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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아마란스
(2016-09-19 09:12:04)




여름에 옆동네를 가면 울긋불긋한 게 눈에 띄곤 한다. 마치 맨드라미가 핀 것처럼 노란색도 있고 붉은 색도 있는데 키가 사람만큼 크다. 몇 해 전만해도 못 보던 건데 이게 뭔고 했더니 '아마란스'란다. 페루에서 왔다는데 씨를 곡식처럼 먹는 '수퍼푸드'라나.... 어디서 방아를 찧느냐고 물으니 좁쌀보다 더 잘아 그냥 밥에 놔 먹는단다.  
사람이 먹는 곡식은 다 벼과다. 쌀만이 아니라 조, 밀, 보리, 옥수수, 수수, 율무까지도. 딱 한가지 메밀만은 벼과가 아니라 쌍떡잎식물 마디풀과다. 아마란스는 어떨까? 아마란스는 비름 집안이란다. 여름 밭에 많이 나는 그 비름. 그러니까 페루의 비름이란 소리다. 메밀도 어린싹은 나물로 먹듯이 아마란스도 이파리는 비름처럼 나물로 먹는단다.
올여름에도 길가에 누군가가 아마란스를 잘 가꿔놨다. 7월말 무더위에 수수처럼 포기 맨 꼭대기에 위로 솟듯이 울긋불긋 꽃대가 올라오더니 꽃차례를 따라 작디작은 꽃이 피고지고 피고지고 오래도록 핀다. 한데 아마란스 곁에 비름이 함께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란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올가을 아마란스가 다 익거든 이삭 하나를 얻어다 내년에 한번 길러봐야지. 근데 어디에 심어야 할까? 비름처럼 속수무책으로 번지면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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