물들다"라는 강론을 실시하였다. 생태도시를 만들어 가는 시작을 전통고전의 현대적 구현에서 시작하자는 의도이다.  조선 성리학의 뿌리인 논어의 정신에서 생태도시의 근본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 이남곡 선생은 이 시대의 변천방향을 저항의 주체에서 역사의 주체로 되어야 한다고 파악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공존"의 정신이 요구되며 여기에는 소통과 관용의 정신,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의 공존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강의말미에 연비어약(鳶飛魚躍)을 사례로 생명공동체로서 인간과 자연의 공생의 의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후에 진행된 인문학포럼에서 이정덕교수, 문윤걸교수, 홍성덕교수 등은 역사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가로경관의 조성, 주민과 시민이 만들어가는 생태도시전주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결국 "사람의 도시"의 의미를 해석하자면 "사람들"이라는 공동체성 회복과 주체적 참여라는 의미가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삼천 2지구에서 채움교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삼천도시대학협의회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그린공원의 사례는 프로젝트 참여자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슬럼화 되었던 공원이 주민들의 참여와 헌신적인 노력으로 활력 있는 장소로 변모된 것을 보았다. 전주 도심에서는 선미촌주변의 주민협의체가 주체가 된 가로화단조성과 담장 가꾸기 사업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LID 시범사업구역인 서곡지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저류지조성공간이나 투수성 포장교체사업 등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사업목적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시행주체와 주민간의 소통부족의 현장이었다. 주민들이 납득하고,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을 엮어내는 것이 "사람의 도시"를 만들어 내기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전주의제 시민소통 팀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12회에 걸친 각종 원탁회의에서 퍼실리체어터기법, 빅 데이터 분석방식 등을 도입하여 정책방향들을 설정할 수 있었다.

 1.시민과 함께한다. 2.탄소를 줄인다. 3.성장을 관리한다. 4.숲을 넓힌다. 5.길을 공유한다.
시민과 전문가가 지난 1년간 함께하며 생태도시계획의 원칙과 방향을 설정해 가는 여정이  무척이나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서로가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도출된 생태도시계획 5대원칙에 내재되어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의 풍요로움에 경탄하고 있다.

한편 전주역에서 평화동 4거리까지의 백제대로에서 중앙분리대를 확폭하여 보행ㆍ녹지공간을 확보하자는 의제를 제안했을 때, 사업주체였던 전주시 뿐만 아니라, 원탁회의 참가자들조차도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난감해 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사실 생태도시계획은 큰 꿈을 꾸고, 단계적으로 실천해 갈 수 있는 성격임에도, 우리 모두가 승용차위주의 삶의 방식과 현실속에 붙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떠올랐던 생각..." 나는 왜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가?"
전주에 살면서 자전거와 택시를 이용하여 학교로 출퇴근을 했었지만, 시내버스는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너무 돌고 도는 시내버스에 대한 선입관이 문제였다. 지난 1년간 기회가 될 때 마다 시내버스를 이용해 보니, 그렇게 우회하는 것도 아니었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이 버스노선체계의 수립과 그 활용이 생태도시계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을 도시계획에서는 "생태교통"이라는 부르고 있었다.
"사람의 도시"가 되기 위한 생태도시의 첫 번째 관문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교통, 생태교통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삼천 반딧불이 생태하천, 덕진 생태동물원, 전라감영복원 재창조 등 수많은 전주시의 숙원사업들이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을 때, 시민과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 때 역사성과 문화성을 갖춘 진정한 품격을 보여 줄 수 있는 전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다시 한 번 다져본다.

덕진성당 앞에서 하차하여 전북대 농대 3호관까지 걸어가며 구정문, 분수대, 농대본관 앞 생명공원을 지나며 우뚝 서있는 전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상수리나무, 봄이 되면 꽃이 피는 산수유와 석류, 또 겨울이면 분수대 주변에 모이는 밀화부리와 종달새 들을 바라보며, 자연과 더불어, 사람과 더불어,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생태도시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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