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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 | 인터뷰 [지금 이 사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답을 찾다
고니아 리더 김형태
김하람(2021-02-03 14:49:52)

인터뷰 | 지금 이 사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답을 찾다

고니아 리더 김형택


김하람 기자


이날치의 판소리 한 대목이 세계를 불러들였다.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었던 ‘범 내려온다’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해준 2020년, 재즈와 장구의 결합이라는 실험적 음악으로 앨범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는 밴드가 있다. 재즈 밴드 고니아다.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14년 넘게 활동해온 고니아는 지난해 11월 5집 앨범 ‘A Tension’을 발표했다. K-Jazz라는 새로운 장르의 출발을 알리는 걸음이었다. 이 작업의 중심에 섰던 고니아의 리더이자 작곡가 김형택를 만났다. 그의 작업실에서 나눈 고니아와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는 고니아의 14년 궤적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모퉁이 돌, 고니아

재즈 밴드 고니아는 기타리스트 김형택과 베이시스트 김민성이 원년 멤버다. 2007년 결성된 고니아는 ‘모퉁이 돌’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고대에 건물을 지을 때 기준이 되는 돌을 의미하는 모퉁이 돌은 성경에서 나온 표현이다. 모퉁이 돌처럼 음악의 기준이 되고 싶다는 마음과, 처음 결성할 때 모두 크리스천이었던 멤버들의 신앙고백을 담아 팀명을 지었다. 2009년에 발매한 1집 ‘Quiet time’에서 성경 속의 사건과 이야기를 배경으로 쓴 곡을 선보이며 크리스천 재즈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멤버들 모두가 크리스천이다 보니 신앙고백적인 측면에서 크리스천 재즈 쪽으로 활동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하는 것과 막상 활동하는 것은 괴리가 컸죠.”


크리스천 뮤지션들은 주로 교회 예배음악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교회에서 원하는 것은 연주음악이 아닌 예배를 위한 반주음악이며, 클래식을 선호하다 보니 재즈와는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재즈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종교적인 색채가 담겨 있는 것들은 배제 시켜요. 그러다 보니 CCM에도, 재즈에도 속하지 못하게 됐어요. 종교와 재즈의 씬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인데, 그때는 잘 몰랐어요.”


그는 고민 끝에 종교적인 색을 빼는 방향을 선택했다. 새롭게 정비해 두 번째 앨범을 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5년. 드러머가 바뀌면서 새 멤버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린 것도 한몫 했다. 2013년에 발매한 2집 ‘The Journey of Gonia’부터는 고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곡으로 쓰기 시작했다.  


“앨범마다 특별히 주제가 있다기보다는  곡을 계속 쓰고 어느 정도 곡이 모이면 앨범을 내는 거죠.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을 작업하고, 그걸 모아서 앨범을 내고 있어요.”


재즈에 장구를 더하다

2013년에 2집 앨범을 발매한 뒤 2015년 3집 ‘Compassion’, 2018년 4집 ‘Melt’까지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트리오로 활동하며 고니아만의 재즈 스타일을 확립해갔다. 그러나 일반적인 재즈 스타일을 유지한 반면, 2020년에 발매한 5집 ‘A Tension’을 기점으로 방향성이 바뀌었다. 장구를 더해 한국적인 색을 넣은 것이다. 장구를 메인으로 하는 기타, 베이스 트리오를 시도한 것은 이들의 작업이 처음이었다. 


“해외에서도 공연하고 싶어 그쪽 마켓도 알아보고 음악 관계자나 감독들을 만났는데, 저희가 한국 팀이라고 하니까 어떤 한국적인 색깔이 있냐고 물어봐요. 한국적인 악기나 멜로디, 리듬이 들어가 있는지를 물어보는데, 저희가 고니아만의 스타일을 가지고는 있지만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적인 색채가 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해외에 나가서 경쟁력이 있으려면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하다가 장구를 섞어보게 됐어요.” 

장구 연주자 김미정의 합류 이후 3년 동안 심도 있게 한국 전통의 리듬을 연구해 K-Jazz, 에스닉 재즈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게 된 고니아. 새로운 도전인 만큼 주목도 많이 받았으나,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고니아로 활동하면서 썼던 곡과는 다른 면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힘든 부분은 음악적인 언어에서의 차이다.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재즈는 오선악보를 사용하며 마디 개념이 있지만, 국악에는 마디 개념이 없으며, 정간보를 사용한다. 서양 음악에서는 4박자를 많이 사용하지만 전통 국악에서는 3박자를 더 자주 사용한다.


