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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 | 인터뷰 [홍PD가 만난 청년]
예술의 끝판왕 뮤지컬, 지역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전하다
뮤지컬수컴퍼니 대표 박근영
홍현종(2020-10-08 18:02:56)

홍PD가 만난 청년 | 뮤지컬수컴퍼니 대표 박근영


예술의 끝판왕 뮤지컬,
지역의 이야기를 춤과 노래로 전하다

홍현종 편집위원


지역에서 예술 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전주에서 수년간 지치지 않고 해오는 단체가 있는데, 뮤지컬수컴퍼니이다. 뮤지컬수컴퍼니 박근영 대표(37)를 만나 뮤지컬 제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뮤지컬을 제작하고 계십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배우이자, 뮤지컬을 제작하고 있는 박근영입니다. 지금은 ‘뮤지컬수컴퍼니’라는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뮤지컬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셨는지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 전공은 IT 공학이었는데, 군 복무 중 인생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 보니, 불현듯 공대와 제가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은 인생 재미있게 살아보려면 어떤 일이 좋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통해 찾아낸 직업이 ‘배우’였습니다. 제대 후 복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원을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연기 수업을 하는데, 나름 재미도 있었지만, 외롭고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하루는 아시는 분이 저를 유심히 지켜보시더니 ‘연기보다는 춤과 노래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춤과 노래, 이 두 가지를 함께 배울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얻어낸 해답이 뮤지컬이었습니다. 곧바로 뮤지컬 아카데미에 등록을 하고 수업을 다니는데, 너무 재미있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배우 수업을 할 때와는 다르게 뮤지컬을 하면서, 제가 살아있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서 조명을 받으며 춤과 노래를 한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을 통해 연기뿐 아니라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기회가 와서 공개 오디션에 참가해 조연(앙상블)으로 선발이 되고, 몇 작품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유명 안무감독이셨던 오재익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그분 추천으로 오디션에 참가 ‘웰컴투마이월드’라는 뮤지컬에 주연급으로 처음 참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뮤지컬 배우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때 지금의 아내인 이주현 배우를 상대 배우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뮤지컬은 어떤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뮤지컬은 종합예술입니다. 대중성도 강한 장르이자 관객과 호흡하기에도 유리합니다. 저는 뮤지컬이 예술의 결정판, 끝판왕이라 생각합니다. 노래, 춤, 연기를 한자리에서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이 뮤지컬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 층은 가만히 노래만 하는 것보다는 퍼포먼스가 담겨있는 장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취향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장르가 뮤지컬입니다. 노래방에 모여서 다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이 우리 한민족입니다. 저부터도 춤추면서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흥이 몸에 배어있는 것 같습니다. 노래하고 춤출 때 진심으로 행복하다 느끼고는 합니다. 뮤지컬은 그런 매력이 있는 예술입니다.


전주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지요
서울에서 뮤지컬 배우로 몇 년을 살아가다. 2013년 말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자 아내와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강원도에 가서 며칠 쉬는데, 문득 겨울 바다가 보고 싶어서 여수에 가기로 결정을 하였지만, 여수까지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경유지를 찾아보다 전주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렇게 무작정 전주에 도착을 하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와보는 전주였는데, 첫 느낌이 굉장히 편안했습니다. 전주의 거리를 걷다 보니 곳곳에 붙어있는 포스터들이 놀라웠습니다. 전주라는 도시는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흥미 있는 도시가 아닐까 하는 호기심이 생기고, 이곳에서 뮤지컬을 해보면 어떨까 꺼낸 이야기의 끝은 ‘그럼 1년 정도 살아보자’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전주 생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주 생활에 너무 만족합니다. 다시 대도시로 옮겨갈 생각은 없습니다.


전주에서 뮤지컬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요
2014년 봄 별다른 기대 없이 뮤지컬 관련 인재를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네이버 뮤지컬 동호회 카페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예상과는 다르게 순식간에 20명 정도의 회원이 가입하였습니다. 전주에도 뮤지컬에 대한 호기심을 갖던 분들이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모인 회원들과 저녁에 모여 연습을 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지역에서 사업하시는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도움으로 본격적으로 작품을 준비하게 되고, 오디션을 거쳐서 지역의 인재들을 선발한 후 2014년 여름 처음 만든 창작 작품이 ‘밤을 잊은 그대에게’였습니다. 한옥마을 전통문화관에서 토요상설로 진행하였는데, 저희들의 기대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전주에도 뮤지컬 관객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를 얻어 좀 더 큰 공연장인 전통문화전당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해볼 겸 2015년 3월 첫 번째 갈라 콘서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던 전주 출신의 뮤지컬 배우 정영주 씨를 이주현 연출의 노력으로 캐스팅하게 되고, 지역의 배우들과 함께 연습을 진행하였습니다. 뮤지컬은 잘 모르지만, 뮤지컬을 사랑하는 지역의 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1기 갈라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서 점점 입소문도 나고, 많은 분들이 열정과 지지를 보내주셔서 지금은 극단 겸 회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항상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극단 자체적으로 대본은 물론 연출, 안무, 노래연습까지 모든 부분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은 작업이지만, 뮤지컬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신 분들이 주변에 많이 계셔서 지금까지 잘 버텨내고 있습니다.



