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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 | 연재 [읽고 싶은 이 책]
삶과 죽음의 경계, 주마등
시니/글, 혀노/ 웹툰 『죽음에 관하여』
장인석(2016-09-19 09:57:53)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를 가지고 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피하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다. 누구나 한 번,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에 관하여' 라는 웹툰은 다소 무겁고 공포스러울 수 있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하여 담담하게 풀어낸다. 죽음의 순간에 대한 경건함은 조금 내려놓았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모든 화를 관통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 '죽음에 관하여'는 그 중, 임종을 맞이하는 찰나의 순간 뇌리에 스쳐가는 지난 삶의 파노라마인 '주마등'을 통해 죽음을 이야기 한다.


작품 안에서 표현되는 사후세계는 우리가 흔히들 인식하고 있는 사후세계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오히려 우리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새 하얀 배경에 죽음으로 가는 문까지의 여정을 걷는 두 사람(혹은 여럿)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마지막 순간을 다시 한 번 그려낸다. 이 작품 안에서의 절대자, 신의 모습은 후광이 비춰지거나 대단한 권위가 있는 인물의 모습이 아니다. 평범한 남성의 모습을 한 절대자는 일상의 언어로 죽음을 맞이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지금의 기분을 묻거나 그 간의 삶을 들어보는 등의 일상적인 대화로 이어진다. 그렇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은 자신의 주마등을 이야기로 그려낸다.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후회스러운 순간으로 묘사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젊은이의 삶에 대한 미련도 편안한 임종을 맞이한 노인에게도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는 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등장인물들은 작품 안에서 다양한 방식의 죽음에 대하여 이야기 해준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던 친구들의 낙오사망을 그린 '베스트 프렌드'편, 낙태 직전 태아의 죽음을 그린 'I'm fine'편, 교통사고의 순간과 자살의 순간, 노부부의 임종의 순간 등의 다양한 모습의 죽음은 옴니버스의 형식으로 각 화마다 덤덤하게 녹여 내려져 있다.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 인물의 시선이 아닌 타자의 시선으로도 죽음을 이야기 한다.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던 두 친구는 부주의로 인한 사망사고에 이르게 된다. 그 중 살아남은 친구는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죽음의 순간에 대하여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또 한, 그 사고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다른 한 사람인 사고 피해자의 죽음 역시 함께 엮어 낸다. 이 이야기가 담긴 화에서 작가는 등장인물인 '신'을 통해 이야기 한다.


'죽음은 혼자 맞이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죽음에 있어서 반전은 없다'라고 이야기 한다. 매 화, 등장인물의 죽음은 그 인과가 뚜렷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묻지마 살인에 희생당한 어느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바라보는 독자는 문득, 젊은 부부의 죽음에 반전이 있기를 기대하기도 한다. 어불성설이 아니다. 작품 안에서는 그 무엇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억지스러운 반전을 두지 않는다. 담담하게 풀어나가지만 냉철하게 이야기 한다.


스토리를 쓴 '시니'라는 작가는 소방서에서 119구조대원 보조형태의 군복무를 했다고 블로그를 통해 밝혔다. 그 때, 그 긴박하던 상황 안에서 작가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죽음을 보았고 그 때의 감정들을 기록한 낙서들을 스토리화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He'와 'ro'라는 두 화에 대한 독자의 평가가 제일 좋다. 그 에피소드는 바로 '소방대원'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긴박한 구조상황 중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자. 사람인지 물건인지 헷갈리는 상황에 빠져나오지 않으면 본인의 목숨이 위험한 구조대원은 결국 미심쩍음을 뒤로하고 현장을 빠져 나온다. 수년이 지난 후, 구조현장에서 동료를 구하려다 짧은 생을 마감한 소방대원은 마지막으로 신에게 묻는다.


'제가 화염 속에 놓고 온 그것이 사람이었나요, 물건이었나요?'


죽는 순간까지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에 대한 회한을 가지고 있었던 소방대원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소방대원들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양한 죽음에 관한 에피소드들은 마무리 된다.

작가는 신이라는 존재에 감정을 부여하고자 하였다. 절대자이지만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는 독자들도 신이 가진 성격을 이해하고 그 인물이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게 내용을 구성하였다. 쉽게 말하여 독자는 절대자인 신에게 이입하여 죽음을 이야기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작품을 읽어 내려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몰입도가 더욱 높아진다. 작가의 생각이 이 작품에 잘 녹아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었다.


마지막 화를 읽어도 죽음은 밝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죽음에 관하여 더욱 무겁게 생각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조금 편안해지기도 한다. 사실, 죽음은 인생을 마무리 하는 마침표이자 잠시 쉬어가는 쉼표일 수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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