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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인터뷰 [이십대의 편지]
‘뒷담화’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고동우 대학생(2013-06-05 10:12:16)

삶에 그렇게 여유가 넘치진 않지만 가끔 연극을 보러간다. 연극 무대를 보다보면 무대 뒤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한 마음이 일어나곤 한다. 무대와 객석은 알고있는 곳이지만, 무대 뒤편은 미지의 장소이다. 나는 ‘Staff Only ’라고 써져있는 그 곳이 항상 궁금하곤 했다. 그래서 무대는 아니지만, 대형마트의 아르바이트생이 되어 그 미지의 장소에 일상적으로 들어가게 됐었던 처음 한 달 정도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근했다. 8개월을 대형마트의 정육코너에서 일했다. 이게 큰 특기거나 도움 되는 경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교훈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바로 뒷담화에 대한 것이다. 정육코너만이 아니라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고객들이 몰리는 시간은 항상 정해져 있다. 오후나 저녁, 주말과 주말 전후에 바쁜 때신 평일 낮은 마트 내에 직원 수가 고객보다 많을 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근무를 했던 곳은 화요일 낮이면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노는 시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그럴 때면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잡담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마트 일 하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최근 핫이슈는 물론 정치, 사회, 경제를 막론하고 이야기꺼리는 끝이 없었다. 개중에 단연코 최고의 이야기 꺼리는 뒷담화다. 이것만큼이나 말하는 사람들끼리 끈끈하게 엮어주고 화제를 불러일으킬 건수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치졸한 짓이라며 손가락질 할 수도있겠지만 나는 철이 없어서인지 신나게 참여하는 편이다. 물론 싫어하는 사람에 한해서. 친하게 지내는 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조용히 빠지거나, 적당히 동조하는 척만 하곤 했다.

뒷담화에 자주 오르내리는 이들은 어느 집단이든 마찬가지지만, 집단의 암묵적인 규칙을 무시하거나 집단 내에서 입김이 강한 사람에게 밉보인 사람들이다. 나는 천성이 대범하지 못해서 규칙을 무시하기는커녕, 누구에게도 대든 적 없이 무난하게 생활했기에 이 뒷담화에 잘 오르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입방아에 오르게 되었다. 그 일이라는게 사실 참 별것도 아닌 것이, 내게 있어서는 당연한 추가근무 수당 요구이다. 앞에서는 누구나 입을 모아 ‘당연히 더 근무했는데, 더 받아야지’하면서도 누군가는 뒤에서 ‘알바생 주제에…’같은 생각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내가 위축되거나 피해를 입었냐면, 그렇진 않았다. 받아낼 돈은 다 받아냈고 마트에서 잘리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 일 잘한다고 적게나마 월급이 오르기까지 했다. 대범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나는 낯짝이 두껍지 못하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그 추가근무 수당 요구가 내게는 크나큰 성장의 증거였다. 그렇기에 뒷담화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부정 할 수 없다. 뒷담화가 돌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면 어떤 사람이든 뜨끔하기도 하고, 주변사람들이 불편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이게 앞담화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대범하지 못한 내 성격에 앞담화를 듣고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에 비해 뒷담화는 결국 뒷이야기일 뿐이다.연극 무대 뒤에 대한 내 동경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주위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싶어 하는 내 욕구이었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삶. 얼마나 멋진가. 그러나 그런 삶이란 불가능하다. 내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예 통제의 가능성조차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매우 민감하게 여기곤 한다. 실제로 뒷담화를 겪고 난 후의 깨달음이다. 뒤편에서 일어나는 일은 결국 앞으로 나오지 못한다. 8개월 간 대형마트에 있으면서 한 가지 더 깨달은 것은 씹히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 뒤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두려워 나서지 못한이가 있는가. 어깨를 펴라. 지금 뒤에서 하는 말이 거슬릴 지라도, 후일에 후회하는 것보다 청춘을 무기삼아 무엇에든 도전해 보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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