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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 인터뷰 [공간과 사람]
책과 함께 잠시 멈추다
북스포즈(Bookspause), 전상민 대표
(2016-12-16 16:19:23)



라틴어로 '거룩한 어머니' 혹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뜻의 알마마테르(Alma Mater). 가톨릭에서는 '아베 마리아Ave Maria)'처럼 성모 마리아를 찬양하는 성가곡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하고,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 대학은 '학문의 젖줄'이라는 취지의 모토로 사용했다. 그 후 중세 유렵에서 '대학'을 뜻하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널리 쓰이다가 영어권에서는 '모교(母校)'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전주 서부신시가지에 카페 '알마마테르'가 있다. 음악과 문학과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어머니 품처럼 편안한 문화공간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이름에 담았단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명륜1길 13
https://www.facebook.com/BOOKSPAUSE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졌다. 수업을 위한, 취업을 위한 교재가 아닌 책은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라졌다. 1년에 채 한 권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02년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이었던 '새날서점'이 문 받은 이후 전북대 대학로 앞에는 동네서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십 수 년이 흐른 지금, 대학로 앞 상점가와는 조금 떨어진 골목에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서점과는 조금 많이 다른 듯한 '북스포즈'가 있다.
전상민 대표는 새날서점을 마지막으로 경험했던 세대이다. "학교 앞에 서점이 없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서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책을 좋아하는 후배들과 함께 이 공간을 열게 된거죠."
전북대 신문방송하과 출신인 그는 같은 과 후배 2명과 함께 지난 10월 '북스포즈'를 열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이들은 도쿄에 있는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녔다. 책맥을 즐길 수 있는 서점, 비행기를 주 교통수단으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서점, 인간예찬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서점, 고서적을 파는 서점, 366일에 맞는 책을 소개하고 있는 서점 등. 다양한 시선으로 책을 바라보는 곳들을 보며 그들은 기존의 서점과 다른, '다른 생각, 다른 시선'을 가진 서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북스포즈 한쪽 벽면, 불 밝히고 있는 문구인 '정신과 시간의 방'은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북스포즈는 로컬 커뮤니티, 지혜의 숲, 온전한 휴식처를 지향한다.


"2007년 '긍정과 난관의 바이러스'라는 컨셉으로 '선샤인뉴스'라는 온라인 지역신문을 만들었어요. 그게 온라인 미디어였다면 북스포즈는 오프라인 미디어공간이에요. 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죠. 북스포즈는 '문화의 도시, 문화의 메카에 서점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운동이기도 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로컬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또 찾는 분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지식을 넘어 지혜를 쌓아 가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북스포즈의 이름은 Books+Pause로 책과 함께 잠시 멈추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잠시 멈추고 들어와 지식과 지혜를 충전하고, 수련하고, 나누는 공간이면서, 시간에 쫓기는 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잊고 온전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이런 다른 생각과 다른 시선으로 만들어진 북스포즈는 평범한 서점은 아닌 듯하다. 책맥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되기도 하고,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휴식처이기도 하며, 작은 학교가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전주에서는 유일하게 '책맥'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책과 맥주는 정말 잘 어울려요. 물론 서울에도 책맥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북스포즈의 책맥은 조금 특별해요. 저희 맥주는 동문거리에 위치한 '시'에서 만든 수제 흑맥주 'B'(Black, Book, Beer)거든요."
북스포즈의 책장에는 시, 에세이, 소설과 같은 종류가 아닌 '다른 생각, 다른 시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전주', '딱 한권만 무인도에 가져간다면', '배우는 배우다' 등 다양한 주제가 있다. 이는 북스포즈 디렉터들의 가장 중요한 일이자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공간이 협소해서 이곳에 들어갈 수 있는 책이 1500권도 안되다 보니 놓을 수 있는 책은 제한적이에요. 다른 서점들과는 양으로 비교할 수 없죠. 그래서 저희 디렉터들이 책장별로 주제를 정해서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2주마다 부분적으로 바뀌니 매번 와도 새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는 거죠."
진열된 책 사이에 꽂힌 '포즈잇'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책에 대한 힌트이다. 책의 내용이나 누구에게 필요한지 등 디렉터들과 책을 읽은 이들이 남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쿄의 어떤 서점에서 컨셉을 물어보니, 책의 관문이라고 이야기 하더라구요. 저희도 책의 관문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지역 동네서점으로서 서점을 찾아주시는 분들이 책에 좀 더 쉽게 다가 갈 수 있도록 책 사이에 작은 힌트를 남겨 놓은거죠."
전상민 대표를 포함한 3명의 디렉터는 책을 선정하고 소개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책장의 주제와 책을 선정하는 일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들과 지역을 찾는 이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월 강준만 교수의 오픈강연회를 시작으로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인 권지웅 씨의 강연회가 열렸다. 11월에는 '심야책방'을 기획해 새벽까지 심야독서를 즐기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12월에도 계속 될 예정이다.
"이 공간의 의미가 너무 많기도 해요. 하지만 그 많은 의미들이 모여 북스포즈를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곳은 서점이고, 책을 중심으로 한 공간이란 거죠."
북스포즈의 디렉터들은 북스포즈가 누구나 책과 함께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만들어가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동네서점이자 지역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첫 발걸음을 뗀 북스포즈. 바쁜 일상으로 여유를 갖기 어려운 당신에게 책과 함께 잠시 멈추었다 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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