“저희도 국악에 대해서 잘 모르고, 국악 연주자들도 재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려웠어요. 특히 저희는 음악을 배워서 새롭게 만들어가지만, 국악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것을 전수받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기보다는 비슷한 장단을 찾아 쓰는 편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김미정 씨의 연주 스타일을 파악하면서 빠른 곡도 써보고 느린 곡도 써보면서 맞춰갔습니다.”


여러 국악기 중 장구에 주목한 이유는 다른 팀들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다. 장구, 꽹과리, 징 등과 함께 작업한 음악들은 많지만, 장구를 단독으로 쓴 것은 고니아가 처음이다. 작업을 하다 보니 왜 그동안 장구를 단독으로 쓰지 않았는지 알 것 같다고 김 씨는 말했다.  


“드럼의 경우 리듬악기이지만 그 안에 음정이 있어요. 하지만 장구는 음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리듬만 쳐야 하기 때문에 음악 안에 녹여내기 어려웠어요. 밴드에 쇠소리가 없어서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장구의 역동적이고 화려한 리듬을 살리고 싶었죠.”



수많은 연구와 시도 끝에 한국 전통 리듬인 굿거리장단이나 휘모리장단 등에 기타와 베이스를 얹는 것을 성공했다. ‘A Tension’은 ‘장구 특유의 음색이 돋보이며, 한국 전통적인 색이 보인다’, ‘특색과 긴장감, 흥미로움이 모두 느껴진다’는 평을 받으며, 작년 12월에 개최된 제1회 인디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음반상과 재즈트랙상으로 2관왕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다

고니아에게 2020년은 또 다른 도전의 해였다. 드라마 ‘제발 그 남자 만나지 마요’의 ost 작업에 참여했으며, 처음으로 연주곡이 아닌 대중가요곡을 발표했다. 5집 수록곡인 경성연가에 가사를 붙인 것. 경성연가는 구한말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곡으로 오래된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사운드를 덧입혀서 예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작사와 노래에는 가수 리아가 참여했고, 편곡은 드라마 OST와 영화 음악으로 유명한 작곡가 이종수가 맡았다. 


“녹음하고, 앨범 나올 때가 가장 기뻐요. 수익이 많지는 않지만, 수익은 둘째 치고 앨범이 나온 것 자체만으로 위안이 되지요.”


정기권 구매를 통해 음원을 듣는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구조 탓에 뮤지션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다. 그러다 보니 정규음반을 내는 팀이 많지 않다. 투자한 것에 비해 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한 곡씩 싱글로 내는 추세 속에서 고니아가 꾸준히 정규앨범의 형태로 내는 것은 앨범의 의도나 색깔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수익을 위해서 상업적인 것도 추구하지만, 고니아만의 음악적인 부분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다

“앞으로 장구뿐만 아니라 북이랑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판소리를 보면 소리꾼과 고수 둘이서 만들어가잖아요. 소리꾼의 소리에 맞춰서 연주를 하게 되는데, 북소리가 역동적이어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막연하게 북으로 작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웃음), 남들이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대중음악이 아닌 만큼 수요가 적어 수익을 내는 일도,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니 음악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일도 어려워 교육 활동을 겸하고 있는 고니아는 앞으로도 대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갈 생각이다.  


“곡은 제가 쓰더라도 녹음하고 믹싱, 마스터링, 시디 작업에 홍보작업까지 하고 하면 돈이 많이 들어요.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돈들이 많이 들어가니까 계속 벌어서 앨범 만들고 또 벌어서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음반을 내서 그다음 음반을 낼 수 있는 수익구조까지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쉽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음악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 곡을 쓰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는 고니아의 목표는 월드 투어다. 


 “작년이랑 재작년에 일본과 미국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좀 더 확장시키고 싶어요. 이번 앨범이 반응이 좋아서 기대가 되기도 해요.”


작년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공연이 취소되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에는 7월에 몽골, 10월에 작년에 취소된 아랍 투어, 2022년 1월에 미국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코로나 상황이 좀 더 나아지면 유럽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고니아와 고니아의 음악이 오래 오래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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