뮤지컬이 좋았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품들이 이어질수록 열정 또한 커지게 되었고, 행복한 순간들도 찾아왔다. 그러나 뮤지컬에 대한 관객의 기대 또한 향상이 되고, 2015년 용기를 내어 제작한 대형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고 실망하기도 하였지만,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된다.


지역에서의 뮤지컬 극단 운영이 힘들지는 않으셨나요
항상 쉽지 않은 순간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전라북도는 국악의 고장이며, 지역의 경제 규모나 관객층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유지하기에 여유롭지 않은 수준이었습니다. 그렇지만 2015년 봄 ‘뮤지컬 갤러리’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소극장이 아닌 대극장에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용기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대공연장인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을 대관하게 되었습니다. 소극장과 달리 대극장에서 하는 첫 공연이었는데, 당시 저는 주인공 역할을 하면서, 극단 운영은 물론 제작까지 담당해야만 했습니다. 극단 내에 인력이 너무 부족해서 어떻게 이렇게 큰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작품에 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다는 현실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대극장은 소극장과 완전히 다른 의미였습니다. 의욕과 용기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반면 큰 공연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도 주연급 배우인 정영주, 이은율, 김성민 배우 등과 함께 작업을 하였는데, 같은 공간에서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의 배우들이 중앙의 배우들과 함께하면서 마음가짐에서부터 발성, 연기 등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큰 공부였습니다. 우리들 스스로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극단 인지도 또한 매우 향상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지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전주 지역에서 뮤지컬 장르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셨습니다. 저희가 하는 작품들은 대단한 서사구조를 가진 작품이라기보다는, 유명 가수들의 곡을 뮤지컬 넘버로 탄생시킨 주크박스 작품들이 많습니다. 익숙한 멜로디가 주는 편안함 덕분에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부담스럽지 않은 티켓 가격에 만족해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가끔은 ‘서울에서 온 팀이냐’ ‘기대보다 좋았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름 보람도 느낍니다.


서울에 비해 전주와 같은 지역은 뮤지컬 제작에 불리한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떠셨나요
흔히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뮤지컬은 연습이나 공연뿐 아니라 작품 선정과 캐스팅 등 준비하는 기간이 상당히 필요한 장르입니다. 이 과정에 시간과 장소, 인력이 필요한데, 그게 제작비와 연동이 됩니다. 어찌 보면 서울이 더 불리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지역에서 준비 기간을 갖는 것이 임대료나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최종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좋은 원작이 있고, 저희가 작품으로 잘 살려낼 수만 있다면, 중앙의 배우들은 언제든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서울에서 작품을 준비하고 제작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전주를 기반으로 좋은 뮤지컬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으로 서울은 물론 전국을 순회하면서 공연하는 일 또한 얼마든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작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2014년 제작했던 ‘밤을 잊은 그대에게’입니다. 뮤지컬수컴퍼니의 첫 번째 창작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도 애정이 가는 작품입니다. 음악카페 DJ 준과 직원들이 펼쳐는 사랑 이야기인데, 90년대의 향수를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추억의 명곡들과 함께하다 보니 관객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소극장이나 중극장 정도에서 가깝게 감상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 거의 매년 앙코르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도 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관객들과 만났던 작품입니다.



최근 ‘꼬레아우라’라는 대형 작품을 선보이셨습니다. 스스로의 평가는 어떠셨는지요
2020년 광복절을 기념해서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입니다. 모악당이라는 커다란 공연장에서 저희의 역량을 최대한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스태프들이 함께 하였고, 캐스팅에도 신경을 많이 쓴 작품입니다. 결과적으로 좋았다는 분도 계시고 아쉬웠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제 스스로의 아쉬움은 지역에서 이와 같은 대형 작품을 만들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매번 느끼는 부분이었지만 이번 ‘꼬레아 우라’를 제작하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합니다. 좋은 작품을 생산하고 장기 공연을 해보고자 하는데, 절대적으로 예산이 부족하고, 그러한 부분에 대한 재원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우선은 새만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아트타운을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공연과 콘서트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간. 언제든 주옥같은 공연과 콘서트를 만날 수 있는 명소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해외 유명 콘서트나 뮤지컬도 저희가 유치해보고 싶습니다. 작품으로는 전라북도를 소재로 하는 대형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지역의 인물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조사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작품인 ‘꼬레아우라’도 동학을 소재로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지역의 역사적 내용을 담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지역의 콘텐츠를 살린 멋진 뮤지컬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무모한 도전이라 말할 수 있지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향한 끊임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 박근영, 춤추고 노래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그의 열정이 지역의 문화 자원들과 함께하여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올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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