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6.10 | 인터뷰 [공간과 사람]
긍정의 에너지 넘치는 '발랄한 청춘들'
청년문화기획사 '우깨' 원민 대표
윤지용(2016-10-17 09:42:29)



청년들이 꿈을 잃고 좌절하는 시대, 팍팍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씩씩한 청춘들도 많다. 그들은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청춘들이 모여 발랄하게 일하고 생산적으로 노는 곳, 소통과 연대를 통해 청년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는 청년문화기획사 '우깨'를 찾아가보았다.


청년문화기획사 '우깨' 원민 대표
전주시 완산구 고사동 243-1
www.uggecompany.com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청춘예찬'이라는 수필의 첫대목이다. 청춘은 그렇게 거침없고 뜨거워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청춘들은 늘 짓눌려 지낸다. 토익점수와 온갖 자격증에 어학연수까지, 짱짱한 스팩을 쌓아도 그들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꿈을 이룰 기회는 둘째로 치고 꿈 자체를 찾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 자신이 스물아홉 청년인 원민 대표가 우깨를 만든 이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사립대학의 교직원으로 일하면서 청년들의 방황을 지켜보았다. 구체적인 고민 없이 단지 수능점수에 맞춰서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취업준비에 내몰리고 있는 그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지치고 의기소침한 그들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들에게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질문해주고 싶었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모여 아이디어를 나누고 스스로를 발견해나가는 소통과 연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우깨? '우리가 깨달은 것들'을 줄여서 만든 이름이다. 깨달은 것들을 놓치지 말고 꼭 실행하고 실현시키자는 다짐을 담았단다. 재작년 12월에 창업한 후 따로 전용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카페 등을 빌려 청년토크콘서트와 독서모임 등 크고 작은 행사와 모임을 만들어냈다. 지역의 청년들 사이에 점점 입소문이 나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작년 봄에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근처 국수집 건물 2층 40평 남짓한 공간을 마련했다. 세를 얻고 내부공간을 단장하는 과정부터 청년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재능기부가 큰 힘이 되었다. 에어컨, 커피머신, 냉장고, 책걸상 등 집기 대부분이 기증받은 물건들이다. 정수기와 복합기의 월 임대료를 내주는 후원자도 있다. 누군가는 사무실의 커피를 도맡아 대주기도 한다.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꾸려가는 공간이다.
"아이디어는 없어도 되지만 재미가 없으면 안 된다", "의미 있고 신나는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온다", "백 가지의 생각보다 한 번의 액션이 우리를 바꾼다", "우리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좋아지고 있다" 우깨의 사무실 벽면 곳곳에 붙어 있는 캐치프레이즈들에서도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발랄하게 일하고 생산적으로 노는 그들
청년문화기획사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우깨가 하는 일은 퍽 다양하다. 캘리그라피, 사진, 외국어, 플라워드로잉, 인문학 등 자체 강좌프로그램을 여는가 하면, 기관이나 단체들의 워크숍 프로그램과 캠프 등을 기획하고 진행해주기도 한다. 중고등학교를 찾아가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진로 강의도 한다.
회사이름만 독특한 게 아니다. '없애기 캠프', '아싸, 오늘도 건졌다', '쇼미더열정페이', '안녕, 인생' 등 우깨가 기획한 프로그램들의 이름과 내용 하나하나도 발랄하고 재치가 넘친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그 이름도 발칙한 '생산적 또라이 파티'다. 우리사회가 젊은이들에게 요구해온 획일적인(예컨대 '인문계고등학교-대학-취업시험-회사원'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일탈하여 자신만의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이단아들을 위한 스토리 공유 파티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뛰쳐나와 커피트럭을 몰고 전국을 떠도는 청년도 있고,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전세계를 누비는 무전여행자, 자기만의 요리를 해보고 싶다고 찾아온 대구의 중학생도 있다. 이런 다양한 젊은이들이 모여 각자의 꿈과 끼를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주최자와 참가자가 따로 없다. 참가자들끼리 함께 기획해서 웅변대회나 패션쇼를 열기도 한다. 지난 4월까지 여덟 번 열린 생산적또라이파티는 그렇게 스스로 진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우깨기동대'라는 새로운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각종 청년활동에 적극적인 젊은이들을 선정해서 일정기간 동안 매월 5만원씩의 활동비를 지원해주겠다는 것이다. 비록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뜻있는 청년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비용이라도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다양한 모임과 행사들에 참여하는데 명함이 없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우깨기동대원'이라는 명함도 만들어준다. 이런 취지에 공감하여 우깨기동대원의 활동비를 기탁하는 후원자들이 있는가하면 '대체 뭘 하려고 돈을 주느냐?', '고작 5만원으로 청년들이 뭘 할 수 있겠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청년들을 그냥 믿고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돕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원 대표의 대답이다.
우깨의 사업 중에는 공간공유사업도 있다. 회사의 사무실을 누구나 함께 사용하는 문화공간으로 개방해서 '소량의 재화를 다수가 향유하는 공유경제'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약간의 비용만 내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우깨의 공간을 빌려서 모임이나 행사를 할 수 있다. 우깨는 약 40석 규모의 공개작업실과 소규모 강좌나 회의를 할 수 있는 회의실, 음료와 간식을 나눌 수 있는 셀프바 등을 갖추고 있다. 공간을 빌려서 행사를 열 경우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서 홍보를 도와주기도 한다.


"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확신이 변화를 만든다"
우깨는 청년들이 자신만의 꿈과 개성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하도록 돕는다. 영상물 제작에 관심이 많았던 한 고등학생은 지금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하고 있고, 작년에 '안녕, 인생' 캠프에 참여해서 영감을 얻은 한 청년은 외항선원이라는 직업을 버리고 훌쩍 외국으로 떠나 국제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의 활동가로 변신했다. 우깨가 기획한 여러 활동에 참여하다가 마음이 맞아 아예 인턴사원으로 합류한 경우도 있다. 원 대표는 우깨와 함께 했던 젊은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깊게 뿌리박힌 믿음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사실 몹시 힘든 일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어나는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려고 합니다. 진정한 변화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감히, 아직도 묻습니다.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우리의 생각과 실천이 이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답을 내립니다. '당연하지, 그렇고 말고!' 불확실한 것들을 확신하는 사람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깨는 해야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